너의 모든 것 공식 포스터 <너의 모든 것>의 원제는 < YOU > 이다

▲ 너의 모든 것 공식 포스터 <너의 모든 것>의 원제는 < YOU > 이다 ⓒ 넷플릭스

 
사이코가 고전문학을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모든 것(원제: YOU)>의 주인공 조는 서점의 매니저답게 고전을 비롯하여 책을 많이 읽은 청년이다. 가정폭력 때문에 위탁가정을 전전하던 조는 어린시절부터 일한 서점에서 위탁가정의 보호자이자 서점 주인에게 오래되거나 절판된 서적을 관리하는 법을 배웠지만 동시에 학대에 가까울만큼 독서를 강요받기도 했다. 책을 많이 읽어서일까, 조는 관찰력과 통찰력이 대단한 사람이다. 상대방이 입은 옷, 차고 있는 팔찌, 독서 취향, 무의식적인 습관 그리고 그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욕망을 꿰뚫어본다.

조는 고전문학을 사랑한다. 또, 자신의 옆집에 살고 있는 외로운 꼬마 파코에게 늘 읽을 만한 고전책을 빌려주고 때로는 저녁을 챙겨주는 다정한 이웃이기도 하다. 조가 파코에게 빌려주는 고전들은 조라는 캐릭터와 그가 행할 일들을 암시하는 장치로서도 기능한다.

예를 들어 <삼총사>를 읽던 파코가 '서로 죽이면서도 친절해서 이상하다'라고 말하자 조는 '19세기였잖아. 그때까진 매너가 있었어'라고 답하는 부분에서 <삼총사>를 통해 조가 친절한(?) 살인을 할 것이라는 복선이 주어지고, <돈키호테>를 파코에게 빌려준 후 기사도가 무엇이냐고 묻는 파코에게 '기사도는 사람을 존중하는 거야, 특히 남자가 여자를'이라는 대답에서 <돈키호테>를 통해 조 스스로가 부여한 살인의 명분을 알려준다. 

자신이 괴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조는 파코에게 <프랑켄슈타인>을 주면서 '괴물에 관한 이야기지만 괴물이 아니기도 하다'는 아리송한 말을 하고, 날마다 술에 취해 엄마와 자신을 괴롭히는 엄마의 남자친구를 응징하고 싶어하는 파코에게 조는 오랫동안 와신상담한 후에 복수하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권한다. 사람을 죽인 후 시체를 처리하는 방법 역시 책에서 얻는다. 

조가 사랑한 대상은 과연 기네비어였을까?
 
 <너의 모든 것>의 한 장면.

<너의 모든 것>의 한 장면. ⓒ 넷플릭스

 
드라마 1회에서 기네비어는 '사람은 결국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라고 말하고, 조 역시 모든 문학의 귀결은 '사람이란 결국 실망스러운 존재'임을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 번이나 언급된 이 대사는 조가 왜 사랑하는 사람을 스토킹하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조의 헌신(?)적인 사랑을 받는 매력적인 여주인공 기네비어는 유명 작가를 꿈꾸며 뉴욕에서 미술학 석사를 밟고 있는 중이다. 조의 표현에 따르면 그녀는 '외향적이고, 밝고, 유연성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한다. 조는 그녀가 씩씩해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내면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에 목말라하고 또 몹시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린다. 그래서 조는 기네비어가 원하는 바를 알아내기 위해 스토킹을 한다. 그리고 그녀가 욕망하는 것들을 충족시켜 준다. 심지어 그녀를 힘들게 하는 주변인을 살인하기까지 한다. 

나쁜 남자에게만 끌리는 기네비어는 실은 나쁜 여자다. 자아도취적인데다 바람둥이다. 조는 나쁜 여자인 기네비어가 좋은 심성을 가지고 있지만 주어진 환경과 만나는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나쁜 여자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은 그런 악영향으로부터 기네비어를 보호하는 기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는 거리낌없이 스토킹을 할 수 있다. 조의 고군분투(?) 끝에 두 사람은 곧 행복한 연인이 되지만, 착한 남자인 조로부터 금방 싫증을 느낀 기네비어는 자신의 상담사와 바람을 피우게 되고 조가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붙여 끝내 이별을 고한다. 

기네비어와 이별한 조는 자신이 기네비어에게 그토록 바라던 '착하고 헌신적인' 심성을 가진 캐런을 만나게 된다. 완벽한 여자인 캐런과 연인이 된 후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내지만 조는 이상하게도 캐런을 온전하게 사랑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조는 종국에는 자신을 실망시킬 여자-즉, 나쁜 여자-를 찾아 그 여자를 갱생시키는 데에서 희열을 느끼는 변태이기 때문이다. 그가 사랑하는 대상은 사람이 아니다. 

조가 사랑하는 것은 자신이 보호해줘야 할(즉, 통제해야만 할) 대상을 찾고 그 대상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데서 오는 통제력 즉, 권력을 사랑한다. 조는 청소년기에 마치 초판본 책을 관리하는 것처럼 서점 주인으로부터 지나치게 통제받고 관리받는다. 그런 정서적 학대가 트라우마가 된 조는 자신이 학습받은 대로 여러모로 취약한 여인에게 자신이 받은 학대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착각한 채 답습할 뿐이다. 이는 그리스의 피그말리온 신화를 비틀어 재해석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서양인들의 관점으로 고전 중의 고전은 그리스 신화가 아니겠는가. 

작가는 창조주이자 피조물의 스토커
 
 <너의 모든 것>의 한 장면.

<너의 모든 것>의 한 장면. ⓒ 넷플릭스

 
극중에서 작가는 기네비어지만 작가적인 삶을 실천하는 것은 조다. 조는 진실을 알고자 스토킹 한다. 그리고 그 진실을 바탕으로 기네비어에게 가장 적절한 삶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심지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조는 자신만의 세계를 현실에서 창조하는 중이다. 그리고 귀네비어는 조가 그리는 작품의 주인공이다.

이 드라마는 표면상 스토커의 이야기이지만 한꺼풀 벗겨내면 피그말리온 신화가 자리한다. 거기에서 한꺼풀 더 벗겨내면 무엇이 나올까. 작가는 자신만의 진실을 찾아 헤매고 그 진실한 세계를 그려나가는 한 그 세계의 창조주이다. 또한, 극중의 조처럼 작가는 자신을 비롯하여 타인에 대해 뛰어난 관찰력을 가져야 한다. 외부로 드러난 현상 이면의 진실을 찾아 헤매고 그것을 파헤칠 때의 작가는 스토커이다. 현실에서 스토커와 작가의 차이점은 불법을 저지르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작가는 자신이 만드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철저하게 탐구해야 한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각과 무의식까지도 작가는 구석구석 만들어내야 한다. 자신이 만드는 세상은 철저히 작가의 통제 하에 놓인다. 통제되지 못한 이야기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자신이 보기에 최상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 피그말리온은 결국 자신의 피조물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스스로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작품을 써 낸다는 것, 이는 작가가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글쓰기가 아닐까.

시즌 3까지 나온 이 드라마의 시즌 1편 에피소드 1화는 특히 문학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든다.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촌철살인의 대사에서 이 드라마의 작가들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썼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다소 위험하다. 주인공 조가 스토킹을 하고 살인을 저지르는 인간 말종임에도 불구하고 조에게 감정이입이 되고 그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 회를 거듭해나갈수록 시청자를 설득하려 든다.

이유가 어떻든 스토킹과 살인은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따라서 이 드라마가 이런 비난에 대한 면죄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에 대한 권선징악이 이루어져야 한다. 드라마 <너의 모든 것>시즌 2와 시즌 3에서 조의 이야기가 과연 어떤식으로 전개될지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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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음악, 여행을 좋아하고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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