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튼 존은 팬데믹 이후 중단되었던 투어 'Farewell Yellow Brick Road'를 재개했다.

엘튼 존은 팬데믹 이후 중단되었던 투어 'Farewell Yellow Brick Road'를 재개했다. ⓒ Elton John 공식 소셜 네트워크

 
우리나라 팝 팬들에게 엘튼 존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아마 피아노를 치며 발라드를 부르는 모습이 익숙할 것이다. 'Your Song', 'Goodbye Yellow Brickroad', 'Sorry Seems To Be The Hardest Word' 등의 명곡들은 엘튼 존의 주된 이미지를 형성했다. 1997년 다이애나 스펜서 왕세자비가 세상을 떠났을 때, 추모곡으로 울려 퍼진 'Candle In The Wind' 역시 유명하다.

태런 에거튼이 주연을 맡은 전기 영화 <로켓 맨>(2019)을 본 사람이라면, 엘튼 존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된 사람도 꽤 되었을 것이다. 그는 작사가 버니 토핀과 함께 수십 개의 히트곡을 만들어 낸 뮤지션이었으며, 무대 위에서 화려한 옷을 입고 정력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록스타였고, 여러 명작 영화와 뮤지컬의 사운드트랙을 만든 음악가이기도 했다. 발라드를 부르는 그의 모습은 작은 부분이었을 뿐.

엘튼 존은 수십 년의 음악 여정을 이어 오면서, 후배 뮤지션들에 대한 관심 역시 놓지 않았다. 게이 아이콘인 그가, 호모포비아적인 가사를 쓰는 래퍼 에미넴(Eminem)과 함께 그래미 어워드에서 'Stan'을 불렀던 것은 대표적인 장면이다. 2018년, 자신이 진행하는 애플 비츠원 팟캐스트에서는 한국 부산 출신의 인디 밴드인 세이수미를 소개하면서 'Old Town'을 선곡하기도 했다.

엘튼 존은 2019년 11월부터 자신의 마지막 투어 'Farewell Yellow Brick Road'를 진행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가족들에게 더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2020년 초부터 창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그의 계획을 크게 바꿔 놓았다. 봉쇄(Lockdown)로 투어가 전면 보류된 상황에서, 엘튼 존은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엘튼 존이 봉쇄 기간 동안 만든 곡들을 모아 만든 앨범 < The Lockdown Sessions >는 새로움에 대한 엘튼 존의 탐닉을 증명한다. 이 앨범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콜라보레이션'이다. 다양한 시대의 뮤지션들과 상호작용하면서, 낯익고도 새로운 엘튼 존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일흔 다섯, 엘튼 존의 새로운 전성기
 
 엘튼 존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정규 35집 'The Lockdown Sessions'를 발표했다.

엘튼 존은 지난해 10월, 자신의 정규 35집 'The Lockdown Sessions'를 발표했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일렉트로니카 그룹 파나우(Pnau)가 'Sacrifice', 'Rocket Man', 'Kiss The Bride' 등 엘튼 존의 명곡들을 리믹스하고, 그 위에 두아 리파의 목소리를 더한 'Cold Heart'는 단연 이 앨범의 정수다. 경쾌한 뉴 디스코 사운드가 빛나는 곡은 빌보드 핫 100 차트 7위에 오르고, 여러 국가의 싱글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엘튼 존의 후반기 커리어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가 되었다. (동시에 그는 197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탑 10 히트곡을 발표한 첫 솔로 뮤지션으로 기록되었다.)

엘튼 존은 자신의 손주 뻘이 되는 뮤지션들과 작업하면서, 그들의 친구가 되었다. 또한, 파트너들의 색깔에 맞춰 자신을 굽혔다. 자신처럼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찰리 푸스와 함께 만든 발라드 'After All', 아시아계 영국인인 리나 사와야마(Rina Sawayama)와의 호흡이 빛나는 'Choosen Family'의 장대한 감동도 빼 놓을 수 없다.

에스지 루이스(SG Lewis)가 만든 도회적인 하우스 비트 위에 엘튼 존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것 역시 놀랍다. 릴 나스 엑스(Lil Nas X), 니키 미나즈(Niki Minaj), 영 떡(Young Thug) 등 힙합 뮤지션들과도 자연스럽게 호흡한다. 엘튼 존은 자신 못지 않은 관록들과도 함께 호흡을 맞췄다. 플리트우드 맥의 스티비 닉스, 스티비 원더, 글렌 캠벨 등의 거장을 소환했다. 펄잼의 에디 베더와 함께 부른 'E-Ticket'은 미국 하트랜드 록에 대한 향수도 자극한다.

< The Lockdown Sessions >는 정규 앨범이라기보다는, 다양한 노래들을 모아 놓은 컴필레이션 앨범에 가깝다. 엘튼 존이 부르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담은 앨범이다. 65분 동안, 엘튼 존은 자신의 수십 년을 총망라하는 것은 물론, 오늘날 리스너들의 취향에도 발을 맞춘다. 어떤 음악이든 찾을 수 있는 시대처럼, 록과 팝, 소울, 힙합과 디스코, 일렉트로니카 등 장르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2월, 뉴질랜드 공연 도중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며 공연을 중단하고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은, 많은 팬들에게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하게 했다. 그럼에도 뮤지션 엘튼 존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다. 상처를 가득 남긴 봉쇄의 시대에 탄생할 수 있었던 선물이다. 엘튼 존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거부감이 없다.

존 레넌, 프레디 머큐리와 교류했던 1970년대의 거장은 이제 MZ 세대와도 호흡하고 있다. 폐쇄의 시대에, 그는 오히려 확장을 향해 나아갔다. 젊음이란 생물학의 용어일까. 아니면 태도의 영역에 있는 것일까? 60년을 헤쳐 온 팝 거장의 태도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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