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여자)아이들 '톰보이'

(여자)아이들 '톰보이' ⓒ 큐브엔터테인먼트


"Look at you(널 봐봐) 넌 못 감당해 날"

(여자)아이들의 신곡 'TOMBOY(톰보이)'의 첫 소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단번에 보통내기 내용이 아니란 짐작이 간다. 곡의 인기도 보통이 아니다. 이 노래는 발매되자마자 국내 유수 음원차트 최상위권에 불쑥 진입했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 1위와 2위를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이 곡이 이토록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화제가 되고 있는 데는 가사가 단단히 한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노래 제목인 'tomboy'의 사전적 의미는 '남자들이 하는 활동을 즐기는 말괄량이 여자'다. 흔히 남자들의 놀이라고 여겨지는 칼싸움이나, 사냥, 낚시와 같은 거친 놀이를 하는 여자들을 일컫는 속어로 볼 수 있다. 제목만으로도 노래의 분위기와 메시지가 가늠 되는데, 지금까지 (여자)아이들이 보여준 모습들을 떠올려보면 한층 선명하게 그림이 그려진다. 가사를 더 들여다보자.

"Why are you cranky, boy?/ 뭘 그리 찡그려 너/ Do you want a blond barbie doll?/ It's not here, I'm not a doll 
(너 왜 기분이 안 좋아?/ 뭘 그리 찡그려 너/ 금발의 바비 인형을 원하는 거야?/ 여긴 없어, 난 인형이 아니야)"


화자는 톰보이의 성향을 지닌 주체적인 여성이란 걸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쭉 그래왔듯이 이 신곡도 (여자)아이들의 리더 전소연이 작사, 작곡했다. 팀에서 메인래퍼와 프로듀서를 담당하고 있는 소연은 대중으로부터 천재로 불릴 만큼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지녔다. 가사를 통해 담아내는 생각도 깨어있고 날카롭다는 걸 데뷔 후 여러 곡들을 통해 증명해보였다. '톰보이'에도 소연의 이런 역량이 여지없이 녹아있다.
 
 영화 <크루엘라> 스틸컷

영화 <크루엘라> 스틸컷 ⓒ 월트디즈니 코리아


이 곡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영화 <크루엘라>가 떠오른다"는 반응이 눈에 띈다. 나 역시 <크루엘라>를 재밌게 본 사람으로서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공식 소개글의 도입부만 봐도 '톰보이'와 전체적인 느낌이 얼마나 통하는지 알 수 있다. <크루엘라>의 줄거리 소개는 다음처럼 시작된다.

"처음부터 난 알았어. 내가 특별하단 걸. 그게 불편한 인간들도 있겠지만 모두의 비위를 맞출 수는 없잖아? 그러다 보니 결국, 학교를 계속 다닐 수가 없었지."

엠마 스톤 주연의 이 영화는 전통적이고 부조리한 기존 사회에 반항하는 여성인 크루엘라가 등장해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준다. 다소 파괴적이게 보이면서도 그 행동의 이유가 정당하기에 용기 있고 멋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톰보이'의 노랫말 속 화자도, '톰보이' 무대를 보여주는 (여자)아이들 다섯 멤버들의 퍼포먼스도 이런 크루엘라의 모습을 꼭 닮았다.  

"미친 연이라 말해 What's the loss to me ya(나한테 손해가 뭔데?)/ 사정없이 까보라고 You'll lose to me ya(넌 나한테 지게 될 거야)/ 사랑 그깟 거 따위 내 몸에 상처 하나도 어림없지/ 너의 썩은 내 나는 향수나 뿌릴 바엔"

그러면서 "Ye I'm a Tomboy"라는 후렴구 가사가 이어진다. "(여자)아이들 기다린 보람이 있다"라는 댓글을 단 한 누리꾼은 덧붙여 "이젠 '여자' 떼버리고 '아이들' 하자, 스스로 입증해보였잖아"라고 썼다. 그의 말처럼 '톰보이' 가사 안에도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It's neither man nor woman/ Man nor woman/ Just me I-DLE
(이건 남자에 관한 것도 여자에 관한 것도 아니야/ 남자도 여자도 아니야/ 그냥 나야 아이들)"

    
또한, 이런 반응도 충분히 공감이 된다. "한국에서 비주류에 속하는 로큰롤 장르를 끌고 온 게 되게 인상적"이라는 반응 말이다. 대중성과 거리가 있는 장르를, 가장 대중적인 곡을 선보여야한다는 강박을 가질 법한 아이돌이 시도했고, 게다가 대중적인 호응까지 이끌어냈으니 인정할 만하다. "이런 스타일의 여돌 노래 별로 못 들어본 것 같은데 참신하다"는 댓글 또한 많았다.

이 노래의 메시지와 정신을 더 깊이 음미하고 싶다면 뮤직비디오를 시청해볼 것을 권한다. 파격적인 장면들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끝으로, '톰보이'에서 가장 인상적인 가사라고 생각하는 랩 구절의 일부를 아래에 붙이며 글을 마무리한다. 

"I don't wanna play this ping pong/ I would rather film a Tik Tok/ Your mom raised you as a prince/ But this is queendom, right?
(난 핑퐁놀이 하고 싶지 않아/ 그냥 틱톡이나 찍는 게 나아/ 너희 엄마는 널 왕자처럼 키웠겠지만/ 여긴 여왕의 나라야, 알아?)"

 
 (여자)아이들 '톰보이'

(여자)아이들 '톰보이' ⓒ 큐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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