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JTBC <뜨거운 씽어즈>에서 배우 김영옥이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부르고 있다.

JTBC <뜨거운 씽어즈>에서 배우 김영옥이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부르고 있다. ⓒ JTBC


지난 14일 첫 방송한 JTBC 예능프로그램 <뜨거운 씽어즈>에선 감동의 무대들이 펼쳐졌다. 특히 배우 김영옥이 부른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함께 출연한 이들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눈물을 쏙 빼놓았다. 

이 무대가 이토록 눈물샘을 자극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노래의 힘이다. 특히 가사가 힘이 세다. 세상을 먼저 떠난 이가 살아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편지글 형식을 취하는 노랫말은 청자들로 하여금 죽은 이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그저 슬프기만 한 게 아니라 아름답다. 또한, 김영옥이라는 나이 지긋한 대배우가 삶을 녹여내 담담하게 완성한 가창도 감동을 준 포인트였다. 

"나의 얼마 안 남은 미래도 상상해보고, 먼저 간 나의 가족도 생각하면서 불렀다. 이 곡은 슬픔을 자극하는 것 같지만 우리를 위로하는 음악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람이 다 그렇다. 살다보면 우여곡절이 있고 별의별 일이 많으니까..." (김영옥)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4년 5월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발매한 세월호 추모 헌정앨범 버전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곡은 그 전부터 미국,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죽은 사람을 기리는 곡으로써 널리 쓰이고 있었다.

원곡에 대한 정보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A Thousand Winds'라는 시에서 그 가사가 유래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1932년 미국 볼티미어에 사는 주부 메리 프라이가 모친을 잃고 상심해 빠져 있는 이웃을 위해 이 시를 지었다고 한다. 

이 시는 지난 1989년 아일랜드 공화국군의 폭탄 테러로 24살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영국군 병사 스테판 커밍스 때문에 보다 널리 알려지게 됐다. 스테판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열어보라며 생전 부모에게 편지 한 통을 남겼는데 그 편지에 이 시가 적혀 있었고, 스테판의 아버지가 죽은 아들의 장례식에서 이 시를 낭독했던 것이다. 이 장면을 영국 BBC 방송이 내보내 이 시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되었다. 
 
 엠넷 <위키드>에서 박예음, 오연준 어린이가 꾸민 '천개의 바람이 되어' 무대.

엠넷 <위키드>에서 박예음, 오연준 어린이가 꾸민 '천개의 바람이 되어' 무대. ⓒ 엠넷


시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지난 2002년 미국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9·11 테러 1주기 추도식 때 낭송되기도 했다. 그러다 2003년 11월에 일본 유명 작곡가인 아라이 만이 이 시에 멜로디를 붙여서 싱글앨범을 발매했는데, 이 일본 곡이 임형주의 '천개의 바람이 되어'의 원곡이다. 임형주는 저작권 문제로 한국어 버전을 허락하지 않는 원작곡자에게 진심 어린 요청을 해 4년 만에 한국어 버전을 허락받아, 2009년 자신의 미니앨범 <마이 히어로>에 이 노래를 수록했다.  

임형주는 고 김수환 추기경과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곡으로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그해 5월에 '2014 리마스터링 버전'을 발매하면서 '천개의 바람이 되어'가 우리나라에서 보다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게 된 것이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세상을 떠난 이가 살아 있는 이에게 보내는 메시지인 가사는,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상황을 슬퍼하기 보다는 늘 너와 함께 있다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내용이다. '나는 자유롭게 잘 지내고 있으니 나 때문에 울지 말라'는 노랫말은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고 남겨진 이가 자신으로 인해 슬픔에 그만 잠겨 있기를 바라는 배려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 노래를 2016년 방송한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위키드>에서 처음 들었는데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참가자 오연준, 박예음 어린이가 맑은 목소리로 부른 '천개의 바람이 되어'는 어린이다운 순수함이 더해져 당시 많은 이들을 울렸다.

<뜨거운 씽어즈>에서 김영옥이 부른 버전과 <위키드>에서 아이들이 부른 버전은 상반된 나잇대에서 주는 각기 다른 울림으로 오래 남을 듯하다. 이후 2021년 2월에는 임영웅과 정동원이 듀엣으로 이 곡을 선보였고 <사랑의 콜센터> 음원으로 발매되며 사랑받고 있다.
 
가을엔 곡식들을 비추는/ 따사로운 빛이 될게요/ 겨울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이 될게요

아침엔 종달새 되어/ 잠든 당신을 깨워 줄게요/ 밤에는 어둠 속에 별 되어/ 당신을 지켜 줄게요

노래를 끝내고 김영옥은 "내세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바람이 되어서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 건 부산하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바람이 되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여운을 남겼다. 가족을 먼저 보낸 그에게 이 노래가 위로가 되어주었듯, 누군가를 떠나보내기도 하며 삶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이 곡은 따뜻한 손길로 앞으로도 다가갈 것이다. 90년 전 외국의 한 마을에서 시작된 한 편의 시가 주는 위로가 참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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