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개봉한 영화 <타워>는 설경구, 손예진, 김상경, 안성기, 차인표 등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한 블록버스터급 재난영화로 당시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는 화재 현장을 사실감 있게 구현하기 위해 대부분 진짜 불을 사용했기 때문에 유독가스로 인한 두통 등 부상 위험이 큰 촬영들이 많았다고 알려져 있다.  
 
 영화 <타워> 포스터

영화 <타워> 포스터 ⓒ CJ Entertainment

 
영화의 배경은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타워스카이. A동 리버뷰와 B동 시티뷰로 구성된 448미터 높이의 108층 건물에는 1700세대, 570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두 건물은 70층에 설치된 구름다리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구조로 영화 속에서 대피통로로도 이용된다.

영화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크리스마스 이브. 아름다운 캐럴이 흐르고 모두를 설레게 만드는 행복하고 특별한 하루, 타워스카이의 시설관리 팀장인 싱글대디 대호(김상경)는 딸 하나(조민아)와 함께 멋진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행사를 준비 중이던 주방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설상가상으로 스프링클러 배관 안에는 물이 없다. 작년에 시설 일부를 구조 변경하면서 외부로 배관을 노출시킨 것이 동결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쁜 대호를 대신해 푸드몰의 매니저 윤희(손예진)는 하나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타워스카이의 조회장은 소방헬기에 스노우 머신을 장착해 크리스마스 이브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인공 눈을 뿌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입주민들이 꿈꾸는 윤택한 삶을 이루라는 그의 축사는 결국 입주민들을 파멸로 안내한다.   

본래 소방서비스는 공공재로써 공공의 목적에 맞게 사용되어야 하지만 영화는 행사를 위해 10대의 소방헬기를 임의로 동원시키는 설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소방헬기 한 대가 상승기류로 인해 타워스카이와 충돌하면서 사상 최악의 화재가 발생한다.

한편 전설이라 불리는 여의도 소방서의 진압대장 강영기(설경구)는 결혼 후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내와의 데이트를 약속한다. 하지만 타워스카이 화재 소식을 듣고 그와 그의 대원들은 소방차에 몸을 싣는다. 

모두가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 이브. 인간의 욕심과 독단적인 결정으로 인해 대형참사로 치닫는다. 

타워스카이 내부에서 발생한 강렬한 화재는 붕괴, 폭렬 등 2차 재난을 불러오고 70층에 있는 구름다리까지 붕괴되면서 결국 작동할지 모르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 대피하는 도박까지 하게 된다. 

영기와 대호는 어렵게 대피하지만 아직 건물 안에는 윤희를 비롯한 여러 명의 사람들이 갇혀 있다. 영기는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지하 저수조를 폭발해서 나오는 물로 배수로를 통해 탈출시킨 뒤 한강 수상구조대를 이용해 구조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건물에 다시 들어간 영기와 대호, 그리고 신임 소방대원 선우는 폭약을 설치하고 함께 대피하려고 하지만 저수조를 폭발시킬 리모컨을 분실하면서 직접 점화를 위해 영기만 홀로 남는다. 이렇게 사람들이 대피하고 건물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발파된다. 

아름답지만 슬픈 크리스마스 음악이 흐르고 전날 저녁 7시 영기가 찾아가기로 한 케이크가 클로즈업되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아무리 소방관이라고 해도 맞서기 어려운 재난이 있는 법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초고층 건물은 멋진 야경과 전망을 제공하지만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피 상의 시간과 공간적 제약이라는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이런 재난은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대상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사명감이라는 모호한 콘셉트로 소방대원들을 희생이란 결말로 몰아붙인다. 

전쟁과도 같은 재난 속에서 일하는 소방대원들의 희생과 봉사라는 키워드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소방대원의 보건과 안전이라는 우선순위는 철저하게 배제된다. 

소방관의 입장에서 본 이 영화는 현장활동의 하나하나가 허술하기만 하다. 

영기는 대호의 도움을 받아 건물 내부 구조를 안내받고 화재를 진압하려고 노력하지만 그의 지나친 독단의 리더십은 동료 대원의 철수 권고도 무시하는 등 동료 대원들까지 위험에 빠뜨린다. 

현장활동의 기본 원칙인 2인 1조가 지켜지지 않는 점은 물론이고 신임 소방대원이 대장과 함께 진입한다는 설정이나 소방관이 폭약을 가지고 다닌다는 설정 역시 비현실적이다. 또한 지휘부의 지시사항을 임의로 해석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한 영기는 영화 속에서 혼자만의 원맨쇼를 이어간다. 

저수조를 폭발하기 위한 리모컨을 분실한 영기가 다른 사람들을 내보내고 문을 닫으면서 신임 소방대원 선우에게 한 말이 마음에 남는다. 

"선우야, 널 살리려는 게 아니야. 네가 앞으로 살려야 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야. 명심하기 바란다."

결국 소방관도 누군가의 가족이다. 당연히 그들의 안전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대형재난을 무조건 소방관의 희생으로 메울 수는 없다. 그래서 현장 지휘관들의 고민이 큰 법이다. 

영화적 감동은 누군가의 숭고한 희생을 통해 완성될 수 있을지 몰라도 현실에서의 감동은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스스로 안전을 챙길 때 완성된다. 내가 안전해야 할 권리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이 안전해야 할 권리를 존중하고 지켜주는 의무를 다할 때 소방대원의 보건과 안전도 확보될 수 있다. "명심하기 바란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소방관에 대한 역할과 기대치가 높아도 너무 높은 영화로 귀결될 수 있다. 다른 전문적인 평가는 평론가들에게 맡겨 두기로 하고 소방관이 본 이번 영화의 평점은...

소방관 별점: ★★☆☆☆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이건 소방검열관 소방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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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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