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MLBPA)가 3월 11일(이하 한국 시각) 새로운 단체 협약(CBA)에 합의하면서 메이저리그는 늦게나마 2022년 정규 시즌의 개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스프링 캠프는 14일에 시작되며 아직 계약을 마치지 않은 선수들을 위한 스토브리그 시장도 다시 열렸다.

계약 시장이 다시 열렸다는 것은 아직 팀을 찾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물론 직장 폐쇄 기간 동안 상황이 어찌될지 몰랐던 일부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팀이 아닌 다른 나라의 리그 시장 문을 두드린 선수들도 있었다.

예를 들어 쿠바 출신의 야시엘 푸이그는 메이저리그 팀에 자신의 가치를 다시 증명하기 위해 풀 타임을 뛸 수 있는 팀을 찾았고, KBO리그의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했다. 역시 FA 신분이었던 김광현도 자신의 보류권이 있었던 고향 팀 SSG 랜더스와 계약하며 KBO리그로 돌아갔다.

끝까지 기다렸던 커쇼, 친정 팀 다저스와 재계약

사실 KBO리그도 3월 12일부터 시범경기를 시작하는 등 다른 나라의 리그들은 정규 시즌 개막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팀을 구하지 못한 다른 선수들은 김광현이나 푸이그처럼 일단 다른 나라의 리그 문이라도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에이전트를 통해 선수와 구단이 협상을 진행하긴 했다. 그러나 직장 폐쇄 상황에서 선수와 구단은 계약서에 서명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였는지 사무국과 노조가 CBA를 체결하자마자 바로 수많은 계약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생애 첫 FA 자격을 얻었던 베테랑 왼손 투수 클레이튼 커쇼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친정 팀이었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비롯하여 여러 팀을 찾았던 상황이었고, 직장 폐쇄가 풀리자마자 바로 계약 소식을 전한 것이다.

물론, 이전까지 커쇼의 가치에 비하면 계약 규모는 상당히 적었다. 커쇼와 다저스 사이에 맺은 계약 규모는 1년 1700만 달러다. 2021년 연봉이 3100만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거의 반값에 단기 계약을 한 것이다.

커쇼는 퀄리파잉 오퍼를 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보다 적은 1700만 달러라도 계약을 했던 것은 지난 시즌의 부진 때문이었다. 일단 커쇼는 다저스와 1년 재계약을 체결한 뒤 다음 겨울에 FA 시장 재수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커쇼의 업적

1988년 3월 19일 생으로 텍사스 주 출신이었던 커쇼는 2006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7순위로 다저스에 지명됐다. 2008년 여름에 데뷔한 이후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커쇼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2011년(트리플 크라운), 2013년, 2014년까지 무려 3번의 내셔널리그 사이 영 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노 히터 게임 1경기를 포함하여 내셔널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정규 시즌 다저스 최고의 에이스였던 커쇼였지만, 2008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2년 동안 그에게는 월드 챔피언의 영광이 주어지지 못했다. 2017년과 2018년 내셔널리그 챔피언 반지 2개를 손에 넣었지만, 월드 챔피언은 좀처럼 커쇼의 손에 들어오지 못했다.

사실 커쇼가 월드 챔피언 반지를 쉽게 손에 넣지 못했던 이유는 포스트 시즌만 되면 정규 시즌보다 약해지는 커쇼 본인의 투구 때문이었다. 특히 지는 순간 바로 탈락하는 일리미네이션 게임 앞에서 커쇼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적이 많았다.

그래도 커쇼는 단축 시즌으로 치러졌던 2020년 나름 선발투수로서 최소한의 역할 이상은 해냈다. 비록 60경기의 단축 시즌이었지만, 다저스는 정규 시즌에서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하며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끝내 2020년 월드 챔피언에 오른 다저스와 커쇼는 그 동안의 한을 풀었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고질적이었던 각종 부상

연봉 조정 자격을 얻기도 전에 트리플 크라운에 사이 영 상을 차지했던 커쇼는 이 때까지만 해도 앞길에 거침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커쇼도 결국은 사람이었다. 다저스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고 이 때문에 커쇼 본인이 경기를 최대한 책임지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결국 이 때문에 커쇼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커쇼의 첫 부상자 명단 등재는 2014년이었다. 호주에서 개막 시리즈가 열리면서 평소보다 일찍 개막전 선발로 등판하게 되었던 커쇼는 개막전에서 승리투수가 되었으나 이후 등쪽 건염 증세가 드러나며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본토 개막전 선발 등판을 류현진(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 양보해야 했다.

문제는 이 2014년의 첫 부상으로 인해 커쇼는 이후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시달렸다. 2016년 6월 말 커쇼는 결국 추간판 탈출(허리 디스크) 증세를 보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일단 커쇼는 경막 외 주사를 맞고 2달 동안 휴식을 취한 뒤 9월에 복귀하여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시즌을 마쳤다.

2017년에도 커쇼는 7월 말 허리 근육 염좌로 전력을 이탈했다. 9월에 복귀한 이후 팀이 월드 시리즈에 진출함에 따라 7차전 구원 등판까지 투혼을 발휘했다. 그러나 7차전 구원 등판은 이미 승부가 갈린 뒤 뒤늦은 투혼이었고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2018년 5월 커쇼는 왼팔 이두근 건염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5월 말 무리하게 복귀를 시도했다가 또 허리가 말썽을 일으켰고 6월 말에 복귀했다. 이후 후반기에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7차전 세이브 투혼까지 발휘했으나 또 월드 시리즈에서의 부진으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2019년에는 아예 시즌 초부터 왼쪽 어깨 부상으로 류현진에게 개막전 선발을 양보하고 4월 중순부터 시즌을 시작했다. 이후 부상 없이 시즌을 마쳤지만, 디비전 시리즈 5차전에서 경기 후반에 구원 등판했다가 블론 세이브를 범하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2020년은 단축 시즌이라서 그랬는지 부상 없이 정규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포스트 시즌에서 또 경미한 허리 통증으로 인해 등판 순서가 바뀌었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는 이 여파로 부진했다. 그러나 월드 시리즈에서는 1차전과 5차전 2경기 모두 승리투수가 되면서 팀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2021년에도 부상은 커쇼를 괴롭혔다. 이번에는 7월에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했고 9월에 복귀했지만 정규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팔꿈치 부상이 재발했고, 이 때문에 포스트 시즌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나마 인대 손상이 없어 토미 존 서저리 소견까지 받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다저스의 상황이 도운 재계약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에이스였지만, 부상으로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커쇼가 FA 시장에 나올 경우 상당히 힘든 상황이었다. 보통 가치가 높은 선수에게 이전 소속 팀이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여 1년 붙잡거나 드래프트 추가 지명권을 받았지만, 커쇼에게는 퀄리파잉 오퍼가 들어오지 않았다.

2021년까지 다저스는 커쇼 이외에도 사이 영 상 3회 수상에 빛나는 맥스 셔저까지 트레이드로 영입한 상태였다. 그러나 셔저가 뉴욕 메츠로 떠났고, FA 시장에 있는 다른 선발투수 자원들도 각자 팀을 찾았다. 그 와중에 노사 협정 난항으로 직장 폐쇄 상황까지 겹쳤던 것이다.

한편 다저스는 지난 해 7월 트레버 바우어가 성폭행 혐의로 기소되는 바람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행정 휴식 명령을 받았고, 아직까지 행정 휴식 명령이 풀리지 않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17경기 등판에 그쳤으나 징계가 아니라 행정 휴식이었기 때문에 연봉 3800만 달러는 모두 받았다.

바우어는 2월에 사법 기관으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일단 법적 처벌은 피했다. 그러나 물의를 빚었기 때문에 이 결과와 관계 없이 사무국으로부터 조사가 예정되어 있으며 이에 따른 징계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징계가 내려질 경우 이 기간 동안의 연봉은 받을 수 없다.

워커 뷸러와 훌리오 우리아스 2명의 젊은 선발투수가 있지만 커쇼나 바우어에 비하면 경험이 부족한 투수들이었다. 비록 에이스의 자리에서는 내려왔지만 다저스의 선발진에 커쇼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결국 커쇼와 다저스는 1년 재계약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이렇게 커쇼는 스프링 캠프가 개막하기 전 극적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물론 1년 계약이기 때문에 올해 성적에 따라 향후 진로가 결정되겠지만, 일단 본인의 가치를 다시 보여 줄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 계약이었다. FA 재수를 선택한 커쇼가 과연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낼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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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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