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 로지

가상인간 로지 ⓒ 로지 인스타그램


신한라이프 광고모델로 세상에 얼굴을 알린 로지. 팔로워가 12.5만 명이나 되는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방문해보면 로지는 자신을 '버추얼 인플루언서'라고 자칭한다. 버추얼(virtual)은 가상을 뜻하고,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인스타그램, 트위터 같은 SNS나 유튜브 등에서의 유명인을 뜻하는 말이다.

그렇다. 그는 가상인간이다. 하지만 한계가 없는 것처럼, 마치 살아 있는 인간처럼 바쁜 활동을 펼치며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첫 번째 싱글 음원 'WHO AM I'를 발매해 9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를 90만 회나 기록하는가 하면, 여러 광고에서 모델로 활동 중이고 패션 화보들도 촬영했다. 신한라이프 광고가 나간 뒤 70건이 넘는 광고 제안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광고료도 2배 넘게 뛰었다고.

로지의 나이는 영원한 22세, 서울 출생이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MZ세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국내 첫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았다. 단지 인간을 닮은 가상인간이라는 것을 어필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하며 SNS를 통해 '인간적인' 개성을 쌓아가고 있다.


K팝에도 메타버스 열풍
 
 버추얼 아티스트 한유아

버추얼 아티스트 한유아 ⓒ CJ ENM


또 다른 가상인간도 데뷔를 앞두고 있다. YG케이플러스 소속 가상인간 '한유아(YuA)'는 올 상반기 데뷔곡 'I Like That(아이 라이크 댓)'을 발매하며 본격 활동에 나선다. 데뷔곡은 CJ ENM과 손잡고 작업했다. 한유아 역시도 로지처럼 가상인간이라는 한계를 넘어 음악활동뿐 아니라 광고, 유튜브, 방송, 공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할 계획이다. 

LG전자가 기획한 가상인간 '김래아'도 가수로 전격 데뷔한다. LG전자는 최근 윤종신 등이 속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미스틱스토리와 래아의 가수 데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IT에서부터 교육에 이르기까지 확산하고 있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 열풍은 이렇듯 K팝에서도 활발히 불고 있다. 가상인간은 아바타 형태로도 구현되고 있는데 SM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여성그룹 에스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에스파는 4명의 멤버와 이들의 아바타 넷이 결합하여 구성된 팀으로, 현실 멤버들과 아바타가 인공지능 시스템 '나비스(Navis)'의 도움을 받아 '싱크(Synk)'라는 연결 신호를 통해 소통한다. 아바타 멤버들은 가상 공간인 '광야'의 '플랫(Flat)'에서 산다. 새로운 개념의 스토리텔링이다.

가상인간 한유아와 빈센트를 비롯해 에스파의 인공지능(AI) 아바타 등을 제작한 회사 자이언트스텝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가상공간에서 공연을 즐길 때 일방향성 콘텐츠였다. 하지만 향후에는 쌍방향적인 콘텐츠로 갈 것이다. 실시간 콘텐츠라는 게 포인트인데, 우리는 이걸 '리얼타임 콘텐츠'라고 부른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아바타로 접속해서 공연장에 가고, 팬미팅을 실시간으로 즐기는 식으로 사용자의 경험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보이는 것이다. 상호작용도 물론 가능하다.

메타버스라는 가상 공간을 통해 아이돌의 아바타와 팬들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실제로 YG엔터테인먼트의 블랙핑크는 아바타 형태로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팬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이 팬사인회에는 약 4600만 명이 참여하며 성황을 이뤘다. 

일방향 콘텐츠 넘어 '리얼타임'으로
 
 에스파

에스파 ⓒ SM엔터테인먼트


"버추얼 휴먼(가상인간)도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리얼타임'으로 구현될 것이고 그러면 실시간으로 팬들과 소통이 되기 때문에 실재 연예인처럼 활동이 가능하다. 현재의 버추얼 휴먼들은 일방향성 콘텐츠여서 한 번 플레이하고 나면 끝이다. 따라서 광고모델 정도로 활용하는 데 그치는데, 앞으로는 '리얼타임 엔진'이라는 걸 활용해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고 그럼 홈쇼핑에서 물건을 팔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메타버스는 앞으로는 단지 '공간'을 가상으로 구현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이런 것들을 구현하기 위해서 중요한 건 디바이스로 꼽힌다. 현재의 모바일과 웹 등의 디바이스는 극실사로 구현되는 발전한 콘텐츠를 담아내기에 역부족이다. 또한 기술의 범위를 넘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과 아티스트들의 활약도 중요하다.

코로나 이슈와 공연계 메타버스 전망

가수들은 실제 공연장이 아닌 메타버스 속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지난 2019년에는 미국 EDM 뮤지션 마시멜로가 메타버스 플랫폼인 '포트나이트'에서 콘서트를 열었고, 이후 영국 밴드 이지 라이프 등도 이 가상공간에서 공연을 했다. 

코로나로 비대면 온라인 콘서트 수요가 많아진 현재, 코로나 이후에도 이런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온라인으로 공간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현실세계에서 연출할 수 없는 포인트들을 구현하는 '다른 차원의 경험'이 될 것이라는 전망.

가짜와 진짜의 경계,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K팝에서 뿐만 아니라 연예계, 광고계, IT, 방송계 등에서도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제는 실재인간 연예인들도 가상인간 연예인들과 활발히 협업하거나 경쟁하게 되지 않을까. 머지않은 미래로 보인다. 

물론 가상인간은 딥페이크(deepfake)에 대한 우려도 동반한다. 실제로 딥페이크 기술이 적용된 가상 인간도 존재한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의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의 합성어로, 인공지능의 딥러닝을 통해 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 등을 정교하게 가짜 영상이나 사진으로 만드는 걸 의미한다. 이 기술은 각종 범죄에 악용될 수 있으며, 특히 가상 인물을 제작할 때 실재 인물의 이미지를 도용할 가능성이 있다.

딥페이크 우려에 더해, 갈수록 진짜처럼 진화하는 가상인간이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한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인공지능 윤리규범 지침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이에 관해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인공지능 윤리규범 지침 등을 준비하고는 있는데 아직 규범화 단계는 아닌 상태"라고 전했다.

 
 에스파

에스파 ⓒ SM엔터테인먼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