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보통 대선은 선거운동 시작할 즈음엔 윤곽이 드러난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여론조사가 공표될 수 있는 일주일 전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초박빙으로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상태다.

JTBC는 <뉴스룸>을 통해 주간 코너로 '여론 읽어 주는 기자'를 2021년 10월부터 시작해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지난주까지 방송했다. 지난 5개월의 소회와 함께 여론 읽는 법을 들어보고자 '여론 읽어 주는 기자'를 맡았던 안지현 JTBC 기자와 지난 7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안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번 대선 초접전 양상 계속, 어떤 결과 나올지 궁금"
 
 안지현 JTBC 기자

안지현 JTBC 기자 ⓒ JTBC

 
- 지난해 10월 6일부터 JTBC <뉴스룸>의 '여론 읽어주는 기자(아래 안지현의 여기)'를 하셨잖아요. 매주 여론 조사를 분석하셨는데 9일이면 대선이죠, 소회가 있을 것 같아요.
"'안지현의 여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번 대선이 세 대결 선거인만큼 접전이 될 거라고 예상하기는 했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우세 후보가 결정될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보셨겠지만 이번에는 정말 오차 범위 내의 접전 양상에서도 우위 후보조차도 계속 뒤바뀌며 여론조사가 진행됐거든요. 역대 대선에선 사실 막판으로 갈수록 접전 양상으로 흘러가긴 하지만 우위 후보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번이 달랐다는 게 특징인 것 같고요. 그래서 저도 개표 날이 이틀 남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한 상황입니다."

- 이렇게 초접전인 이유가 뭘까요?
"일단은 이번 대선 자체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세 대결 양상으로 굴러가는 구도였다는 점이 있고요. 또 두 후보가 기초단체장, 전직 검찰총장 출신으로 국회의원이 아닌 이른바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는 후보다 보니까, 정치권의 지지기반이 부족했고요. 또 대중의 팬덤 현상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 상황 속에서 대선은 투표율도 높고 관심이 많은 선거인만큼, 유권자로선 누구를 선택해야 하다 보니, 그 표심이 계속 뒤바뀌는 초접전 양상이 계속됐던 것 같습니다."

- '안지현의 여기'는 어떻게 하시게 되었어요?
"제가 JTBC에서 본격적으로 여론조사를 맡아서 진행해 왔던 건 2017년 대선부터였거든요. 그리고 그 이후에 지방선거와 총선, 또 가장 최근엔 4.7 재보궐 선거 때까지 여론조사 보도를 맡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이번 대선까지 맡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안지현의 여기'라는 이름으로 여론조사 보도를 하고 있지만, 여론조사 보도를 하기 앞서 이 여론조사를 어느 시점에 돌릴지 또 여론조사를 진행할 때 어떤 문항을 넣을지 그런 작업을 맡아서 해왔고요. 그 과정 속에서 '안지현의 여기' 방송은 가장 마지막 작업이었습니다. 그런 프로세스를 계속 반복해서 진행해 오다 보니까 '여론조사를 읽어주는 기자'라는 이름으로 여론조사 보도를 담당하게 됐습니다."

- 간판 뉴스에서 여론조사 코너가 있는 건 거의 없어진 거 아닌가요?
"여론조사 보도는 당연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방송사가 보도하는데요. 여론조사 자체 코너를 맡아서 매주 수요일 했던 건 JTBC가 이번 선거에서 유일했던 것 같습니다."

- '안지현의 여기' 하기 전엔 여론조사 보도 어떻게 보셨어요?
"여론조사 보도라는 게 사실은 되게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면 지표는 당연히 그대로 보여드리면 되지만 한쪽이 굉장히 우세하다고 해서 이걸 이미 끝난 선거라고 말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기계적인 균형 같은 것들도 당연히 맞춰줘야 되는 부분도 있고요. 때문에 다른 기사만큼 딱 각을 세워서 한쪽 면을 집중해서 부각시킬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각 캠프에서 봤을 때도 유의미한 흐름들, 시청자들이 봤을 때 재미난 부분들을 부각시켜서 속 시원한 여론조사 분석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얼마나 그게 발현이 되는지 모르겠지만요."

- '안지현의 여기' 하시면서 여론조사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셨을 것 같은데.
"주변에서 저한테 '여론조사 어떻게 보냐'는 질문도 하시는데요.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도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뒤지고 있을 때 더 그럴 수도 있고요. 또, 여론조사라는 기법 자체가 모든 여론을 조사하는 게 아니라 아주 일부만을 조사해서 전체 여론이 어떤지 가늠하는 과정이고요. 오차범위라는 게 존재하는 것도 그사이 오차는 인정을 하는 거거든요. 그렇다보니, 일부 불신의 시각들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여론조사가 같은 날 나왔는데 저마다 결과가 크게 다르거나, 심지어 같은 여론조사 업체 여론조사 결과도 다르면 불신이 커지는 게 느껴지는데요. 저는 의심받을 만한, 한두 개의 여론조사가 있을 수는 있어도, 동시다발적으로 나오는 여러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전체의 흐름은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지금의 민심이고 여론을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안지현의 여기'는 처음엔 매주 수요일 <뉴스룸> 코너였는데 중요 사건에 대한 여론조사가 나오면 요일 상관없이 해야 해서 힘들었을 것 같은데.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작업해야 되는 게 힘들었는데 그건 기자라면 모든 뉴스의 제작 과정이 시간이 여유롭기는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고요. 여론조사여서 더 힘든 지점은 여론이라는 게 여론조사에 반영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거든요. 예를 들어서 야권 단일화가 전격 발표돼도 바로 여론조사 돌리면 이 소식을 모르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이게 온전하게 여론조사에 반영되는 건 사실은 시일이 좀 걸려요. 하지만 보도의 차원에서는 그 여론이 온전히 반영된 이후에 보도되면 그 뉴스 자체가 또 바뀌어버렸거든요. 그러니까 결국에 곧바로 나온 여론조사를 가지고 앞으로의 여론의 방향을 예상하고 분석해야 하는데 그런 작업들은 가진 지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조금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 그러면 힘들 때 어떻게 했어요?
"그럴 때 물론 온전히 이 지표가 반영됐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추측할 수 있는 미묘한 변화를 보이는 지표들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수치에 의미 부여를 하고요. 또 앞으로 변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조금 면밀히 검토하려고 했습니다. 이럴 때 각 캠프의 여론조사 분석가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어떤 예상을 하는지 같은 것들을 취재를 하고 보도해왔습니다."

"역대 최고치 사전 투표율, 코로나와 고관여층 결집 때문"

- 핵심 포인트를 잡고 그거에 대한 여론조사를 분석했잖아요. 핵심 포인트는 어떻게 잡으셨어요?
"이게 아침에 기자들이 기사 발제하는 거랑 똑같은 방식으로 사실 여론조사도 발제하는 건데요. 사람들이 그날 뭐가 제일 궁금한지가 핵심이었어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어떤 날 여러 군데 여론조사 결과가 이쪽 다르고 저쪽 다르고 이렇게 중구난방으로 나올 때는 '스카이 콩콩 여론조사 어느 조사가 맞나' 이런 식으로 보도를 했고요. 또 각 정당에서 대선 후보 선출하는 경선이 끝난 후에는 예를 들면 '2등 주자, 이낙연˙홍준표 지지층의 표심은 어디로 가나' 이런 전망 분석 같은 걸 했고요. 종부세 고지서가 곧 나오는 날에는 '종부세 민심이 대선에는 어떻게 영향을 미치냐' 이런 전망 같은 것 분석하면서 핵심 포인트 잡았고요.

또 막판에는 박빙에서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이 계속 이어지니까 앞으로 핵심 변수가 되는 계층 분석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2030 여성이라든가 나중에 야권 단일화로 찍을 수가 없게 된 안철수 후보 지지층이라든가, 정치에 정말 관심이 많은 고관여층 외에 정치에는 관심이 별로 없거나 아예 없는 저관여층이 있는데요. 이들 여론의 흐름이 정말 자주 뒤바뀌었는데 이런 것들은 어떻게 흘러가나 이런 흐름을 짚어주는 방식으로 발제를 했습니다."

- 아이템 잡기 어려울 때도 있지 않았나요?
"그런데 이번 대선만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날그날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고 항상 대선이라는 이슈와 무관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변수들이 대선에서는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발제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저도 재미있었죠. 그렇기 때문에 아이템이 없는 날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 그럼 기자로서는 좋았겠네요(웃음).
"발제할 게 없는 것보다는 발제할 게 많으니까 좋았고요. 대세 후보가 결정되면 여론조사 결과에도 사실은 관심이 떨어지는데요. 이번 대선은 막판까지 박빙의 상황이었고 그러다 보니까 여론조사의 그 수치에 대해서도 막판까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많아서 기자 입장에서는 좋았던 것 같습니다."

- 여론조사를 분석하는 기자님만의 비법이 있을까요?
"비법이라고 할 만큼 제가 전문가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일단 저는 여론조사 결과 자체보다는, 그 이면의 흐름을 보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경선이 끝나면 2등 후보의 지지층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또 막판으로 갈수록 정치에 관심 없다는 층의 표심은 정말 어디로 가는지, 안철수 후보 지지층이 정말로 부동층으로 빠질지 아니면 여야 후보의 어느 정도로 갈리지 이런 어떤 세부 데이터들 계층 분석을 많이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각 후보의 공약들이나 특징적인 발언이 나온 후에 어떤 계층에서 반응하는지 어떻게 여론지형이 변화해 가는지를 관심있게 들여다보고자 했습니다."

- 어려웠던 점은 뭔가요?
"일단은 양 캠프의 이해관계가 굉장히 첨예한 수치를 다뤄야하다보니, 늘 긴장감이 있었고요. 또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충분히 여론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지금 이 여론의 향배를 예상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 부분들은 조금 늘 긴장감을 갖고 봤던 것 같아요."

- '안지현의 여기'를 하신 지 5개월이 지났는데 대선 여론조사 보시며 느끼신 점이 있을까요?
"일단은 재미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왜냐하면 점점 사람들이 자기 정치 성향에 대한 말을 많이 안 하잖아요. 워낙 이번 선거에서 비호감도가 높다 보니까 더 좀 그런 경향이 드러난 것 같기는 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느끼는 데 한계가 있는 여론의 지형이 여론조사에 반영되는 것들도 그렇고 그게 여론조사 수치로는 분명하게 드러나고 또 어떤 면에서는 고민하는 지점도 여론조사에서는 그대로 드러나니까 그런 여론의 흐름을 보고 가는 게 굉장히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 대선이 이틀 앞이죠. 지금 주목해볼 포인트 짚어주신다면 무엇일까요?
"일단은 사전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로 나왔잖아요. 안지현의 여기에 대해서 양쪽 진영에서 서로 유리하다는 해석을 내놓지만 제가 볼 때는 코로나 위험 분산을 위한 것도 있고 결국에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고관여층 중심으로 양쪽 진영이 결집한 결과라고 봐요. 물론 결집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이게 누구한테 유불리를 따지기보다는 이미 마음을 결정한 분들이 일찌감치 가서 투표한 결과라고 보고요.

그런데 여론조사에서 지지 후보는 없다고 말하는 부동층이라든지 아니면 지지 강도가 약했던 분, 앞서 말씀 드렸던 정치 저관여층 분들이 얼마나 투표장에 가고 또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앞으로 결과를 좌우할 변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부동층이 끝까지 투표장을 안 가거나 또는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건인 것이고요. 또 야권 단일화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안철수 지지층 이동이 좀 중요하다고 많이 얘기하는데 저는 안철수 지지층 같은 경우에는 어느 한쪽으로 쏠리기보다는 표가 분산돼서 크게 영향을 주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역대 대선에서 선거 일주일 전 여론조사에서 우세한 후보가 당선됐잖아요. 이번에도 그럴까요?
"일주일 전에 이긴, 오차범위 내에서 1%포인트라도 더 높은 사람이 이겼던 건 역대 선거 때마다 그래왔던 거고요.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우위 후보가 모든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로 일치하지 않았고요. 선거 전 마지막 공표 여론조사에선 양강 후보가 동률을 기록한 여론조사도 있습니다. 다만 지금 인구 구조상 60세 이상 인구가 지난 대선 때보다도 더 늘어났잖아요. 그래서 꼭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가 아니더라도 애당초 지형 자체가 보수 후보한테 유리한 국면이기는 하지만, 유리한 구도일 뿐, 정말 유권자들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안지현의 여기'는 끝난 건가요 아니면 이후에도 계속하는 건가요?
"여러분들의 반응이 좋아서 다시 원하면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공식적으로는 지난 목요일 마지막 '안지현의 여기' 방송이라고 얘기하고 방송을 마친 상태입니다."
안지현 대선 여론조사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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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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