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판사를 연기한 배우 김혜수.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판사를 연기한 배우 김혜수. ⓒ 넷플릭스


 
 
소년범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게 다룬다는 제작진의 진심이 통한 걸까.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김혜수는 "복합적인 이유로 기뻤다"고 한다. 예민하고 쉽지 않은 소재를 통해 사람들에게 화두를 던지고자 하는 마음을 읽은 그는 "소년범과 소년범죄를 고민하게끔 하는 이야기 방식이 좋았다"며 출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지난 4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김혜수는 한껏 기운이 넘쳐 보였다. 드라마나 영화 개봉 직전 진행되는 언론사 인터뷰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김혜수가 느낀대로 지난 2월 25일 공개된 드라마는 단순히 강력 범죄 전시나 주인공 중심의 서사에서 벗어나 소년부 담당 판사와 해당 조직 시스템은 물론이고, 범죄 가해자와 피해자의 생리까지 균형감 있게 다루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분명했던 출연 이유
 
"이런 예민한 소재의 드라마를 통해 우리 사회에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가 가장 좋았던 건 메시지 전달을 위해 자극적 장치를 하기 보단 모든 대사와 캐릭터들이 본질에 닿아 있다는 점이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봐야 할 이유가 명확했다. 배우들이 제대로 해내서 시청자분들 동의를 얻어야만 이런 작품이 더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과거에 소년범죄로 인한 상처가 있던 심은석 판사는 대놓고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선언하며 모든 사건에 사적 감정을 섞지 않는다. 심지어 상사인 부장 판사에게도 날을 세워 결국 법원을 나가게 만들기도 한다. 이 모습이 때론 무모하고 독단적으로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의 선택과 행동에 당위성이 생긴다. 김혜수 또한 촬영 전까지 여러 법조인을 만났고, 재판을 참관하며 나름의 사례 연구를 했다고 한다.
 
"며칠 걸쳐서 여러 분을 뵈었다. 가장 처음 만난 판사님이 기억에 남는다. 소년범죄 중 강력사건인 경우는 1퍼센트 미만이라더라. 하지만 범죄양상이 잔인해서 강하게 체감되는 거라고. 그 강력사건 때문에 청소년 범죄 자체가 왜곡되는 현상을 말씀해주셨다. 여러 소년 재판을 보면 곡소리가 많이 들린다. 보호자가 아예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사건 자체가 아닌 감정에 빠진 보호자들도 많이 있다. 어른들이 과연 청소년 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범죄를 옹호하는 게 아니다. 제 역할을 못하는 어른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강렬한 대사지만 심은석은 정말로 소년범죄와 범죄자를 혐오한다. 그런데 지켜보면 범죄를 혐오하되 어떤 선입견도 갖지 않고 법조인으로, 어른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 균형감을 가져가는 게 중요했다. 드라마 안에서 심은석도 성장했지만, 저도 성장했다. 대사로 나오듯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 혹은 피해자의 가족이 될 수도 있다. 스스로도 반성했다. 사회 현상에 관심을 나름 두고 알고 있었다고 자만했더라. 하지만 그게 매우 편협했음을 알게 됐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감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 이 사회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 문제는 무엇인가 생각해야 하겠더라."

 
'소년심판' 가족극으로 접근 김무열, 김혜수, 이정은, 이성민 배우가 22일 오전 비대면으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가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5일 공개.

▲ '소년심판' 가족극으로 접근 김무열, 김혜수, 이정은, 이성민 배우가 22일 오전 비대면으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년심판>은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가 지방법원 소년부에 부임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소년범죄와 그들을 담당하는 판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5일 공개. ⓒ 넷플릭스


 
다른 신념의 충돌
 
드라마의 묘미 중 하나는 심은석 판사를 둘러싸고 다른 판사들이 각자의 철학과 가치관을 내세우며 격론을 벌이는 장면이다. 22년간 소신과 소년법 개정에 강한 신념을 품어 온 강원중 부장판사(이성민)는 결국 자신의 아들이 사학 비리에 연루된 사실을 무마하려다 법복을 벗는다. 후임으로 온 나근희 부장판사(이정은)는 쌓여만 가는 재판 건수에 "소년재판은 속도전"이라는 철학을 고수하다가 또다른 범죄가 이어졌다는 사실에 결국 사과하게 된다.
 
김혜수는 이런 다른 법철학과 신념의 충돌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우리 법조계 현실을 반영한 부분이 있다"며 그는 말을 이었다.
 
"전국에 소년부 판사의 수가 20여 명 남짓이라더라. 1년에 판사 1인당 3만 건 이상 사건을 만났다. 나근희 판사 입장에선 그 모든 걸 빠르게 판단해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거든. 그러다 뭔가 중요한 걸 놓치게 되는 걸 드라마는 짚고 있다. 또 한 편에선 소년법 개정을 위해 법조계 경력을 바치는 분도 계시다. 한 명의 소년범 갱생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인력과 시스템이 조성돼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각 판사 캐릭터마다 신념이 녹아 있다. 네 판사들이 서로 첨예하게 부딪히다가 화합하기도 한다. 김무열씨가 맡은 차태주 판사 같은 분도 실제로 계신다. 심은석 판사가 주인공이라 상사에게 대들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 또한 법조인으로서 소년범을 대하는 태도와 연관이 있다. 다들 신념인 셈이다. 그 신념이라는 게 상황에 따라 변한다면? 그건 신념이라 볼 수 없지."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판사를 연기한 배우 김혜수.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 판사를 연기한 배우 김혜수. ⓒ 넷플릭스


 
자신이 목격한 법조인의 현실을 언급하면서 김혜수는 동시에 반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원중도 나근희도 신념과 소신을 굽히지 않았지만, 실수는 인정하고 반성함으로써 드라마 안에서 성숙한 성장을 하게 된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 정말 중요한 건 그 다음이야'라는 심은석의 대사가 힘을 얻는 이유다.
 
"실제 소년부 판사분들은 실제 사건에 대한 책임 범위가 훨씬 넓다. 그걸 잘 수행할 시간적 여유가 정말 부족하지. 판사마다 소년범을 대하는 태도도 상당히 다르다. 나근희 판사는 그런 현실적 법조인의 모습을 일면 보여준다. 그러다 본인이 중요한 걸 놓치고 있음을 깨닫고 '어른으로서 미안합니다' 하고 고백한다. 우리 사회 전역에 필요한 모습 아닐까.
 
개인적으로 심은석 대사 중 '오늘 판결은 소년범들에게 내리지만 이 판결의 무게는 보호자들이 함께 느끼셔야 한다'는 말과 차태주 판사의 '누구나 소년범을 비난 할 수 있지만, 기회는 판사만이 줄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기회를 준다는 건 부드럽게 처리한다가 아닌 책임을 지우고 지켜본다는 의미다. 또한 나근희 판사의 '미안합니다. 어른으로서'라는 대사는 법관 입장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즉 소년범죄에서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상징하는 것 같다. 어른으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에 다같이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도 김혜수는 반복해서 반성이라는 화두를 놓지 않았다. 최근 부쩍 SNS 활동을 늘리는 이유도 <소년심판>을 한 명이라도 더 볼 수 있길 하는 바람에서라고 한다. "사회 현상에 우리가 얼마나 감정적으로만 접근했나. 출연 의미가 너무 제겐 명확했기에 현장에서도 뭔가 울컥하는 게 있었다"며 김혜수는 "우리 작품을 보신 분들이 여러 의견을 나누고, 토론도 하시는데 그게 제작진이 가장 바랐던 것"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한껏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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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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