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5회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5회 ⓒ tvN


1998년, 시대에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이야기가 점점 무르익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 작품을 보며 자신의 스물다섯 혹은 스물하나의 시간들을 떠올리고, 또한 풋풋했던 그때를 함께 지낸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린다.

6화까지 공개된 나희도(김태리 분)와 백이진(남주혁 분)의 이야기를 통틀어 가장 뭉클하고 슬펐던 건 단연 5회 엔딩신일 것이다. 이진이 버거운 현실을 못 버티고 포항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몇 개월을 이별해야 했던 두 사람이 상상 속에서 함께 눈 오는 밤거리를 달리는 장면, 이진이 보낸 삐삐 메시지를 울면서 듣고 또 듣는 희도의 모습. 

이 엔딩신에서 흘러나온 OST는 두 주인공의 애틋한 감정을 증폭시키며 화룡점정이 되어줬다. 바로 원슈타인이 부른 <존재만으로>란 곡으로, 헤어져 지내는 힘든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아름답게 표현한 노래다.
 
"백이진, 나야 희도. 네가 사라져서 슬프지만 원망하진 않아. 네가 이유 없이 나를 응원했듯이 내가 너를 응원할 차례가 된 거야. 네가 어디에 있든 네가 있는 곳에 내 응원이 닿게 할게. 내가 가서 닿을게. 그때 보자."

희도의 이 삐삐 메시지를 힘들 때마다 반복해서 듣던 이진은 어느 날 대통령배 펜싱대회에서 3위를 차지해 TV 스포츠뉴스에 나온 희도를 보고는 다음처럼 답신을 보낸다.

"보고 싶었어. 근데 봤어. 니가 보여줘서. 그래서 오늘은 웃었어. 풀하우스 14권은 나왔어? 15권 나오기 전에 나타날게. 기다려, 희도야."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5회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5회 ⓒ tvN

 
멀리 있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는 두 사람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순수하고 따뜻한 감정이 '존재만으로'를 가창한 원슈타인의 목소리 덕분에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 원슈타인은 포근한 음색이 장점인 가수로, 다소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일렉트로닉 사운드 기반의 이 곡에 온기를 불어넣어준다. '존재만으로'는 내리는 눈이 잠시 겨울의 추위를 잊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듯, 헤어짐에서 오는 슬픈 감정도 따뜻하게 느끼게끔 만들어준다.
 
2018년 싱글앨범 <거미줄>로 데뷔한 원슈타인은 2020년 엠넷 <쇼미더머니9> 참가자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고, 이후 MBC <놀면 뭐하니?>에서 MSG워너비 멤버로 발탁돼 M.O.M 멤버로 활동했다. 드라마 OST에도 잘 어울리는 음색과 가창스타일을 지녔다는 걸 이번 <스물다섯 스물하나> OST로 증명해낸 셈이다. 
 
Miss you/ 한동안 난 멍하니 지내/ 시간은 바쁜 듯이 흘러/ 바람이 매몰차게 스쳐가네

But I/ 네 생각으로 힘이 나네/ 방금 전에 널 본 것처럼/ 유난히 널 닮은 별 아래/ 세상이 환하게 보여/ 넌 날 빛나게 해/ 존재만으로

직접 눈앞에 보고 있진 않아도,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팍팍한 현실 속에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그런 존재에 대해 노래하는 가사이기에 듣고 있으면 마음이 뭉클하고 따스해지는데 이런 감정을 리스너들은 다음과 같은 댓글들로 표현했다. 

"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가사가 희도랑 이진이 서로에게 하는 말 같다. 힘든 시기에 서로의 존재로 힘을 얻는 희도와 이진이가 너무 부럽다."


많은 시청자들이 희도와 이진이처럼 서로를 순수하게 응원해주는 관계를 부러워한다는 것, 그런 사람이 자신의 곁에도 있기를 바란다는 걸 노래에 달린 댓글들을 보며 알 수 있었다. 아마 이 드라마가 주는 힐링은 그러한 대리만족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다.    
 
환한 네 미소처럼/ 넌 나를 빛나게 해/ 존재만으로

노래의 마지막 가사처럼, 존재만으로 나를 빛나게 해주는 사람이 누구에게나 한 명은 존재할 것이다. 이 노래를 듣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그 사람을 떠올린다면 버거운 일상에서도 숨이 트이는 작은 창문 하나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존재만으로'는 희도와 이진이의 진심이 가장 잘 표현된 OST이자, 듣는 이들 마음에 잔잔한 힘이 되어주는 노래다.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OST '존재만으로'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OST '존재만으로' ⓒ 스튜디오 마음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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