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순위를 떠나서 누가 뭐래도 현재 리그 최고의 선발진을 갖춘 팀은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다. 

수치에서도 kt 선발진의 위력이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해 kt 선발진의 QS(퀄리티스타트)는 무려 76회로,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70회 이상의 QS를 기록한 팀이었다. QS를 달성한 경기 수(76경기)가 그렇지 못한 경기(68경기)보다 더 많았다는 이야기다.

외국인 투수 2명이 완벽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와 윌리엄 쿠에바스가 합작한 승수는 22승으로, 144경기 동안 팀이 거둔 승수(76승)에 비하면 많지 않았다. 결국 국내 투수들 중에서 누군가 받쳐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 그 중심에는 고영표라는 최고의 에이스가 존재했다.
 
 현재 부산 기장군에서 진행되고 있는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인 KT 위즈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

현재 부산 기장군에서 진행되고 있는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인 KT 위즈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 ⓒ kt 위즈

대부분의 지표서 상위권... 더 강해져서 돌아온 고영표

2014년 2차 1라운드 10순위로 kt의 부름을 받은 고영표는 팀이 1군에 진입한 첫해부터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특히 군입대를 앞두고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으로 140이닝 이상을 소화하는가 하면, 2년간 완투도 다섯 차례나 기록했다. 향후 kt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돌아온 2021년, 고영표는 더 강력한 투구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지난해 26경기 166⅔이닝 11승 6패 1홀드 ERA 2.92로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입대 전보다 기복이 줄었고, 경기당 6이닝 이상 소화도 거뜬하게 해냈다.

대부분의 지표서 고영표의 이름이 상위권에 올랐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가 1.04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서 가장 낮았던 고영표는 탈삼진 130개, 사사구 41개로 K/BB(삼진/볼넷) 비율에 있어서도 1위를 차지해 흠 잡을 곳을 찾기 어려웠다.

군 공백기에도 기량이 향상됐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패스트볼만 놓고 봤을 때 평균 구속(137.2km)은 입대 직전 시즌이었던 2018년(134.9km)보다 2km 이상 증가했고, 피안타율(0.251)은 2018년(0.373)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고영표의 주무기인 체인지업도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냈다. 구사율(40.5%)은 2018년(41.1%)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피안타율(2018년 0.252→2021년 0.188), 피장타율(2018년 0.367→2021년 0.274) 모두 낮아졌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잠수함 투수, 이강철 감독은 올해도 고영표에게 기대를 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잠수함 투수, 이강철 감독은 올해도 고영표에게 기대를 건다. ⓒ kt 위즈

 
올해도 고영표에게 에이스 노릇 해주길 바라는 kt

정규시즌에는 주로 선발로 활약하던 고영표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지난해 10월 30일 SSG 랜더스전)부터 한국시리즈까지는 불펜 투수로 경기 후반 주권, 김재윤과 함께 필승조 역할을 소화했다. 단기전의 특성상 많은 선발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이강철 감독은 중요한 순간에 1~2이닝을 책임질 수 있는 고영표를 불펜으로 전환시켰다.

결과적으로 이 감독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고영표는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서 4경기 중 3경기에 등판해 4⅔이닝 2홀드 ERA 3.86을 기록,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덕분에 kt는 불펜 투수를 대거 아끼고도 손쉽게 시리즈를 끝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엔트리에도 승선해 가능성을 확인하는 등 팀과 개인 모두에게 2021년은 잊을 수 없는 한해로 남았다. kt는 선수의 공헌도를 인정해 고경표에게 지난해(1억 2천만 원)보다 무려 150%가 인상된 3억 원의 연봉을 안겼다. 고경표는  올 시즌 팀 내 연봉 협상 대상자 중에서 최고 인상률의 주인공이 됐다.

'불펜 투수'는 잠시뿐이었고, 다시 '선발 투수'로 돌아갈 시간이다. 올해도 데스파이네, 쿠에바스에 이어 3선발은 고영표의 몫이다. 나머지 선발 두 자리를 맡을 소형준과 배제성, 선발과 불펜을 오갈 수 있는 엄상백까지 잘 던져주면 kt는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다만, 고영표가 지난해와 같은 활약을 보여줘야 최고의 시나리오를 꿈꿀 수 있다.

외국인 타자 교체를 비롯해 타선이 조금 약하다고 해도 충분히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것을 2021년의 kt가 입증했다. 올해도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마운드에 설 고영표가 리그 최고 잠수함에 걸맞은 호투를 펼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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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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