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만 24세 이하의 부모를 '청소년 부모'라 부른다.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태어난 27만 명 중 1만 명이 청소년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당연히 축복받아야 할 생명이지만 이들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또한 청소년 부모에 대한 정책이 현저하게 적어 부모와 아이 모두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이들이 처한 현실적 문제는 무엇일까. 

지난 11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청소년 부부의 오늘-어리지만, 부모입니다' 편이 방송되었다. 길거리로 쫓겨난 청소년 부모 이야기로 시작한 이 날 방송은청소년 부모들의 목소리를 통해 법과 제도의 미비점을 짚었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6일 '청소년 부부의 오늘-어리지만, 부모입니다' 편 취재한 이이백 PD와 전화 연결했다.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주제가 이전에 했던 것보다 어렵게 느껴졌어요. 왜냐하면 이게 청소년 부부의 이야기라 실시간 댓글 창에서 욕하시는 분들도 꽤 많았어요. 저희 출연자분들이 미성년자라 예상하지 못한 반응은 아니었지만 마음이 무겁긴 하더라고요. 방송 끝난 직후에 보통 후련한 마음이 드는데 이번엔 심적으로 (마음이) 무거웠어요."

- 청소년 부모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사실은 저도 청소년이 출산하고 부부로 같이 아이를 키운다는 걸 상상해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몇 년 전 보호 종료 아동을 주제로 방송을 다룬 적이 있는데요. 같이 진행했던 단체로부터 청소년 부모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한번 다뤄볼까 하고 시작하게 됐어요."

- 취재는 어디부터 시작하셨나요?
"제일 처음에 청소년 부모들을 만나는 것부터 시작했어야 했어요. 방송에도 얼핏 나오긴 했지만, 사실 자신을 "청소년 부모입니다"라고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까 일단 만나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 청소년 부모를 접촉하는 일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렇죠. 그래도 단체들에서 도움을 많이 주셨는데 이 친구들을 만나서 길게 촬영하는 데까지 설득하는 것도 조금 시간이 걸렸어요. 저희도 그 친구들한테 믿음을 줘야 되니까 신뢰를 쌓는 데 시간이 걸린 거죠."

- 박도윤(가명), 강지우(가명) 청소년 부부의 인터뷰로 시작하셨잖아요.
"이 친구들을 만난 며칠 사이, 본인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바뀌고 있었어요. 임신하고 아이를 같이 키우려고 하는 부부가 있다고 소개를 받고, 약속을 잡는 과정에 있었어요. 그때 그 친구들은 부모님께 말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나중에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부모님께 (임신)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이라 기다리고 있었죠. 이야기가 어떻게 끝났나 궁금해 연락을 취했는데 연락을 안 받더라고요. 그러다가 그날 밤 11시 다 돼서 갈 곳 없어서 길에 있다고 연락이 온 거예요. 부모님과 얘기한 게 잘 안 됐나 싶어서 얼른 만났죠."

- 청소년이 임신하면 (부모의 반대 등으로) 집에서 쫓겨나거나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아요.
"저희 방송을 보면, 집에서 쫓겨나 노숙을 굉장히 오래한 친구도 나와요. 설문 조사한 통계를 보면 일단, 임신한 후에도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경우 수가 한 30% 정도로 상당히 적긴 해요. 노숙을 하거나 모텔 같은 곳을 전전하는 건 극단적인 상황인거고, 친구나 형제가 사는 집 아니면 미혼모 시설 등에서 지내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 청소년 부모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적 문제 같은데. 
"이게 제일 어려운 문제인데 저희가 만났던 출연자분들 위주로 이야기 드리면 밤에 길에서 만났던 친구들 같은 경우 둘 다 미성년이었어요. 그러니 돈 벌 수단이 없는 상태죠. 저희가 방송 전체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이 친구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가정을 유지할 수 있으니 우리 사회가 지원을 조금 더 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였죠. 사실 나이는 시간이 지나면 드는 거잖아요. 그 몇 년 안에 이 친구들이 기초생활 수급 등을 받아서 당장의 생활은 해결할 수 있는 거고요. 이 친구들이 자립해 우리 사회의 평범한 가정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몇 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거거든요."

- 청소년 한부모가 출산한 겨우, 많은 부분이 지원되는데 청소년 부부는 받을 수 있는 게 출산지원금뿐이라고 하더라고요. 
"법을 만드셨던 그 조사관님하고 이야기하면서 저희도 알게 된 건데, 어린 부부가 같이 애기를 낳아서 키운다는 생각을 잘 안하잖아요. 수로 따졌을 때 미혼모·미혼부 수가 훨씬 많은거죠. 청소년 부부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거죠. 그 조사관님 이야기로는 국가가 이제서야 이런 존재가 있다는 걸 인지했다는 거죠. 뒤늦게 인지했기 때문에 법도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 만 24세 이하를 청소년 부모라고 하는 게 좀 이상하더라고요. 만 18세 이하를 미성년자로 하고 그 이후에는 결혼도 할 수 있는 거로 아는데 왜 기준이 다른 걸까요.?
"그 부분은 저도 찾아봤는데 이게 어떤 법은 청소년을 만 24세까지로 하고 또 어떤 법은 만 18세로 하고 그래요. 기준들이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제 생각이지만 경제적 자립 수준을 가지고 청소년의 기준을 정한 게 아닌가 싶고요."

- 응급실 이용하려면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 즉 부모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와요. 혼인신고가 안 되어서 그런건가요?
"일단 미성년자는 보호자가 있어야 응급실 이용이 가능한데 혼인신고도 마찬가지로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할 수 있어요. 그리고 혼인신고를 한 나이라면 미성년자가 아니에요. 방송에서 응급실 이용 이야기를 했던 친구들의 상황은, 여자친구가 미성년자이고 사실혼 관계에 있었어요. 그러니까 법정 대리인 부모가 꼭 있어야 (응급실)이용이 가능하다고 한 거죠. 사실혼 관계라는 것도 그런 응급 상황 중에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 거죠."

- 만약 미성년자인데 부모가 동의해서 혼인신고를 했다면 보호자는 필요없게 되는 건가요?
"혼인신고가 되어 있다고 하면 남편이 보호자가 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친구가 부모한테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죠. 또 어떤 경우, 학대나 가정 폭력 때문에 나와서 생활하는 친구들도 꽤 많아요."

- 청소년 부모는 아이 출산 후 산후조리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아요. 
"저희 출연자분은 진짜 거의 못 했죠. 그 친구는 아이를 출산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예 산후조리를 못 하고 바로 육아를 시작했거든요. 이게 왜 그러냐면 경제적인 문제와도 연결되는 건데 산후조리원에 대부분의 여성들이 출산 후 들어가서 한 2주 정도로 있다 나오잖아요. 근데 한 번 들어갈 때의 비용이 몇 백 만원 정도예요. 다음 달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 청소년 부모에겐 너무 크 돈이죠. 조리원이 아니더라도 산후도우미 도움을 받잖아요. 하지만 이들은 평범한 혼인관계가 아니라 산후도우미 도움도 못 받는거죠. 산우도우미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가 있는데 사실혼 관계에 있는 친구들은 증명해야 할 게 있는 거예요. 그런 절차적인 것들이 꽤 길어지다 보니까 즉각적으로 바로 출산하고 집에 누가 와서 도와주는 게 잘 안되는거죠."

- 청소년복지 지원법이 통과됐던데, 이거면 어느 정도 청소년 부모를 보호할 수 있나요?
"그 지원법이 작년에 통과가 됐어요. 우리 복지 시스템에 청소년 부모라는 카테고리가 하나 더 추가된 거예요. 지원 대상에 청소년 부모도 포함시키겠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아직 구체적인 시행 방법 같은 것들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예요. 그래서 청소년 부모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다른 한부모 가정과 비슷한 정도로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 취재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뭐였나요?
"어떤 식으로 이 청소년 부모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설득될지 그 점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그래서 방송이 끝났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하죠. 이게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지만, 청소년 부모들의 삶을 사람들한테 보여줬다는 것 그리고 이런 친구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 지 방송에서 한번 이야기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요. 방송을 보신 분들은, 이들을 볼 때 함께 사는 이웃 아니면 평범한 엄마 아빠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이이백 시사 직격 청소년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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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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