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과 함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 모양의 불꽃이 터지고 있다.

▲ 불꽃과 함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20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회식에서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 모양의 불꽃이 터지고 있다. ⓒ 연합뉴스

 
제 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2월 20일 폐막식과 함께 막을 내렸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개최된 최초의 동계올림픽이었던 이번 대회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논란과 사건으로 얼룩진 '다크 올림픽'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평화와 화합의 분위기가 강조되었던 4년 전 평창 대회 때보다 냉정해진 국제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듯, 국가간 패권주의와 자국 이기주의, 판정논란, 도핑 파문 등 부정적인 이슈가 속출하며 선의의 경쟁과 공존을 추구하던 지구촌 축제로서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었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베이징올림픽은 코로나19 변종인 오미크론이 전세계를 강타하는 상황에서 방역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시작됐다. 여기에 개최국 중국은 주변국과의 정치적 갈등과 자국 내 인권문제로 인한 서방의 '외교적 보이콧' 등 최근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반중 정서속에서 대회 전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러시아는 국가가 주도한 초대형 도핑 스캔들이 밝혀져 IOC로부터 올림픽 출전을 금지당하여 올림픽에 R.O.C라는 이름을 달고 선수 개인 자격으로만 참가해야 했으며, 북한은 아예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자연히 올림픽 특유의 흥겨운 축제와는 거리가 먼 살얼음판같은 긴장감이 대회 내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이번 올림픽을 통하여 반중 정서가 더 악화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개회식 행사에서 한복을 입은 조선족 여성을 출연시키는 '한복 공정'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대회 초반에는 쇼트트랙에서 집중견제를 받은 한국 선수들이 석연치 않은 판정논란과 중국 선수들의 비매너플레이 등으로 잇달아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국민적 분노가 절정에 달했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 열린 남녀 2000m 혼성 계주에 이어 남자 1000m에서도 판정 논란에 1위를 차지한 선수가 없었음에도 금메달을 목에 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감정이 악화된 한중 양국의 누리꾼들이 대회 내내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올림픽보다 더 치열한 키보드 대전을 벌이기도 했다.
 
대한체육회는 판정 논란이 커지자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밝힐 정도로 강력하게 항의했다. 타국 선수단과 국제 언론에서도 비판적 문제제기가 이어지며 큰 논란이 됐다. 세계의 따가운 시선에 영향을 받은 듯 이후 편파 판정 논란은 차츰 사라졌고, 공교롭게도 이후 중국의 금메달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최민정 올림픽 2연패! 최민정이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최민정 올림픽 2연패! 최민정이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어수선한 상황속에서도 대한민국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고 선전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은메달 5개·동메달2개를 수확하며 14위를 기록했다. 대회 개막전 목표했던 금메달을 채웠고 순위는 오히려 한 계단 더 끌어올렸다. 기대 이상의 뒷심을 발휘하며 불리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여러 종목에서 은메달을 따낸 모습들은 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에게 작은 위로를 선사했다.
 
쇼트트랙은 초반 부진을 딛고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재확인했다. 황대헌(강원도청)에 이어 최민정(성남시청)이 금메달을 수확하며 한국 남녀 쇼트트랙의 자존심을 세웠다. 최민정은 개인전 1500m 금메달을 비롯하여 1000m 은메달, 단체전인 여자 계주 3000m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황대헌이 1500m 금메달과 5000m 계주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각각 획득했다.
 
메달의 색깔보다도 개인적 고난과 시련을 극복한 선수들의 인생스토리가 더 큰 감동을 안겨줬다. 황대헌은 지난 2019년 린샤오쥔(임효준, 중국 귀화)에게 당한 성추행 논란, 최민정은 대표팀 동료였던 심석희에게 당한 비방과 승부조작 의혹 등으로 한동안 마음고생을 해야했다. 올림픽에 돌아오는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대회 기간 중에도 판정 논란과 중국 누리꾼들의 악플 테러 등으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실력과 의지로 자신을 둘러싼 벽을 스스로 뛰어넘었다. 첫 은메달을 따고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했던 최민정은 "판정 논란 등으로 힘들 때 국민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함께하는 올림픽이었다고 느꼈다"고 고백했다. 황대헌도 "계속 도전하다 보면 언젠가는 불가능한 일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전하며 감동을 자아냈다.
 
이밖에도 1500m 김민석(성남시청·동메달)과 500m 차민규(의정부시청·은메달), 매스스타트 정재원(의정부시청·은메달)과 이승훈(IHQ·동메달) 등은 좋은 활약을 펼치며 한국대표팀의 메달 사냥을 도왔다.
 
성적지상주의 벗어난 올림픽
 
베이징에서 누구보다 빛났던 그대여!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일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열전을 마감한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로 국가별 메달 순위 14위(19일 기준)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번 올림픽 대한민국 메달리스트들. 왼쪽 위부터 쇼트트랙 남자 1000m 금메달 황대헌, 쇼트트랙 여자 1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 최민정,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은메달 차민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은메달 정재원-동메달 이승훈,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동메달 김민석,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은메달 곽윤기, 김동욱, 박장혁, 황대헌, 이준서,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은메달 김아랑, 최민정, 이유빈, 서휘민.

▲ 베이징에서 누구보다 빛났던 그대여!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0일 폐회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열전을 마감한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로 국가별 메달 순위 14위(19일 기준)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번 올림픽 대한민국 메달리스트들. ⓒ 연합뉴스

 
한편으로 이번 올림픽에서 느껴진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우리 사회가 과거 같이 금메달에만 집착하던 성적지상주의 관행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는 분위기에 있었다. 예전에는 올림픽같은 대형 스포츠이벤트를 통하여 1등을 차지하는 것을 '국위선양'이라는 측면에서 부각시켰다면, 오늘날의 국민들은 올림픽이라는 무대 자체를 즐기며 정상에 도전하는 과정과 스토리에서 감동을 느낀다.
 
여자 매스스타트에 나선 김보름(강원도청)은 비록 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법원으로부터 4년 전 평창올림픽 당시 '왕따 주행' 가해자라는 누명을 벗으며 재기에 성공하여 박수를 받았다. 박장혁(스포츠토토)은 남자 1000m 쿼터파이널에서 중국 선수와의 충돌로 왼손을 크게 다치는 부상을 입고도 끝까지 대회를 완주해내는 투혼을 선보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첫 메달의 신화를 썼던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강릉시청)'이 4강 진출에 실패하며 2회 연속 메달 획득은 좌절됐다. 하지만 지난 대회 이후 굴곡을 겪으며 약 2년의 공백기를 가져야했던 스토리를 모두 지켜봤던 국민들은, 그녀들이 끝내 포기하지 않고 올림픽 무대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또한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차준환(고려대)은 한국 남자 선수로서는 역대 최고성적인 올림픽 5위에 올랐다. 여자 싱글 부문 유영(수리고)이 김연아 이후 한국 선수로서는 올림픽에서 가장 높은 순위인 6위에 오르며 피겨 불모지에서 다시 한번 희망의 싹을 틔운 것도 주목받았다.
 
각 방송사의 중계진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메달의 색깔보다는 선수들의 경기력과,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서사에 주목하며 이른바 지나친 '국뽕' 중계의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줬다. 다만 이번에도 쇼트트랙 등 일부 인기 종목 등에 편중되어 지상파 3사가 동시에 중계하고, 비인기 종목이나 세계정상급 스타들이 출전하는 타국 경기를 외면하는 관행은 벗어나지 못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키릴 리히터의 '인 메모리엄' 음악에 맞춰 연기를 시작하기 앞서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와 출전 준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키릴 리히터의 '인 메모리엄' 음악에 맞춰 연기를 시작하기 앞서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와 출전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회 후반부에는 '러시아 스캔들'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러시아 출신 카밀라 발리예바는 지난해 말 받은 도핑 테스트의 결과가 올림픽 기간 중 양성으로 나왔는데도 피겨 여자 싱글 경기에 출전을 강행했다.

러시아 코치와 팀닥터 등이 발리예바에게 약물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러시아 측은 이를 부정하고 옹호에만 급급한 데다 도핑 선수의 출전을 방치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역시 비판이 쏟아졌다. 김연아도 SNS를 통하여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국내 중계진은 발리예바의 경기 중계를 거부하는 '침묵 보이콧'을 단행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발리예바는 비판 여론에 부담감을 느낀 듯 부진한 모습으로 메달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또다른 러시아 선수인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는 금메달을 놓친 데 실망하며 눈물을 흘리고 분노하는 장면이 그대로 노출되어 논란에 휩싸였다. 예테리 투트베리제 등 러시아 코치들이 선수들을 시종일관 질책하고 강압적으로 몰아붙이는 장면은 청소년 학대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공정한 경쟁과 스포츠맨십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올림픽 무대에서, 성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잘못이 드러나도 반성하지 않는 러시아의 뻔뻔한 행태는 전 세계 팬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각종 사건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전세계 선수들의 아름다운 도전은 그나마 올림픽 정신의 순수함을 지탱하는 한줄기 빛이었다. 바이애슬론 종목에 출전한 요하네스 보에(노르웨이)는 지난 평창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비롯하여 10km 스프린트, 30km 계주, 24km 혼성 계주에 이어 15km 매스스타트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이레인 뷔스트(네덜란드)는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1500m에서 금메달을 추가해 동·하계를 통틀어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5회 연속 연속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중국의 에일린 구는 프리스타일 스키 사상 최초로 한 대회 메달 3개(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획득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계 스노보드 스타 클로이 김(미국)은 평창 대회에 이어 베이징에서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획득하며 이 부문에서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2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수립했다.

이번 대회 종합 1위는 노르웨이(금메달 16개, 은메달 8개, 동메달 13개)가 차지했다. 독일(금메달12, 은메달10, 동메달5)이 2위, 개최국 중국(금메달9, 은메달4, 동메달2)이 3위, 미국(금메달8, 은메달10, 동메달7)이 4위를 기록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막이 내렸다. 개최국 중국은 성공적인 대회 운영을 자축하고 있지만 세계 언론들은 대체로 이번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훨씬 우세하다. 전세계의 화합과 친목을 다지는 것이 올림픽이 진정한 목적이었는데, 오히려 대회를 거듭할수록 패권적 경쟁과 자국의 이익을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선전도구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감동은 짧고 분노할 거리는 많았던 베이징 대회를 보며 과연 올림픽의 미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근심과 우려가 깊어질 수밖에 없었던 17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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