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왼쪽)과 이승훈이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뒤 함께 태극기를 들고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2.2.19

정재원(왼쪽)과 이승훈이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뒤 함께 태극기를 들고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2.2.19 ⓒ 연합뉴스


역시 한국은 쇼트트랙과 닮은 점이 많은 매스스타트 종목에 강했다.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의 막내 정재원은 19일 중국 베이징 국립스피드스케이팅오벌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에서 7분47초18의 기록으로 벨기에의 바르트 스빙스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함께 레이스를 펼친 맏형 이승훈도 7분47초20의 기록으로 3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남자 매스스타트에 걸린 3개의 메달 중 2개를 가져 왔다.

동북고 재학 시절이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매스스타트 8위를 기록했던 정재원은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에서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2018년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평창올림픽에서 매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이승훈 역시 자신의 올림픽 커리어에서 첫 동메달을 차지하며 전이경,박승희,최민정(이상 5개)을 제치고 역대 동계 올림픽 최다 메달(6개)의 주인공에 등극했다.

스피드로 전향한지 10개월 만에 올림픽 금메달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스케이트를 시작했다가 중학시절 쇼트트랙으로 전향한 이승훈은 2006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500m 금메달을 따냈을 정도로 촉망 받는 쇼트트랙 선수였다. 하지만 안현수와 이호석,성시백,이정수,곽윤기 등 쟁쟁한 선후배 선수들 사이에서 번번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이승훈은 2009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후 다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 돌아왔다.

쇼트트랙 선수 시절부터 강세를 보였던 장거리 종목에 도전한 이승훈은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돌아온 지 6개월 만에 대표팀에 선발됐다. 아무리 장거리 종목의 선수층이 얇고 이승훈이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대단히 놀라운 적응력과 성장속도였다. 그렇게 국가대표 선발 후 한국신기록을 경신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던 이승훈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모두를 놀라게 한 '대형사고'를 쳤다.

5000m에서 6분16초95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건 이승훈은 10000m에서 12분58초55로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따냈다. 물론 장거리 최강자인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가 실격 당하는 행운도 따랐지만 불과 10개월 전까지 쇼트트랙 선수였던 이승훈이 올림픽 챔피언이 된 것은 스피드 스케이팅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진기록이었다. 그렇게 쇼트트랙 유망주였던 이승훈은 1년 만에 스피드 스케이팅 올림픽 챔피언이 됐다.

이승훈은 올림픽이 끝난 후 2011년에 참가한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도 5000m와 10000m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고 신설된 매스스타트까지 우승을 차지하며 3관왕에 등극했다. 이승훈은 2014 소치 올림픽에서도 김철민,주형준과 팀을 이뤄 네덜란드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며 개인전에서의 아쉬움을 씻었다. 그리고 소치올림픽이 끝난 후 이승훈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 왔다.

 바로 2018년 평창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에서 매스스타트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이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자신의 코스를 지켜야 하는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에서 매스스타트는 유일하게 추월과 약간의 몸싸움이 허용된 쇼트트랙과 가까운 종목이다. 20대 초반까지 쇼트트랙 세계 최강 한국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했던 이승훈에게 매스스타트는 그야말로 '맞춤종목'이나 다름 없었다.

30대 중반에 올림픽 메달 따낸 악바리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해 4관왕을 차지한 이승훈은 2018 평창올림픽에서 5000m 5위, 10000m 4위를 기록했다. 5000m에서는 자신의 올림픽 최고기록, 10000m에서는 개인최고기록을 달성했지만 '장거리 강국' 네덜란드의 아성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승훈은 팀추월에서 두 대회 연속 한국의 은메달을 이끌었고 매스스타트에서는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며 올림픽에서 5번째 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이승훈은 2019년 후배선수폭행 논란으로 빙상연맹으로부터 1년의 자격정지징계를 받았다. 서른을 훌쩍 넘긴 이승훈의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은퇴처분이나 다름 없는 징계였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이 끝날 때부터 2022 베이징올림픽 출전을 노렸던 이승훈은 징계가 끝나고 복귀하면서 다시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이승훈은 2011-2012 시즌 대표 선발전에서 정재원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베이징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다.

한국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14개의 세부 종목 가운데 6종목의 출전 티켓을 따지 못했는데 그 중에는 이승훈의 주종목이었던 남자 5000m와 10000m도 있었다. 한국은 앞선 두 번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팀 추월 경기에서도 8개 출전팀 중 6위에 머물러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캐나다와의 5-6위 결정전에서도 이승훈이 결장한 가운데 3분53초77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역시 매스스타트는 이승훈과 한국을 위한 무대였다. 레이스 후반까지 중위권을 유지하며 레이스를 관망하던 이승훈은 2바퀴를 남기고 정재원과 함께 속도를 올리기 시작해 마지막 코너를 돌 때 드디어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승훈은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벨기에의 스빙스와 정재원에게 추월을 허용하며 3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4위를 기록한 미국의 조이 멘티아와 단 0.001초 차이 밖에 나지 않았던 극적인 동메달이었다. 

역대 올림픽에서 6번째 메달(금2은3동1)을 차지한 이승훈은 동계 올림픽 역대 최다메달은 물론이고 동·하계 올림픽을 합쳐도 김수녕, 진종오와 함께 역대 최다메달 타이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승훈은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참가여부에 대한 질문에 "후배들이 성장해 자신이 다음 올림픽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4연속 올림픽 메달을 따낸 이승훈이라면 4년 후에도 7번째 메달을 기대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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