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톡', '썸데이', '블데', '데이톡', '너랑나랑', '모두의이상형', '케이메이트', '커플비', '여보야'... 짐작됐겠지만, 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들은 데이트하고 싶은 사람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이 간혹 검색해봤을 법한 것들이다. 데이팅 관련 애플리케이션 중에서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아마도 '틴더(Tinder)'가 아닐까 싶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 The Tinder Swindler > 포스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 The Tinder Swindler > 포스터 ⓒ 넷플릭스

 
<데이트 앱 사기>(The Tinder Swindler)는 틴더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전문 사기꾼(swindler)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 사기꾼은 이름을 여러 개 사용했고, 여권과 수표 등을 위조해 사용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사이먼'으로 호명된다. 사이먼으로 활동(?)할 때 사기 당했다고 신고한 세 명의 여성이 작품에 직접 등장하기 때문이다. 세실리에, 페르닐라, 아일린. 
 
사이먼은 틴더에서 만난 여러 여성들과 동시에 사귀면서, 그들의 돈을 수억 원 이상 갈취했다. 그의 사기 수법은 일명 돌려막기 사기(ponzi game). 즉 세실리에한테서 받은 돈을 페르닐라와 여행하며 펑펑 쓰고, 또 페르닐라에게서 받은 돈을 아일린과 데이트할 때 탕진하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그의 사기행각을 측면에서 협력하는 동업자들도 있었는데, 여성들은 사이먼과 데이트하는 중에 그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녀들은 그들을 경호원이나 회사 직원 정도로 인식하고 넘어갔다. 
 
사이먼 일당은 여성들이 입금해준 돈으로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초호화생활을 유지하다, 피해 여성들의 제보로 결국 체포되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인터폴에 의해 그가 체포되는 일련의 과정이 할리우드 스파이 영화처럼 긴박감 있게 연출되어있어 흥미롭다. 

사이먼 이야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 The Tinder Swindler >의 한 장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 The Tinder Swindler >의 한 장면 ⓒ 넷플릭스

 
사이먼은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어가며 꽤 영리하게 사기를 쳤다. 어떤 이에겐 달콤한 데이트 상대가 되어주었고, 어떤 이에겐 책임감 있는 아이돌보미(베이비시터)로 다가갔고, 어떤 이에겐 우정 깊은 친구로, 혹은 돌봄이 필요한 가여운 청년으로 접근했다. 사이먼은 상대의 긴급한 필요를 간파해 그 필요를 채워주면서, 동시에 자신이 진실된 사람이라는 것을 수시로 어필하며 차근차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나갔다. 

그러다 일정 기간이 지나 사랑이든 우정이든 연민이든 일단 상대의 마음을 얻었다 싶은 때가 오면 사이먼은 본색을 드러냈다. 자신이 불행한 곤경에 빠졌음을 알리는 사진을 전송하면서 급전을 요구했다. 자신의 곤경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고(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이야), 금액이 부족하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돈을 보내도록 유도했다. 그가 여러 피해자들에게서 갈취한 금액은 무려 1천만 달러 이상이다(한화로 1백억 원이 넘는 금액).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놓는다"는 속담이 있다. 사이먼 같은 인간이 바로 그 미꾸라지 같은 인간이 아닐까 싶다. 애플리케이션 혹은 인터넷을 통한 데이트에 대한 여성들의 깊은 의심은 (수많은 선량한 남성들이 있겠지만) 이 미꾸라지 같은 인간(들) 때문에 강화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꾸라지 같은 이 인간은 미꾸라지답게 법망을 미끄럽게 잘도 빠져나갔다. 다만 거액의 대출금 변제로 인한 경제적 고통뿐 아니라, 배신감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까지 겪은 피해자들이 유럽 여러 나라에 걸쳐 수없이 많은데도, 그를 감옥에 오랫동안 붙잡아둘 법률이 충분치 않았으니, 하는 말이다. 실제로 전격 체포된 사이먼은 본국 이스라엘로 압송되어 재판을 받고 감옥에 들어갔지만 불과 5개월 뒤에 출소했단다.  
 
전과자이긴 하나 현재 자유인인 사이먼은 유료 비즈니스 컨설팅 웹사이트를 버젓이 운영하며, 이스라엘 애인(모델)과 함께 지낼 뿐 아니라 심지어 틴더 활동도 재개했다. 그는 오늘도 진실한 데이트 상대를 애타게 찾는 여성, 믿음직한 친구나 일꾼을 찾는 이들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낼) 사전 정지작업을 착착 다지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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