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시사기획 창> '암수범죄, 아동학대를 부검하다' 편의 한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 '암수범죄, 아동학대를 부검하다' 편의 한 장면 ⓒ KBS

 
아동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학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다 보니, 학대 사실을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즉 아동학대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높다. 아동학대는 어느 정도고 아동학대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일까?

지난 6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암수범죄, 아동학대를 부검하다' 편이 방송되었다. 경남의 한 무용학원에서 일어났지만 은폐되었고 사건 발생 5년 만에 밝혀진 아동학대 살인 사건으로 시작한 이 날 방송에서는 아동 전문가와 함께 최근 2년 동안 법원의 1심 형사 판결문 1,400여 건을 전수 분석해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진단하고 해외 사례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시하는 내용을 담았다.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취재물이 있을 것 같아 지난 8일 '암수범죄, 아동학대를 부검하다' 편을 취재한 이형관 KBS 창원총국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지난 6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암수범죄, 아동학대를 부검하다' 편을 취재 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판결문 내용 속에 있는 아이들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괴로운 일이라서 저희가 하면서도 힘들었던 아이템이었어요. 어쨌든 방송은 끝냈는데 저희가 방송 나간 날에도 아동학대 사건 관련된 뉴스가 터졌어요. 그러니 이게 어려운 문제고 바꾸기가 힘들다란 생각에 무거운 마음을 갖고는 있죠."

- 아동학대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어요?
"작년 10월쯤 아동학대 사건 관련된 제보가 왔어요. 그거 관련해서 뉴스를 만들기 위해 취재를 했죠. 언론에서 아동학대 아이템 다루는 방식이 제보가 오면 피해 사실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향후 진행 상황 쫓아가는 정도에 그치거든요. 그렇다 보니 한번 아동학대 관련 아이템을 하고 금방 잊히기 마련이에요. 때문에 이게 구조상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러면 아동학대 범죄가 왜 반복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뉴스에 나오는 사건 말고도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있지 않을까 알아보게 됐어요. 그래서 판결문을 한번 전수 분석 해보자고 해서 시작하게 됐죠."

- 기자님은 평소 아동학대 문제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꾸준한 관심을 갖지는 못했어요. 아동학대 관련 신고 전화번호가 112인데요. 사실 저는 그것도 잘 몰랐어요. 제가 아는 수준도 뉴스에 나오는 아동학대 사건 정도였죠."

- 그럼 취재하며 생각이 달라진 부분 있나요?
"일단은 저도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이 아동학대 사건의 대부분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은 사건들이 굉장히 많았고요. 신체적 학대가 제가 알고 있는 학대의 전부였던 것 같은데 아이를 방치하거나 아니면 욕설 하거나 소리 지르는 것도 다 학대 범죄에 포함됩니다. 이것도 분명히 법에서 규정하는 학대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게 됐던 것 같아요."

- 학대와 체벌은 전혀 구분되지 않나요?
"체벌하면 학대입니다. 민법상 지금 징계권도 삭제가 됐기 때문에 아이를 징계하거나 처벌할 수 없어요. 아동복지법상 금지된 행위인 거고 다른 훈육 방법들이 필요한 거죠."

- 방송에 가장 먼저 소개된 게 김보라(가명) 양 사건이었어요. 
"경남의 한 무용학원에서 있었던 사건이고요. 무용수를 꿈꿨던 10대 소녀들이 있었어요. 보라는 맏언니였어요. 이 친구가 무용도 잘하고 춤도 잘 췄던 아이인데 언젠가부터인지 낯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던 거죠. 그리고 학교를 갑자기 자퇴한 후 2013년 어느날 보라 양이 무용학원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이 됐었죠. 당시 국과수 부검까지 거쳤지만 사인을 알 수 없는 단순 변사 사건으로 종결이 됐어요. 그 이후 5년 뒤에 익명 신고를 통해 사건 재수사에 들어갔고 알고 봤더니 무용학원 원장이 수년간 학대를 지속해 왔고 사망의 원인이 됐던 학대가 물고문이었다는 거죠."
 
 KBS 1TV <시사기획 창> '암수범죄, 아동학대를 부검하다' 편의 한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 '암수범죄, 아동학대를 부검하다' 편의 한 장면 ⓒ KBS

 
- 보라의 부모님은 없나요? 문제제기 하지 않은 게 이상하거든요.
"아이는 무용학원 원장 집에서 숙식하고 부모와 떨어져 살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외부에 발견되기가 쉽지 않았죠. 그러나 저희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게, 어떻게 수사해서 사인 불명으로 끝날 수가 있지라는 부분이었어요. 저희가 부검 감정서를 봤는데 그때도 학대 정황들은 적혀 있었어요. 보통 학대를 받으면 신체의 상처 흔적들이 남잖아요. 그런 것들은 다 발견이 됐는데 이게 국과수에서 사인규명할 때 목격자 증언 같은 것들이 경찰 초동 수사 때 있었던 증언과 일치해야 된대요. 즉 이게 타살이라면 누군가 죽였다는 것에 대한 추정적인 증언이라든가 목격자 증언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없었던 거죠."

- 학대가 일어나면 아이가 소리를 지를 것 같거든요. 그런데 아무도 몰랐을까요?
"저희도 취재하면서 그 부분을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학대를 오랜 기간 당했어요. 맞았을 때 소리를 지르지도 못할 만큼 정신적으로도 이미 종속이 되어 있던 상태였고, 애들이 학교에 등교도 했거든요. 망치로 머리를 맞았으니 상처도 있었을 텐데, 학교에서도 무관심했었던 거죠. 생각보다 우리가 주변 일에 무관심하잖아요. "

- 2013년 보라 양이 사망한 후 부검했지만 단순 변사 사건으로 종결됐습니다. 그런데 5년 후인 2018년 경남의 한 형사가 국과수에 의뢰했다고 나오던데 5년 후면 시신이 부패했을 거 같거든요. 다시 부검한 건가요?
"어떻게 된 거냐면 2013년에 사망하고 부검하기 전 응급실에서 사망 선고 내릴 때 검안을 했었는데 그때 의사 선생님이 이상하다 싶어서 CT 사진 찍어놓은 게 있었어요. 그리고 부검하고 끝이 납니다. 그리고 5년 후 신고가 들어가서 다시 보거든요. 그런데 이건 시신을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1차 부검했던 자료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에요. 그래서 그때 서울대학교 유성호 교수님께서 1차 부검했을 때 있었던 CT 사진에서 기도와 폐에 물체 액체가 저장돼 있던 걸 확인을 한 거죠."

- 2013년 부검결과로 2018년에 학대를 밝혀낸 건데, 2013년 당시에 수사나 부검을 잘못한 건가요?
"부검은 원래 결론을 내지 않아요. 경찰 수사에서 부검과 현장에서 수사했던 자료를 합쳐서 결론을 내리게 되는 거죠. 부검이 잘못됐던 건 아니었고 부검에서도 그 결과들이 대부분 나왔어요. 사실 여기는 저도 의문이 남기는 해요. 그러나 저도 사실은 1차 수사를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취재 못했거든요. 그런데 간혹 이런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 최근 2년 동안 벌어진 아동학대 사건의 1심 판결문 1400여 건을 전수조사했는데, 어떤 사건들이 있었나요?
"저희가 읽은 건 사실 2천 건이 넘어요. 그중에 분석 대상으로 포함시켰던 게 1406건이었습니다. 사건들은 차마 방송에 담지 못할 만큼 잔혹해서 읽기가 힘들었고 우리가 몰랐던 학대 사건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싶었죠.

가해자는 대부분 보호자였어요. 부모와 계모 계부를 모두 포함하니까 보호자란 단어가 더 적절할 것 같고요. 범행 장소도 주거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어요. 그렇다 보니 외부로 드러나기가 어렵죠. 그리고 부모가 학대를 저지르더라도 집안 일인데 개입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외부인은 신고를 망설이게 되잖아요. 그래서 범죄로 사건화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죠."
 
 KBS 1TV <시사기획 창> '암수범죄, 아동학대를 부검하다' 편의 한 장면

KBS 1TV <시사기획 창> '암수범죄, 아동학대를 부검하다' 편의 한 장면 ⓒ KBS

 
- 광주광역시에서 벌어진 아동학대 사건 방송 장면도 충격적이었어요.
"그게 아동학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아닌가 생각해요. 원본영상에 주변 사람들이 가만히 있었던 모습을 관찰했어요. 저희가 생각하기에는 그분들이 가만히 멈춰서서 봤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느꼈겠죠. 다만 그 학대를 말리는 등 적극적인 개입을 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고 봅니다. 남의 집 일이기 때문에 다가가기 힘들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기가 어려웠을 것이고 전문가 얘기도 아마 목격자가 15명 가량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경찰에 신고된 건수는 단 1건이었거든요. 신고했던 사람이 고등학생이었어요. 그러니까 청소년기를 지나거나 아니면 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양육자의 경우에는 이 문제에 공감하는 거죠. 그 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개입할 만큼 공감 능력이 조금 떨어지지 않나 보고 있습니다."

- 방치의 경우도 학대로 들어가나요?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행위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에 해당하고요. 그게 별거 아닌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저희 방송에 나왔던 소망이 사건처럼 아이가 죽음에도 이를 수가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큰 아동학대 행위로 보고 있고 미국 같은 경우에는 방임을 엄청 중하게 다뤄요."

- 정부는 매년 만 3살 아동을 직접 찾아가 아동학대로부터 안전한지 확인한다던데 왜 만 3살 아동에게 확인하는 거죠?
"모든 아동을 전수조사하기에는 일단 인력적으로 한계가 있죠. 때문에 정부의 입장은 아동이 본인의 의사를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시기가 만 3세로 보더라고요. 지금 영유아보육법상 그렇게 기준을 잡고 있어서 그 기준에 맞춰서 진행한다는 게 보건복지부 입장입니다.

그러나 아동학대 사망 사건, 중상해 사건의 경우에 영유아도 굉장히 많아요. 만 3살 미만도 엄청 많은 거죠. 소망이도 16개월이었잖아요. 아이들을 구해줄 수 있는 여건 조성이 되게 중요한 건데 보통 영아들의 의사 표현은 우는 것 외에는 없잖아요. 만 3세 이상으로 한정해서 조사한다는 게 제도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국회에서도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사건의) 패턴이 있어요. 아동학대 사건이 뉴스에서 터지면 언론이 집중포화를 하죠. 그러면 사람들이 화를 내요. 그럼 국회에서 법안을 마구잡이로 쏟아냅니다. 그런데 그게 지나면 또 잠잠해져요. 또 그 법안들이 제대로 준비된 법안이 아니다 보니 오히려 현장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데 더 방해가 돼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무엇일까요?
"제가 반성을 제일 많이 했어요. 아동학대 범죄 신고 번호가 112로 통합된 것도 몰랐으니까요. 내가 얼마나 아동학대 무지한지를 알게 됐고요. 이런 무관심들이 저변에 퍼져 있어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고요. 그래서 타이틀도 '암수 범죄'라고 했어요. 드러나지 않는 범죄이기 때문에 관심이 역설적으로 더 필요한 거잖아요."

- 취재했지만 방송에 담지 못한 부분 있나요?
"저희가 어제(7일) 로컬에서 뉴스로는 냈는데 사회적 실험을 하나 했었어요. 아이 아동학대 상황을 연출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한번 봤었거든요. 광주 사건 때문에 했던 건데 그때도 광주 사건이랑 비슷한 결과가 나와서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지 않냐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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