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앞둔 고3 교실.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진은 언니(수정)를 흉내내며 이중생활을 한다. 지훈의 SNS를 염탐하던 찬영은 수진의 계정을 발견하고 서로의 정체를 모른 채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만화작가 현아는 게이 데이팅앱에서 찬영의 사진을 발견하고, 승우가 업로드한 범인이라는 게 밝혀진다. 궁지에 몰린 승우는 친구들의 비밀을 폭로하고, 지훈은 수정으로 알려진 계정의 주인을 의심한다.

데이트부터 취미를 공유하는 앱까지 SNS가 유행을 타면서 우리는 가상의 공간에서 원래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사회적 관계를 꿈꾼다. 자신에게 처한 '본캐'와 자신이 바라는 '부캐' 사이에서 이들이 원하는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예상치 못한 비밀을 알아차린 채 서로 다른 자아의 경계에 서 있는 19살의 이야기. 이것은 픽션이라는 조미료를 치지 않았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그대로 옮겨왔다. 
 
 미성년과 성인,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서 있는 19살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뮤지컬 <#해시태그>의 한 장면

미성년과 성인,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서 있는 19살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뮤지컬 <#해시태그>의 한 장면 ⓒ 필립리

 
2021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 창작뮤지컬 부문에 선정된 < #해시태그 >(2월 8~20일, 아트원씨어터 2관)는 청소년이 주인공이다. 인물뿐 아니라 음악, 행동, 에피소드까지 고등학교 3학년의 모든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마도 2022년을 관통하고 있는 아이들의 고민과 일상, 자아를 그대로 발현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해시태그'는 고3, SNS, 입시, 성 정체성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소재를 이야기한다. 전체 넘버를 친숙한 팝(Pop)으로 구성할뿐 아니라 유행을 타는 춤, 다채로운 사운드로 동시대성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미지의 경계에서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을 발견하길 바라는 작품. 본격적인 공개에 앞서 이번 뮤지컬의 특징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이렇다. 

'미성년과 성인, 현실과 가상 경계에 서 있는 19살.'

청소년이 아니라 왜 굳이 '미성년'이라고 불렀을까. 그것은 작가의 숨겨진 의도라며, 전반적으로 아이들을 '미완성'의 상태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작가와 함께 이 작품의 출발점을 함께한 문소현 작곡가(30)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이렇게 되돌아봤다.

"고 3때를 돌이켜 봤어요. 1년만 지나면 성인이 되는데, 막상 되고보니 갑자기 어른이 된 게 아니더라고요. 여전히 할 수 있는 게 부족하고, 배워야할 게 많았던 거 같아요."
 
그동안 청소년을 소재로 한 뮤지컬은 많았지만, 이 작품은 팝의 색깔이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무엇보다 공연 내내 핫한 팝 음악으로 넘버를 채웠다. 그것은 다양한 인물의 심리를 전달하기에 단조로운 것보다는 다양한 사운드가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문 작곡가는 "어떻게 작곡하는 게 의미있을까"를 고민했는데, "무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각양각색이라, 팝(Pop)의 어법으로 작품을 커버했다"고 소개했다. 
 
90분 내내 티브이(TV)를 틀어놓은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대중팝의 느낌을 가진 넘버들이 흘러 나온다. 커튼콜과 엑시트를 제외하면 총 17곡이 나오는데, 특히 '아무도 몰라' 리프라이즈 곡은 같은 음악에 가사만 다르게 만들어 반복시켰다. 이것은 입가를 맴도는 가삿말과 대중이 좋아할 음악으로 듣는 이의 귀를 편하게 만드는 효과를 불러왔다. 

한예종 음악학과를 졸업한 문 작곡가는 자신의 음악활동의 초기를 들려줬다.

"졸업할 때, 뮤지컬 스태프(음악 조감독)로 일했어요. 뮤지컬을 정말 사랑하는데, '계속 이 일을 할 것인가?' '어떻게 나의 자리를 찾을 것인가?'를 고민했어요."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그때부터 함께할 작가를 찾았는데, 우연히 모교(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지금의 작가(김여준)를 만났단다. 당시 작품의 연출이었던 작가도 뮤지컬에 관심이 있다 해서 함께 이야기를 써보게 된 것이다. 약 1년에 걸친 한예종 뮤지컬 아카데미에서 < #해시태그 >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공연이 열리는 두 번째 공연을 앞두고 문소현 작곡가는 대중적인 팝으로 뮤지컬의 넘버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공연이 열리는 두 번째 공연을 앞두고 문소현 작곡가는 대중적인 팝으로 뮤지컬의 넘버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 필립리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음악을 담고 싶었던 문 작곡가는 조감독 당시에는 현장에서 배우들이랑 소통하는 일이 많았지만 음악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았단다. 어떻게 보면 이번 작품이 입봉작으로 화려한 출발을 알린 것이다. 그는 아카데미 기간 중에 8곡을 만들었고, 이후에 작품을 개발하면서 나머지 9곡을 추가했다. 그중에서 대표곡으로 첫 번째 넘버인 '존버'를 꼽았다. 비속어 '존나 버티다'의 줄임말인 존버정신이 담긴 작품을 제일 처음으로 소개했다. '존버'는 작품의 대표 곡이자, "고3때 존버해서 수능을 잘 보고 성인이 되길" 바라는 아이들의 마음을 드러낸 주제이기도 하다. 

작품을 위해서 가상으로 만든 SNS 어플(인사이드)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엔 아이들의 여러 고민이 담겼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기며 살아가는 찬형이, 공부잘하지만 원치 않는 삶을 살아가는 수진이까지 숨박꼭질같은 본캐를 찾아야 하는 재미를 던져준다. 자신을 숨기는 또 다른 자아가 난무하는 이야기를 위해서 많이 에피소드가 녹아 있다. 졸업한 지 오래된 성인 관객의 경우에는 이해하기엔 어려울 정도로 작품의 내용은 디테일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지금의 고3을 엿볼 수 있는 열쇠라 생각한다.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 현실고증을 하자니 다양한 연령층이 이해하기엔 어렵고, 너무 쉽게 풀자니 '이런 대사는 우리 아들도 안 한다'고 피드백을 받았거든요. 대사가 너무 착하다고 말이죠. 지금도 고민을 많아요. 어떻게 중심을 잡아야 할지."

이런 현대극을 하면 누구나 겪고 있는 일상적인 고민을 거치는데, 이번 작품은 '지금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라 덧붙였다.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지 않나요? 5년 뒤에는 지금이 아니라 과거의 이야기가 됐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아예 안하는 것보단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선에서 지금의 이야기를 해보는 게 어떨까요."
 
< #해시태그 >는 감정에 따라서 음악의 종류를 다르게 접근했다. 강압적이거나 짜증날 때는 '락'을 사용하거나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을 땐 잔잔한 '발라드'를 사용한다. 이것은 서로 다른 곡에 따라 배우들의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작가의 메시지와 작곡가의 감정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1년 넘게 같은 주제로 고민해왔던 지난 시간에 대한 이들의 보상으로 보인다. 

모든 곡을 하나의 장르로 구분짓지 않았고, 현대에 올수록 락과 발라드를 구별하는게 어렵기 때문에 곡마다 다양한 느낌을 전해준다. 어떤 곡은 상황에 따라서 락적인 냄새도 나고, 어떤 곳은 펑크적인 색깔도 풍기면서 복합적으로 느껴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팝을 선택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5명의 개성을 살리려다 보니까 음악이 다이나믹해요. 어떤 장르는 다르고 어떤 것은 신나요. 그런데 팝이라는 게 포괄적이잖아요? 담고 있는 장르도 많고, 팝 안에서 최대한 보여주고 싶었어요."
 
문 작곡가는 이 작품의 메시지가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야"라고 외치는 대사라고 말했다. 9회말 2아웃 마지막 역전홈런이 남아있다는 희망을 전해준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인 요기베라(Yogi Berra)가 했던 이 말이 배우의 입말로 전했는데, 이 대사가 전체를 꿰뚫고 있는 작품의 주제다.

마지막으로 문 작곡가는 다음과 같은 바람을 드러냈다. 

"이 아이들의 모습이 그렇게 행복하게 보이는건 아니에요. 모두가 아픔이 있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개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5명의 아이들이 걸어온 길이 서툴고 아플지라도 극장을 나갈 때, 이들의 이야기를 응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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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문화예술 전문 월간지<문화+서울>(문화플러스서울) 편집장을 지냈으며,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다. sortir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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