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지금 우리 학교는' 스틸컷 ⓒ 넷플릭스 코리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 의 열풍이 무섭다. 'All of us are dead(우리 모두는 죽었다)'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이 작품은 미국과 영국을 비롯, 전 세계 54개국 넷플릭스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8일 연속 넷플릭스 세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 오징어 게임 >의 명맥을 잇는 글로벌 흥행 작품으로 우뚝 설 공산이 크다.

고등학교를 무대로 한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은 스스로 <부산행>의 영향권에 있음을 확실히 한다. 좀비를 목도한 주인공 청산(윤찬영 분)이 "야, 부산행이다"라는 대사를 내뱉는다. 청산의 대사가 보여주듯,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가 보편적인 컨텐츠로 자리 잡은, '춘추좀비시대'의 산물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2009년 5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연재되었던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이재규 감독이 연출을, 천성일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성공적인 좀비 아포칼립스다. 고등학교의 급식실, 도서관, 음악실, 교무실, 옥상 등을 무대로 수준 높은 액션과 서스펜스가 펼쳐진다. 특히 음악실의 사투가 만들어내는 긴박감은 <부산행>이나 <킹덤>의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장르의 클리셰를 충실하게 따라가면서도 때로는 묘하게 비껴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의전을 중시하지만 시민의 안전을 걱정하는 국회의원, 자신의 행위를 두고 정합성을 고뇌하는 군 장성 등이 대표적인 예다.

기성 배우들보다 젊고 어린 배우들의 몫이 컸다는 것도 신선함을 뒷받침한다. 주인공 청산 역의 윤찬영과 온조 역의 박지후, 남라 역을 맡은 조이현, 욕쟁이 미진 역의 이은샘, 메인 악역인 윤귀남 역의 유인수 등, 10대에서 20대 배우들이 중심에 섰다.

한편,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교 폭력과 성폭력, 미혼모, 빈부 격차, 왕따, 포스트 코로나 등 현재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를 좀비 아포칼립스의 혼돈에 녹여내고자 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주제 의식을 욱여넣었다는 것이 탈이다. 복수의 주제 의식을 1차원적인 대사와 가혹한 설정으로 전달하고 있어, 산만하다. 여기에 온조, 청산, 남라, 수혁 등 주역들의 청춘 학원 로맨스까지 더해지다 보니, 이야기의 길이가 너무 길어졌다. 12부작이 아니라 8부작 정도였다면, 더욱 집중도가 높아졌을 것이다.

기다리는 안, 오지 않는 바깥
 
 < 지금 우리 학교는 >의 등장 인물 남온조(박지후 분)

< 지금 우리 학교는 >의 등장 인물 남온조(박지후 분) ⓒ 넷플릭스 코리아

 
"나 다시는 어른들에게 아무 부탁도 안 할거예요." - 온조

<터널>(2016), <엑시트>(2019), 그리고 <지금 우리 학교는>. 각기 장르는 다르지만 '기다리는 안과 응답하지 않는 밖'의 구도가 등장했다. 그 중에서도 <지금 우리 학교는>이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결국 이 이야기가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의 시점에서 그려지는 생존기라는 것이다.

세월호 이후의 한국 재난물은 필연적으로 세월호를 연상시키게 될 것이다. 2014년 4월, 우리 대부분이 경험했던 집단 트라우마의 경험은 강렬하다. 부채 의식 역시 자리잡았다. 이제 우리는 '어른이 오기를 기다리는 학생들'만 보아도 8년전 4월을 떠올린다. 노란 리본, 그리고 철조망에 매달려 있는 그리움의 메시지들은 팽목항의 풍경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학생들이 몸을 피한 음악실에서 비디오카메라로 하나둘 자신의 모습을 기록하는 장면 또한 그렇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노골적인 어조로, 우리는 포스트 세월호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어른들이 있어야 할 곳에 어른들이 없다. 어른들에 대한 기대를 걸어 보지만, 응답은 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드라마 속의 지난한 시간은 아이들만이 감당해야 하는 시간이다.

극후반, 준영(안승균 분)이 내뱉는 '집에 가자'라는 대사는 12부작의 작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다. 감히 이 작품에 하이라이트라고 정의하겠다. 아주 간단한 네 글자의 문장이다. 그러나 어떤 타이밍에 등장하는가, 어떤 시대적 맥락 속에 있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포스트 세월호 시대는 이 간단한 대사만으로도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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