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갓 더 비트

갓 더 비트 '스텝 백' ⓒ SM엔터테인먼트


온통 가사 이야기다. 지난 1월 3일 발표하여 현재 차트 최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갓더비트(GOT the beat)의 곡 '스텝 백(Step Back)' 아래에 달린 댓글들 말이다. '가사가 별로다, 이상하다'라는 의견 중간 중간에 '가사가 뭐 어때서, 전혀 안 이상하다'는 반박 댓글 또한 꽤 많다.
 
도대체 노랫말이 어떻기에 이런 열띤 갑론을박이 일고 있는 걸까. 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갓더비트라는 신생그룹을 소개해야겠다.
 
멤버는 보아, 태연, 효연, 슬기, 웬디, 카리나, 윈터. 그룹은 신생이지만 멤버들의 면면은 신생과는 거리가 멀다. 딱 봐도 SM엔터테인먼트가 야심차게 꾸린 어벤져스란 걸 알 수 있다. 소녀시대(태연, 효연)와 레드벨벳(슬기, 웬디), 그리고 최근 급부상한 신인그룹 에스파(카리나, 윈터)에 보아라니 말 다했다. 팀명 갓더비트(GOT the beat)의 GOT이 Girls On Top의 약자라는 설명에 누구라도 '인정'을 외칠 수밖에 없으리라.
 
그럼 이제, 가사를 보자. '스텝 백'은 스토리텔링 형태를 취하는데 그 줄거리를 보면 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에게 '꺼져라, 감히 어딜 넘보느냐'고 호통 치는 내용이다. 호통이라는 단어보다 센 단어가 있다면 그걸 썼을 만큼 이 노랫말의 어조는 매운 맛이다.
 
"You must step back/ 어델 어델 봐/ 너 감히 누구라고 날 제껴/ 이쯤에서 물러나고/ 입 닫는 게 좋을 걸/ 아님 어디 한번/ 기어 올라와 보든가
 
널 짝사랑을 했었니/ 소꿉장난처럼 어릴 때/ 엔간히 끼를 좀 끼를 좀 끼를 좀/ 네가 부렸겠니/ 소싯적 추억 팔이/ 그리 재밌니"

 
초반부 몇 초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이것은 싸우자는 노래란 것을. 내 남자친구가 전 여친인 너를 짝사랑했다고 들었다, 옛날이야기에 머물러 있는 거 안 부끄럽니, 네가 내 남친에게 끼를 얼마나 부려댔으면 그랬을지 짐작이 간다, 아무 것도 아닌 너 따위는 꺼져라, 나와 내 남친은 너와 레벨이 다른 사람이다, 기어 올라와볼 테면 그러든지. 이런 내용에 '가사가 유치하다'는 반응들이 터져 나왔다. 아래와 같은 댓글들이다.
 
"가사 제발 시대 업데이트 좀... 그것 빼곤 다 좋음."
"가사 때문에 따라 부르다가 흠칫하게 되는 노래. 아쉬움."

 
두 번째 댓글처럼, 따라 부르기에 민망한 면이 없지 않다. 태연이 고급스럽고 엄청난 가창력으로 '엔간히 끼를 좀 끼를 좀 네가 부렸겠니'라고 할 때 그걸 듣는 것만으로도 조금 쑥스러워지는데 내가 그 말을 내뱉는 건 오죽하랴. 하지만 반대편 입장의 댓글도 납득은 간다.

"팝 가수 노래들에는 이런 내용 많은데 왜 케이팝에서는 욕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진취적이어서 좋은데? 기존 여아이돌 곡들에 비해 직설적인 가사여서 자신감 있어 보인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이 가사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아직 잘 모르겠다면 노랫말을 조금 더 살펴보자. 후렴구다.
 
"내 남잔 지금 Another level/ 너 따윈 꿈도 못 꿀 Level/ 날 가진 그런 Next level/ 보다시피 Another level/ Don't bring it to me 꺼져줘
 
내 거에서 손 떼 너/ Step back Step back/ 다시 태어나도 안 될 걸/ Step back Step back/ 착한 남자들에게/ 너는 독배 같은 것/ 마실수록 외로워"

 
이렇게나 거친 가사 중엔 귀여운 포인트도 있다. "남자들 다 똑같아/ 내가 뜨면 시선집중/ 여기저기 Flash 터져/ 찍어라 찍어라 찍어라" 하는 부분인데, 윈터 파트인 '찍어라 찍어라 찍어라'는 특히 깜찍하여 따라하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그래라, 예쁜 나 마음껏 찍거라, 옛다' 하고 선심 쓰듯이 허락하는 투에서 허당기가 느껴진 달까, 풉 하고 실소가 나면서도 은근히 그 당당함에 끌린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나 역시 '가사가 대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구시대적이고 여성에 대한 인식 면에서 특히 별로라고 생각하는 데는 변함이 없다. 다만, 그냥 대중가요로 가볍게 듣는다면 대리만족이랄까, 카타르시스랄까 그런 면이 없지는 않다. '스텝 백' 가사와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내게 무례하게 굴던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강펀치를 날리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겠다. 
 
하긴, 노래가 꼭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법은 없을 것이다. 영화에 대입해 보면 간단하다. 따뜻하게 위로를 주는 사랑 영화만 있는 게 아니라 액션 영화도 있고 복수극도 있고 빌런들이 주인공인 그런 영화도 있지 않나.
 
이쯤 쓰다 보니 "가사가 노이즈마케팅?"이라는 댓글만큼 명료하게 이 논란(?)을 바라보는 시선도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실제로 이런 댓글 논쟁이 홍보가 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보다 더 예리한 댓글도 있었다. 아무튼 정답은 없어보인다.
 
"가사 자체가 특별히 논란이 된다기보다는 '걸스온탑'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기대감은 큰데 노래 가사가 거기에 안 맞아서 사람들이 조금 실망한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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