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교사 경석(김태훈)이 담임을 맡은 학급에서 어느 날 도난 사건이 발생한다. 자백하는 아이들이 나오지 않자 경석은 돈을 잃어버린 당사자를 불러 분실한 금액과 동일한 액수의 돈을 손에 쥐어준다. 며칠 뒤 같은 학급의 세익(이효제)이 체육시간에 몰래 들어와 돈을 훔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아이가 나타난다. CCTV에도 비슷한 시간대에 교실을 출입하는 세익의 모습이 찍혔다. 경석은 세익을 불러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묻고는 종이에 상세히 적으라고 주문한다.
 
한편 경석과 이혼한 아내 지현(김현정)은 급한 회사 업무로 인해 그녀가 양육 중이던 딸 윤희(박채은)를 경석에게 맡기게 된다. 경석은 윤희를 차에 태워 자신의 학교로 데리고 온다. 아빠와 윤희와의 관계는 데면데면하다. 엄마에게 가고 싶다며 떼를 쓰는 윤희. 경석이 어르고 달래도 보지만 아빠를 향한 윤희의 태도는 냉랭하기만 하다. 경석은 결국 동행을 거부하는 윤희만 홀로 차에 남겨둔 채 교실로 올라간다.  
  
 영화 <좋은 사람>

영화 <좋은 사람> ⓒ 싸이더스

 
영화 <좋은 사람>은 평소 좋은 사람으로 평가 받고 싶었고, 또한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온 한 교사의 민낯을 들춰냄으로써 좋은 사람이라는 실체의 모호함을 꼬집는 심리물이다.
 
세익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자신의 차로 돌아온 경석. 그런데 조수석에 앉아 있어야 할 윤희가 보이지 않는다. 승용차의 조수석 문은 활짝 열린 채로다. 윤희가 사라졌다. 윤희를 찾기 위해 수소문하던 경석은 경찰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윤희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는 것이다.  
 
사고를 낸 트럭 운전기사(김종구)는 누군가가 윤희를 일부러 도로 방향으로 밀쳤고, 그래서 미처 피할 수 없었다고 항변한다. 이후 경찰 수사는 급물살을 탄다. 윤희를 도로로 밀친 용의자가 밝혀진 것이다. 놀랍게도 세익이었다. 그러니까 사고가 발생한 그날 세익은 경석에게 불려가 학급 도난사건에 대한 진술을 주문 받았고, 이를 마치고 하교하던 도중 윤희를 만나게 된 것이다. 경석은 학급 도난사건의 범인으로 세익을 의심하고 있던 찰나 이러한 사건이 터지자 심증을 굳히게 된다. 
  
 영화 <좋은 사람>

영화 <좋은 사람> ⓒ 싸이더스

 
극 중 경석은 교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반듯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인식돼왔다. 영화 도입부에서 경석은 학급 아이들에게 좋은 사람이란 실수를 하더라도 이를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학급에서 일어난 도난사건을 무리 없이 마무리 지은 경석은 누가 보아도 이상적인 교사로 다가오게 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경석의 선한 의중과 객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좋은 교사의 표본임이 분명해 보인다. 평소 아이들에게도 다정한 태도 일색이었다. 
 
하지만 틈만 나면 좋은 사람의 잣대를 들이대는 그의 행동에 신물이 난 듯 이를 하소연하는 지현의 발언은 어쩐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술 좀 그만 마시라는 충고 역시 평소 진중하고 침착하기 이를 데 없는 경석의 생활 패턴과는 왠지 어울릴 법하지 않은 표현이다. 한 발짝 물러난 곳에서 보이는 경석과 이렇듯 밀착 접촉했을 때에 보이는 경석은 도대체 뭐가 다른 걸까. 좋은 사람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며 실제로 그렇게 보여온 인물이 왜 유독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달리 보이는 걸까. 
  
 영화 <좋은 사람>

영화 <좋은 사람> ⓒ 싸이더스

 
영화는 경석과 지현이 왜 이혼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는 않으나 딸이 경석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경석과 지현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를 어림 짐작케 한다. 딸 바보가 되기 십상인 여느 아빠들과는 달리 경석은 이혼 전 양육에 관심이 거의 없었던 듯싶다. 윤희가 자신과의 동행을 거부하고 엄마만을 찾으며 생떼를 부릴 때 어떻게든 아이를 다독여 함께하지 않고 차에 홀로 놔두었다는 사실과 윤희가 아빠를 거부하고 승용차 밖으로 뛰쳐나간 사실만으로도 둘 사이의 관계가 어떠했으리라 짐작된다. 
 
심증으로 사건을 처리할 경우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평소 경석의 지론과는 달리 세익을 향한 잣대만큼은 한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학급 내에서 가깝게 지내오던 아이들과는 달리 세익과는 거리감이 꽤 컸다. 그래서일까. 윤희를 도로로 밀쳐 교통사고에 이르게 한 용의자로 지목된 세익에 대해 어떤 학생이었느냐는 경관의 질문에 눈에 잘 띄지 않는 학생이라 잘 모르겠다며 당황해하는 그의 모습은 그동안 좋은 교사로 다가오던 경석의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영화는 경석이 스스로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 해 급기야 폭발하고 마는 극한 상황으로까지 이야기를 몰아간다. 극의 절정 단계다. 지현이 경석을 향해 왜 술 좀 줄이라고 당부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영화 <좋은 사람>은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긴 채 좋은 사람을 코스프레해온 한 교사의 이야기다. 주연 배우 김태훈의 섬세한 연기는 시종일관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세밀한 심리 묘사와 촘촘한 극의 전개, 그리고 높은 긴장감은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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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신뢰하지 마라, 죽은 과거는 묻어버려라, 살아있는 현재에 행동하라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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