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허웅(오른쪽)의 드리블을 허훈이 막아서고 있다.

16일 오후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허웅(오른쪽)의 드리블을 허훈이 막아서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허웅(DB), 허훈(KT) 형제가 4년 만에 나란히 동반 태극마크를 다는 데 성공하며 농구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지난 26일 2월에 열리는 2023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에 출전할 남자 국가대표 14인 명단을 확정했다.
 
통상적으로는 농구 선수단 명단은 12명으로 구성되지만, 규정상 매 경기 제출해야하는 최종 명단의 숫자를 초과하지만 않으면 예비선수를 추가하여 경기마다 엔트리를 조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미 다른 국가들은 이 규정을 활용하여 유동적으로 엔트리를 조정하곤 했다. 한국농구대표팀은 그동안 12인 엔트리를 고수해왔지만 이번에는 조상현 대표팀 감독의 요청에 따라 빡빡한 일정속에서 선수단 체력문제와 부상 등의 변수를 고려하여 2명을 더 추가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허웅과 허훈 형제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4년 만에 다시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게 되었다는 점이다. 당시 허 형제는 선수발탁 자격을 둘러싸고 논란의 중심에 서야했고 정작 대회에서 별다른 활약을 선보이지 못하며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허 형제의 발탁이 논란이 되었던 것은 하필 사령탑이 바로 아버지인 허재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 대회였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팀이자 귀화선수인 라건아까지 가세하며 2연패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상황이었다. 아시안게임은 금메달 획득 여부에 따라 선수들의 병역혜택 문제까지 걸려있는 중요한 대회였기에, 야구, 축구 등을 막론하고 국가대표선수들의 발탁 기준과 자격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한창 민감한 분위기였다. 아버지가 감독으로 이끄는 대표팀에 두 아들이 모두 발탁되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아빠 찬스'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 좋은 상황이었다.
 
사실 당시에도 허웅-허훈 형제가 국가대표로 발탁된 게 이변이라고 할 정도로 실력이 크게 모자란 선수들은 아니었다. 허웅은 바로 1년 전이었던 2017 FIBA 아시아컵에서 3점 슈터로 대표팀 '양궁부대'의 한 축을 담당하며 짧은 출전시간에도 준수한 활약을 보여준 바 있었다. 허훈 역시 대학농구 최고의 가드로 꼽히며 신인드래프트에서 KT에 1순위로 당당히 지명될 정도의 유망주였다.
 
문제는 당시에도 허웅과 허훈은 물론 좋은 선수였지만, 지금처럼 자신의 포지션에서 국내 최고를 다툴 정도의 위상은 아니었고, 대표팀에서 대체 불가능한 주전급 자원과도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도 보수적인 선수기용을 고집한 허재 감독은 당시 리그와 대학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다른 선수들을 외면하면서 유독 아들인 허웅과 허훈에게만 지나치게 기회를 몰아준다는 비판을 받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허재 감독 3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이스토라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4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한국 허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8.8.30

▲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허재 감독 2018년 8월 3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이스토라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농구 4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한국 허재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아들의 발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기 시작하자 허재 감독이 해명을 거부하며 언론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한 것도 문제였다. 당시 오지환-박해민의 '병역미필자 발탁'으로 논란이 되었던 야구대표팀 선동열 감독, 황의조의 '의리 발탁'이라는 루머에 휩싸였던 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 등이 일각의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서 자신의 입장과 상황을 해명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였다.
 
심지어 기술위원회에서도 허웅과 허훈의 동시발탁은 무리라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허재 감독은 이마저도 끝까지 무시하며 고집을 부렸다. 당시 대표팀은 장신 선수 부족으로 가뜩이나 포지션 밸런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185cm의 단신 슈팅가드인 허웅을 포워드로 분류하면서까지 억지로 엔트리에 집어넣는 기행을 벌이며 여론은 더 악화됐다.
 
무리수의 결과는 재앙이었다.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이란에 졸전 끝에 완패하며 2연패에 실패했다. 그나마 대만을 꺾고 동메달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사실상 용병이나 마찬가지였던 라건아에게만 의존한 단조로운 농구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논란을 감수하고 데려간 허웅-허훈 형제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허웅은 장기인 3점슛으로 간간이 출전시간을 얻었지만, 허훈은 아예 토너먼트 이후의 경기에서는 단 1분도 출장하지 못했다. 당연히 여론의 비난이 쏟아졌고 허재 감독은 아시안게임 직후 불명예스럽게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허웅-허훈 형제, 이번엔 보여줄까

어느덧 4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허재 삼부자를 둘러싼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허웅과 허훈은 어느덧 프로에서 리그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했고, 허재는 농구계를 떠나 방송인으로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삼부자가 최근 농구계와 방송계를 넘나들며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허재는 종종 2018년의 논란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당시 자신의 결정이 정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금의 허웅과 허훈은 모두 현재의 위상만 놓고보면 의심할 나위없이 대표팀에 당연히 뽑여야할 만한 선수들이다. 허훈은 KT의 에이스이자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꼽히고 있으며, 허웅 역시 올시즌 유력한 MVP 후보로 오를 정도의 선수로 성장했다. 마침 대표팀 엔트리가 12인에서 14인으로 확대되며 가드진의 자리가 5명으로 여유가 늘어난 것도 4년 만의 형제 동시발탁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두 형제는 아직 국제무대에서는 증명해야 할 것이 남아있다. 허훈은 KBL에서의 엄청난 활약과 달리 국제대회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상민-김승현-양동근-김선형 등 KBL을 대표하는 역대 포인트가드들은 국제무대에서도 패스, 수비, 돌파, 클러치능력 등 중요한 순간에 자신만의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준 바 있다.
 
반면 허훈은 MVP 시즌에도 아시아무대에서 약체로 꼽히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가드진을 상대로도 여러 차례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줬다. 잔부상도 많아서 지난해 열린 아시아컵 예선에는 부상으로 결장하기도 했다. 아시아무대에서조차 한국이 1번(포인트가드) 싸움에서부터 열세를 기록한다면 강팀을 상대로는 승산이 없다.
 
또한 슈터인 허웅은 고질적인 '단신 슈팅가드'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장기인 3점슛 능력은 이미 국제무대에서도 어느 정도 통한다는 걸 증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신장의 열세 때문에 국제무대에서 오랜 시간 투입하기에는 수비 매치업상의 단점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조성원(창원 LG 감독)이나 김병철(고양 오리온 코치)같이 KBL에서 레전드급 슈터로 꼽혔던 선수들이 정작 대표팀에서는 그리 중용되지 못했던 것도 신장의 열세로 인하여 포지션 언밸런스 문제 때문이었다. 허웅의 수비력이나 활동량이 신장의 약점을 상쇄할 정도로 뛰어난 편도 아니다. 동생 허훈과 달리 허웅이 2018년 아버지 허재 감독의 사퇴 이후로 지난 4년간 대표팀에 전혀 발탁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허재 감독 시절에도 허웅은 주로 짧은 시간에 분위기를 바꾸는 '조커' 위주로 활용된 바 있다.

조상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FIBA 월드컵 아시아 예선 A조에 편성되어 필리핀, 뉴질랜드, 인도와 각각 두 차례씩 맞붙어 상위 3위 안에 들 경우 결선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 결선에서는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인도네시아 등이 포진한 C조 1-3위팀들과 맞붙어 6팀 중 4위 이상을 차지해야 월드컵 본선 진출이 가능하다.
 
4년 전 국가대표가 아니라 '허가대표'라는 조롱을 들어야했던 허웅-허훈 형제는 이제 아버지의 후광 없이도 스스로 '홀로서기'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잡았다. 국제무대에서도 선수로서 누구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부전자전임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