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로 한국에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 정확히 2년이 지났다. 코로나19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그리고 최전선에서 의료진들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정신적·체력적으로 지쳐간 의료진들은 인력충원을 호소해 왔다.

지난 14일 KBS 1TV <시사 직격>은 '살리고 싶다, 살고 싶다-간호 인력 실태 보고' 편을 통해 절박한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코로나 전담 병동 간호사들 모습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서울의 한 코로나19 병동 간호사들의 24시간을 담았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살고 싶다는 간호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대한민국 간호사의 현실을 진단해 봤다.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살리고 싶다, 살고 싶다-간호 인력 실태 보고' 편을 취재한 이승민 PD와 지난 20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떠세요?
"일단 시원섭섭합니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준비한 방송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초 등의 연휴가 끼어 있어서 섭외나 촬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거든요. 더 잘 만들 수 있었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던 방송인데 아쉬움이 남아요. 그래도 그동안 얘기되지 않았던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에서 뿌듯함도 느끼고 있습니다."

- 간호 인력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됐어요?
"1월 방송이라 위드 코로나 상황과 맞물려 다룰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보라는 팀장님 권유가 있었어요. 국회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대한간호협회가 간호법 제정 시위하는 걸 보게 됐고, 얼마 후 의료연대 현장간호사들의 증언대회도 볼 기회가 있었어요. 머리도 제대로 못 말리고 퉁퉁 부은 눈으로 3교대 하다가 뛰쳐나와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자고 주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쟁점을 얘기하는 것보다는 현장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더 담는 방향으로 방송을 만들게 됐어요."

- 취재하시면서 직접 간호사들이 일 하는 걸 보셨잖아요. 어떠셨나요?
"정말 힘들어 보였어요. 물리적으로만 봐도 제약이 정말 많잖아요. 환자를 보려면 방호복으로 온몸을 꽁꽁 싸매야 돼요. 옷을 입고 벗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한 번 들어가면 2-3시간 답답한 상태로 머물러야 돼요. 병동 밖으로 나오면 각 병실에 CCTV를 설치해 놓고 환자 상태를 끊임없이 지켜봐야 되고 병동 내에서 걸려오는 전화들을 받으면서 끊임없이 소통해야해요. 업무 지원을 해줘야 하는 등 물리적인 일들이 버겁게 보였어요. 무엇보다 코로나 환자들하고 가장 밀접하게 지내기 때문에 감염 위험에 대해서 심적 부담도 굉장히 크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 간호사들이 과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아요.
"밥 먹는 건 사치라고 할 정도로 정신이 없어요. 문제는 간호사 업무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거거든요. 자신이 맡은 환자가 어느 날은 되게 평탄하게 지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상황이 악화가 된다든지, 또 다른 환자의 상황도 안 좋아지게 되기도 해요. 이런 일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요. 모든 일이 한꺼번에 터질 때는 간호사들도 감당하기 어려워하더라고요. 프로그램에서도 언급이 됐지만, 일종의 도미노 효과라고 할까요. 우리나라 병상의 상당수가 코로나 환자들을 받는 용도로 전환이 됐어요. 그러면서 기존의 중환자실이나 일반 병동의 병상 수가 부족해졌지요. 입원을 한 환자들의 중증도는 올라가고 업무환경이 더 힘들어지는 거죠. 코로나 병동이 어려운 만큼 기존 병동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요."

- 지난 2020년 신천지 발 코로나 대유행 사태 이후부터 지금까지 간호사들의 상황이 달라진 게 없나요?
"달라진 점이라고 하면 간호사들 스스로 이 상황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는 거일까요? 그래서 인터뷰 중 누군가가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 같다'라고 표현했는데 뭔가 뚜렷한 방법이 없으니까 병원 인력 개개인이 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거죠. 지금 간호사분들이 일관되게 말씀하시는 게 '우리 병원만 나아지면 안 되고 다른 병원들도 나아져야 된다. 그리고 간호사만 좋아지면 안 되고 다른 간호 인력들인 간호조무사나 요양보호사, 나아가 쏟아져 나오는 의료 폐기물들을 처리하는 청소 노동자 같은 분들도 다 같이 좋아져야 된다'라는 말을 해요. 사실 이렇게 코로나 상황이 오래갈 줄은 다들 몰랐을 테니 전방위적으로 처우 개선을 고려해볼 만한 여유가 없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이런 이야기들을 구체적으로 해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정부 또한 코로나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정부가 뭐든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맞아요. 정부도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 해결하려는 의지는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불거진 것일 텐데, 실제로 간호 인력 공백을 채우려고 파견 간호사 제도를 도입했어요. 민간 파견 간호사들의 경우에는 정규 간호사들의 2, 3배 높은 임금을 받아요. 그리고 파견 간호사 중 숙련된 간호사들도 있지만 대체로 오래 쉬고 있었던 간호사들이나 아니면 경험이 적은 신규 간호사들이 오는 경우가 많죠. 그러면 현장에서 바로 적응하지 못하는 간호사들도 생겨요. 이런 문제가 불거지니까 지금 파견 간호사들의 월급을 깎는 방안이 이야기되고 있는데, 사실 제가 만나보니 간호사들이 원하는 건 집안싸움 하자는 게 아니에요. 인력 부족은 만성적인 문제였고, 앞으로 이런 감염병 사태도 계속 발생할 텐데, 안정적인 정규 간호사 인력을 수급할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거죠."

-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요?
"외국 같은 경우는 1인당 담당 환자 수가 우리나라보다 평균적으로 훨씬 적어요. 우리나라는 지금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에 대한 규정이 의료법에 명시돼 있기는 해요. 그런데 이걸 강제할 강제 조항이 없어요. 그래서 병원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게 간호사들 문제의식의 핵심이죠. 간호사들의 업무가 특수하고 나라별로 의료 체계가 달라 업무 방식이나 범위 등도 해외 간호법을 그대로 따를 순 없겠지만, 각각의 나라에는 그 나라 사정에 맞는 방식의 간호법 내지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 안에서 간호사들이 제도적으로 보호받고 있죠. 우리나라 간호사들이 요구하는 것도 그 지점이거든요."

- 아까 잠깐 말씀하셨는데 코로나로 인해 다른 일반 환자들까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맞아요. 일종의 도미노 효과인 거죠. 우리나라 병상의 상당수가 폭증하는 코로나 환자를 받는 용도로 전환이 되면서 기존 중환자실이나 일반 병동에 병상 수가 부족해졌잖아요. 그러다 보니 환자 입장에서 보면 나의 상태가 더 심각해야만 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거예요. 한 간호사분이 이야기해주셨는데 원래대로라면 더 입원해야 하는 환자도 증상이 심한 환자 때문에 퇴원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환자 입장에서는 지금 퇴원하는 게 불안하니까 꾀병 부리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이게 코로나만의 문제가 아니고 일반 환자들한테도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 우선 당장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한 거 같아요.
"맞아요. 코로나 병동의 상황을 조명했지만 결국 저희 제작진이 하고자 한 이야기도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 문제예요. 간호 인력 문제는 코로나 상황 때문에 새로 생겨난 문제가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던 문제잖아요. 제가 취재하면서 보니 3교대 등 (간호사 근무환경) 문제도 있지만,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연차가 쌓이고 나이 든 숙련 간호사들이 최소한의 배려도 받지 못하고 현장을 떠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해요. 그 자리는 신규 간호사들이 채우게 되고, 근무 환경이 너무 힘드니까 이 간호사들도 일 적응할 때쯤(한 3~4년차) 퇴사를 하죠. 그 빈자리에는 이제 막 간호대를 졸업한 신규 간호사들이 들어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제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어요?
"간호사분들이랑 시간 맞추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인터뷰와 시간 약속을 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는 것 자체가 간호사들의 근로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좀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막연하게 저는 간호사들이 왜 저렇게 바쁠까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얻은 방송인 것 같아요. 담당해야 될 환자 수가 병원 및 병동마다 중구난방이에요. 의료 행위뿐만 아니라 의사의 오더를 기록하고 환자 상태를 정리하는 차팅 업무를 수행해야 해요. 입·퇴원 서류 절차, 끊임없이 밀려드는 신규 간호사 교육, 보호자 민원 해결 등 부수적인 업무도 많고요. 그래서 의료진이나 간호 인력의 역할을 좀 더 명확하게 나누어야 할 필요가 있어요. 각 행위자의 행위가 이 병원이라는 큰 집단 안에서 잘 굴러가게 해주는 제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제도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관리·감독하는 시스템과 법 조항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