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가 잠든 집> 포스터

<인어가 잠든 집> 포스터 ⓒ (주)영화특별시SMC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노년에 접어든 현재에도 다작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일본에서 가장 많은 소설이 영상화 된 그의 작품들은 흥미로운 이야기와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로 주목받고 있다.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인어가 잠든 집>은 이공계 출신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진가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을 위한 과학기술의 발전 속 윤리의식에 대한 진중한 질문을 던진다.
 
이혼을 앞둔 카오루코와 카즈마사 부부는 함께 법원으로 향했던 날 끔찍한 소식을 듣게 된다. 친척들과 함께 수영장에 놀러간 딸 미즈호가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심장은 뛰지만 뇌가 심각하게 손상을 입었다며 미즈호의 뇌사판정을 가족에게 제안한다. 일본은 가족이 동의를 해야 뇌사 판정을 받을 수 있고 그래야 장기기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뇌사판정에 동의한 카오루코는 짧은 시간 미즈호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이를 거부한다.

대신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딸이 다시 일어나길 꿈꾸며 보살피고자 한다. 이혼을 미루고 다시 합친 카오루코와 카즈마사 부부는 무엇이 딸을 위한 길인지 진중하게 고민한다. 카즈마사는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 기계의 도움으로 일상을 더 편하게 보낼 수 있는 사업을 하는 회사의 대표다. 어느 날 회의를 하던 중 연구원 유야의 아이디어를 들은 카즈마사는 그의 연구가 미즈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긴다.
 
 <인어가 잠든 집> 스틸컷

<인어가 잠든 집>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그 연구의 내용은 뇌파의 자극을 통해 전기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미즈호의 뇌파를 전기가 자극으로 만들어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장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이에 카즈마사는 유야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는 미즈호를 실험대상으로 삼아 연구에 성공한다. 카오루코는 말을 할 수 없고 의식도 없지만 뇌파를 통해 몸을 움직이는 미즈호를 통해 기쁨을 얻게 된다. 허나 카오루코의 기쁨은 주변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니시에이션 러브> <내일의 기억> 등 다수의 소설원작 작품을 만들어 온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은 원작이 지닌 다각화된 시각을 더욱 넓게 퍼뜨리며 작품에 더 깊게 빠질 수 있는 코드들을 생성한다. 그 시작은 유야의 캐릭터다. 유야는 냉철한 이성보다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남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감성에 더 치중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는 장치를 통해 몸을 움직이는 미즈호를 보고 좋아하는 카오루코의 모습에서 기쁨을 느낀다.

때문에 여자친구와의 관계 대신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유야의 모습은 의문스럽다. 미즈호의 움직임이 자신이 내는 전파인지, 아니면 카오루코를 즐겁게 만들기 위한 유야의 장치가 아닌지 하는 의문 말이다. 이런 미즈호를 통해 변해가는 카오루코의 모습은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딸이 살아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카오루코의 행동은 주변에 불쾌함을 주고 아들 이쿠토는 왕따를 당하는 건 물론 부모에게서 소외된다.

카즈마사는 본인의 선택에 의문을 품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동창을 통해 심장의식을 받지 못해 미국에서 수술을 받기 위해 후원을 받는 아이의 소식을 들은 카즈마사는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진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식을 지키는 게 당연하지만, 이식해준다면 또다른 생명이 살아갈 수도 있다는 상황에 마음이 쓰인다. 이런 카즈마사의 심적인 동요는 카오루코의 불안을 유발한다.
 
 <인어가 잠든 집> 스틸컷

<인어가 잠든 집> 스틸컷 ⓒ (주)영화특별시SMC


카오루코의 모성은 이 작품의 핵심 동력이다.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미즈호를 지키고자 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주변과 갈등을 겪는 건 물론 극 후반부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드라마 장르에서 보기 힘든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런 카오루코의 모성은 <헝그리 하트> <에이프릴의 딸> 등 모성이 집착과 광기로 변하는 지점들을 포착해 내면서 앞선 작품들보다는 높은 공감대를 형성해낸다.

이 공감대의 이유는 과학과 윤리라는 인류의 오랜 숙제에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삶에 희망과 안락을 안겼지만 동시에 윤리성이란 숙제를 안게 되었다. 기계를 통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딸과 엄마에게 행복을 주었다는 점은 희망이지만, 의식이 없는 딸을 기계를 통해 움직이게 만드는 이 희망이 과연 윤리적으로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런 문제의식의 제기는 시대의 지성인인 작가의 의무이자 문이과 통합형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제목 '인어가 잠든 집'은 표면적으로는 수영장에서 사고를 당한 미즈호의 상황을 빗대고 있다. 주제인 모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양수 안의 아기처럼 '인어'와 '잠'이란 키워드를 통해 희망을 전달한다. 인기 아이돌 출신에서 배우로 정착한 시노하라 료코는 카오루코 역을 맡아 인생연기라 할 수 있는 열연을 선보인다. 여기에 <드라이브 마이 카>의 니시지마 히데토시와 꽃미남 배우 사카구치 켄타로가 각각 카즈마사와 유야 역으로 앙상블을 펼치며 좋은 합을 선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와 키노라이츠 매거진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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