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1, 2위 맞대결에서 의외로 손쉬운 승리를 따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이끄는 대한항공 점보스는 2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KB손해보험 스타즈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 25-21, 25-19)으로 승리했다. 0-3 또는 1-3으로 패했다면 선두자리를 내줄 수도 있었던 대한항공은 승점 3점을 따내고 KB손해보험과의 승점 차이를 5점으로 벌리며 단독선두 자리를 유지했다(15승9패, 승점46점).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 대신 오른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임동혁이 56.67%의 공격성공률과 함께 18득점을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그 밖에 정지석이 서브득점 5개를 포함해 15득점,곽승석이 블로킹 3개를 곁들이며 9득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은 주전세터 한선수가 손가락 부상으로 결장하고 있지만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선수의 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주고 있는 또 다른 베테랑 세터 유광우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4회 우승 이끌었던 주전세터
 
 삼성화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유광우 세터는 2009년 세 번째 팀 대한항공으로 이적했다.

삼성화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유광우 세터는 2009년 세 번째 팀 대한항공으로 이적했다. ⓒ 한국배구연맹

 
지금이야 7억5000만 원의 V리그 최고연봉을 받는 스타선수가 됐지만 사실 한선수 세터의 프로생활 시작은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200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2순위(전체 6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한 한선수는 프로에서 착실하게 입지를 넓히다가 V리그 최고의 세터로 성장한 대기만성형 선수다. 당시 한선수보다 앞서 1라운드 2순위로 삼성화재 블루팡스에 지명됐던 대학배구 최고의 세터가 바로 인하대의 유광우였다.

인하대 시절 김요한과 함께 인하대를 대학배구 최강팀으로 이끌었던 유광우 세터는 프로 입단 후 두 시즌 동안 발목부상으로 인해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던 2010년, 삼성화재가 FA 시장에서 오른쪽 공격수 박철우(한국전력 빅스톰)를 영입하면서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보상선수로 최태웅 세터(현대캐피탈 감독)를 지명했다. 최태웅에게 가려 있던 유광우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유광우는 주전 등극 후 외국인 선수 가빈 슈미트의 위력을 극대화 해주는 토스로 '삼성화재 무적시대'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유광우 세터는 외국인선수가 가빈에서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OK금융그룹 읏맨)로 바뀌었을  때도 레오의 입맛에 딱 맞는 토스를 올려줬다. 당시 배구팬들에게 '몰빵배구'를 주도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지만 당시 유광우가 없었다면 삼성화재의 왕조시대는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유광우 세터는 2016-2017 시즌이 끝난 후 삼성화재가 FA로 영입한 박상하(현대캐피탈)의 보상선수로 우리카드 위비(현 우리카드 우리원)에 지명됐다. 7년 전, 선배 최태웅의 이적으로 주전 기회를 얻은 것처럼 후배 이민욱 세터(한국전력)에게 밀려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우리카드는 김광국(한국전력)의 입대 이후 세터 자리가 무주공산이었기 때문에 유광우의 우리카드 이적은 썩 나쁘지 않았다.

우리카드의 주전세터로 활약한 유광우는 2017-2018 시즌 우리카드의 주전세터로 활약하면서 세트 부문 1위(세트당 10.48개)에 올랐고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파다르를 득점 1위(966점)로 이끌었다. 하지만 유광우의 분전에도 우리카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토종에이스 최홍석(OK금융그룹)의 활약과 주전센터 신영석(한국전력), 박상하의 잇따른 이적으로 센터진이 크게 약해지면서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렀다. 

대한항공 이적 후 2개 팀 통합우승 달성
 
 V리그 최고연봉 선수 한선수의 백업세터가 V리그 세터상 3회, BEST7 2회에 빛나느 유광우 세터인 것은 반칙에 가깝다.

V리그 최고연봉 선수 한선수의 백업세터가 V리그 세터상 3회, BEST7 2회에 빛나느 유광우 세터인 것은 반칙에 가깝다. ⓒ 한국배구연맹

 
우리카드는 2018-2019 시즌 경험 많은 외국인 선수 리버맨 아가메즈와 조금씩 잠재력을 폭발하기 시작한 토종거포 나경복의 활약에 힘입어 창단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유광우는 2018년 11월 최홍석과의 트레이드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은 신예 노재욱 세터(삼성화재)에 밀려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결국 유광우는 2018-2019 시즌이 끝나고 현금트레이드를 통해 대한항공으로 이적했다.

사실 대한항공행은 유광우 세터 입장에서 그리 좋은 트레이드는 아니었다. 대한항공에는 자신보다 늦게 프로에 지명돼 국가대표 주전세터로 성장한 동갑내기 한선수 세터가 있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주름 잡았던 유광우 세터가 동갑내기 세터의 백업으로 들어가는 것은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유광우 세터는 30대 중반이 된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광우 세터는 이적 첫 시즌부터 한선수 세터를 보좌하며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2위를 이끌었고 연봉1억2000만 원에 FA계약을 체결하고 대한항공에 잔류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지랏 방카시)의 스타일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대한항공의 2번째 챔프전 우승에 기여했다. 이번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한선수의 백업으로 활약하고 있는 유광우 세터는 한선수 세터의 손가락 부상으로 주전의 중책을 맡고 있다. 

대한항공은 한선수 이탈 후 첫 경기에서 삼성화재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지만 이후 한국전력과 KB손해보험을 연파하며 다시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선수 대신 대한항공의 주전 세터로 활약하며 안정된 플레이로 팀을 이끄는 유광우가 있다. 특히 20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는 외국인 선수 링컨이 거의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국내 선수들을 잘 이끌면서 대한항공의 3-0 완승을 견인했다.

사실 유광우 세터는 고질적으로 발목이 좋지 않아 전성기 시절에도 대표팀에서는 기대만큼 큰 할약을 하지 못했다. 대한항공에서는 든든한 주전세터 한선수의 존재로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하면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는데 최근 한선수의 부상이탈로 주전세터 자리를 책임지게 됐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4연속 우승을 이끌었던 유광우 세터는 한선수 세터가 돌아올 때까지 충분히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갖춘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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