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세상 모든 것을 잠식했던 2020년, 팝을 지탱한 이름은 캐나다 출신의 팝스타 위켄드(본명: 에이벨 테스페이)였다. 그는 두아 리파와 함께 1980년대 레트로 팝 열풍을 이끈 주역이었다. 위켄드의 'Blinding Lights'는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90주 동안 핫 100 차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0년대를 떠나, 빌보드 차트 역사상 가장 성공한 노래가 되었다. 부담도 컸다. 위켄드는 "이 곡이 자신의 데뷔곡이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소감을 고백하기도 했다.

거대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위켄드가 그래미로부터 외면받았다는 '위켄드 스넙' 사태는 오히려 서사의 방점이 되었다. 위켄드는 보란 듯이 슈퍼볼 무대에 섰고, 그래미는 석연찮은 심사나 되풀이하는 패자가 되었으며, 시청률은 폭락했다. 미셸 오바마의 말처럼, 현재 '음악계의 가장 큰 이름'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위켄드가 < Dawn FM >으로 컴백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 After Hours > 이후 약 2년 만이다. 전작의 신화를 이끈 프로듀서 맥스 마틴(Max Martin)와 오스카 홀터, 그리고 캘빈 해리스, (내한 공연 당일 취소로 유명한) 스웨디시 하우스 마피아,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 등 화려한 프로듀서들이 포진했다.

위켄드의 과거 여행은 계속된다
 
 위켄드(The Weeknd)의 새 앨범 'Dawn FM'

위켄드(The Weeknd)의 새 앨범 'Dawn FM'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그의 새 앨범은 팝계 최고의 이슈다. 앨범 자켓부터 시선을 잡아끈다. 노인이 되어버린 위켄드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애잔한 표정의 노인이 된 에이벨 테스페이. 그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 앨범에서 시간은 무력화된 것일까. 앨범 제목이 예고했듯, < Dawn FM >은 라디오 방송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뉴웨이브 밴드 버글스(The Buggles)는 'Video Killed The Radio Star'를 노래했다. TV에 밀려, 뉴 미디어에 밀려 과거의 산물이 되었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차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라디오 말이다.

'Blinding Lights'의 빌보드 신화 뒤에는 압도적인 라디오 재생수도 있었다. 위켄드는 새 앨범을 위해 이 올드 미디어를 소환했다. 가상의 라디오 채널인 103.5 Dawn FM이 이 앨범의 무대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오프닝을 떠올리게 하는 첫 트랙이 등장하며, 짐 캐리가 디제이로 분했다. 노래가 자연스럽게 페이드아웃되거나, 자연스럽게 다음 곡으로 연결되는 구성 또한 그렇다. 4년 전 열린 내한공연 당시에도, 위켄드는 곡과 곡의 유기적인 연결을 중요하게 여겼다.

과거 지향적인 앨범이다. 신스웨이브, 디스코, 신스팝 등 1980년대 팝 음악을 연상하게 하는 장르적 요소들이 앨범을 지탱하고 있다. 때로는 마이클 잭슨이, 또 때로는 디페시 모드나 펫 샵 보이스가 떠오른다. < After Hours >의 기조를 이어가고자 한 듯 하다.

비슷한 결의 신시사이저 파티가 이어지던 도중, 전설적인 프로듀서 퀸시 존스의 개인적인 나레이션이 삽입된 'A Tale By Quincy'가 흐름을 붙들고 이완으로 나아간다. 다프트 펑크의 앨범에 수록되었던 조르조 모로더의 'giorgio by moroder'와도 비슷하다. (위켄드가 마이클 잭슨에 비교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마이클 잭슨에 대한 존경심을 꾸준히 표해 왔던 것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하다.)

그리고 시티팝의 명곡 아란 토모코의 노래 'Midnight Pretenders'를 통으로 샘플링한 'Out Of Time'이 이어진다. 이 앨범에서 가장 감성을 자극하는 순간이다. 위켄드가 시티팝을 통으로 샘플링하다니! 위켄드표 레트로는 우리의 예상을 깨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앨범을 순서로 들어야 하는 이유
 
 위켄드(The Weeknd)의 새 앨범 'Dawn FM'은 발매 첫주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올랐다.

위켄드(The Weeknd)의 새 앨범 'Dawn FM'은 발매 첫주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올랐다. ⓒ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최근 4집 < 30 >을 발표한 아델은 스포티파이에서 셔플 재생(무작위 재생 기능)을 자신의 앨범에 적용할 수 없도록 했다. 앨범을 트랙 순서대로 들어달라는 것이다. 위켄드도 같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How Do I Make You Love Me'의 드럼이 'Take My Breath'로 이어지는 구성은 절묘하다. 이것은 순서대로 들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이다.

이뿐만 아니라, 위켄드의 새 앨범에는 '앨범의 재미'를 일깨워주는 순간이 많다. 첫 트랙 'Dawn FM'에서 배우 짐 캐리의 목소리로 시작해, 다시 마지막 트랙 'Phantom Regret by Jim'에서 짐 캐리의 목소리로 앨범의 문을 닫는다. 이 수미상관의 구조 역시 작품에 안정감을 부여한다.

'Take My Breath'가 발표되었을 당시, 위켄드는 'After Hours는 끝났고, Dawn이 다가온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앨범이 새로운 트릴로지(3부작)의 일부라고 했다. < After Hours >의 위켄드는 어땠는가? 상처 분장과 붕대로 공허한 마음을 표현했고, 모든 것을 비관했다. 그는 철저히 무너진 자신을 재건하는 데에 실패하는 모습을 전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여전히 괴로움을 노래하고 있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한다. 터널 같은 시간을 지나, 천국을 바라보는 여정이다. <이터널 선샤인>(2004)의 짐 캐리가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았듯.

"Soon you'll be healed, forgiven and refreshed
곧 당신은 치유받고 용서받아, 기분이 상쾌해질 겁니다.
Free from all trauma, pain, guilt, and shame
그 모든 트라우마, 고통, 죄의식, 부끄러움으로부터 해방되고
You may even forget your own name
당신의 이름조차 잊어버리게 될 지도 모르죠."
- 'Out Of Time'의 짐 캐리 나레이션 중 -


< After Hours >의 'Blinding Lights'나 'In Your Eyes'만큼의 파괴력을 가진 싱글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오히려 더욱 응집력있는 레트로 팝 앨범이 완성되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들었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동시에 위켄드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선언이기도 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