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15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졌던 MBC <놀면 뭐하니?> 도토리 페스티벌 (이하 '도토페')이 본격 공연에 돌입했다. 당초 2021년 12월 15일 녹화 진행돼야 했지만 유재석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취소, 결국 해를 넘겨 1월 15일이 돼서야 정식 방송이 이뤄졌다. 2000년대를 풍미했던 토종 SNS 싸이월드 시절의 미니홈피 배경음악, 각종 통화 연결음 등으로 애청되고 불렸던 노래들과 그 곡들의 주인공들이 꾸미는 무대는 이날 포함 총 2회 정도 분량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첫 순서로 써니힐, 윤하, 에픽하이가 차례로 등장해 당시의 1020세대, 지금의 3040세대 감성을 사로 잡았던 자신들의 대표곡을 들려줬다. <놀면 뭐하니?>로선 김태호 PD의 마지막 참여작 외에도 지난 2019년 12월 유산슬 단독 콘서트 이후 1년 1개월여 만에 진행된 오프라인 대면 공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 대형 프로젝트로 언급될 만하다.

전성기 멤버로 다시 모인 써니힐
 
 지난 15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15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혼성 듀오 비쥬의 '누구보다 널 사랑해'를 커버한 소스윗(신봉선+정준하)의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린 '도토페' 첫번째 초대손님은 4인조 그룹 써니힐이었다. 2011년 '두근두근'(드라마 '최고의 사랑' 삽입곡), 2012년 '굿바이 투 로맨스' 등 싸이월드 마지막 시기에 큰 사랑을 받았던 이들은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었지만 이번 '도토페'를 위해 전성기 멤버 코타-빛나-주비-미성 구성으로 다시 무대에 올라섰다.  

​"결혼은 했을까, 혹시 내 이름 기억할까 / 그 동네에 여전히 살고 있을까
키는 거기서 크긴 했을까 / 이 좋은 기억으로 남길래"('굿바이 투 로맨스' 중에서) 


여전히 정감어린 하모니를 들려주면서 "그때 정말 괜찮은 그룹이 있었구나"라는 감회에 젖게 만들었다. 김이나가 쓴 '굿바이 투 로맨스' 가사는 정말 싸이월드 시절의 감성에 제대로 녹아있던 곡이었다. 

그 시절 목소리로 되돌아온 윤하​
 
 지난 15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15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이날 윤하의 무대는 '도토페'를 통해 재평가가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때마침 국내외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발매된 정규 6집 < End Theory >와 더불어 천재소녀의 등장으로 기억되던 2000년대 후반 명곡들의 대향연은 잠시 잊고 있었던 윤하를 현재 진행형 음악인으로 재소환하게 만들었다.  

"아홉 번 내 마음 다쳐도 한번 웃는 게 좋아 / 그대 곁이면 행복한 나라서
싫은 표정 한번 조차도 편히 지은 적 없죠 / 그대 말이면 뭐든 다 할 듯 했었죠" ('기다리다')


경쾌한 타격감이 느껴지는 건반 연주와 더불어 시작된 '비밀번호 486'을 비롯해서 풋사랑의 감정이 잘 녹아든 '기다리다', '오늘 헤어졌어요' 등 록큰롤과 발라드를 아우르는 윤하만의 빼어난 음악적 감성은 여전히 10대 시절의 그것과 동일했다.  

​한동안 성대 이상 등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지내긴 했지만 이날 만큼은 거침없이 뽑아내는 매력적인 고음으로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그리고 이어진 에픽하이와의 합동 무대로 흥을 키웠다. 

에픽하이의 히트곡 대향연​
 
 지난 15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15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윤하와는 6년여만에 함께 불러본다는 '우산'으로 몸풀기에 나선 에픽하이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는 최강 힙합 트리오였다. 'One', 'Fly', 'Love Love Love' 등 연이어 울려퍼진 그들의 2000년대 중후반 히트곡의 물결은 이날 <놀면 뭐하니?> 방영분의 백미였다.  

​"있겠죠 이별해본 적 사랑했던 만큼 미워해본 적 / 읽지도 못한 편지 찢어본 적
잊지도 못할 전화번호 지워본 적 / 기념일을 혼자 챙겨본 적 사진들을 다 불태워본 적/이 세상의 모든 이별 노래가 당신얘길거라 생각해본 적..."('Love Love Love')


박수, 그리고 발 구르기로 함성을 대신해야 하는 아쉬운 환경이었지만 모처럼의 공연에서 에픽하이는 여전히 무대를 지배하는 강력한 힘을 보여줬다.

약점, 단점 마저 음악의 힘으로 극복하는 <놀면 뭐하니?>​
 
 지난 15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15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기존에 진행했던 음악 프로젝트들인 '싹쓰리', '환불원정대'(이상 2020년), 그리고 지난해 'MSG워너비'에 비해 '도토페'의 상대적 약세를 놓고 일각에선 "자기 복제의 한계", 또는 "수명다한 놀면 뭐하니표 음악 예능"이라는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 시절부터 이어진 <놀면 뭐하니?> 음악 프로젝트는 몰입감을 극대화시키는 공연으로 명성을 재확인했다. 뻔히 예상되는 그림·전개라는 단점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간의 연륜, 그리고 공연에 참여해 준 가수들의 빼어난 음악이 있기에 이를 훌륭히 극복해냈다.

​뿐만 아니라 김태호 PD라는 좋은 지휘자의 마지막이 담긴 방송이라는 점 역시 이번 무대의 가치를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예전 같은 초만원 객석은 여건상 마련할 수 없었지만 박수, 그리고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교감이 가능한 무대를 마련해<놀면 뭐하니?>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동을 안방까지 안전하게 배달해줬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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