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를 우습게 보는 것일까. 불과 며칠 전에 논란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

15일 오후에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OK금융그룹과 우리카드의 경기에서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이 벌어졌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은 OK금융그룹의 '에이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였다.

레오는 삼성화재 시절부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로, 올 시즌 V리그에 돌아와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는 중이다. 최근 부상을 털어내고 복귀해 팀에 큰 보탬이 되었고, 이날 경기서도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득점(39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엄청난 활약보다도 더 눈길을 끈 것은 4세트 레오의 돌발 행동이었다.
 
 15일 오후 장충체육관서 열린 우리카드와 OK금융그룹의 경기서 4세트 레오의 행동과 관련해 레드카드가 나오자 격하게 항의하는 석진욱 감독

15일 오후 장충체육관서 열린 우리카드와 OK금융그룹의 경기서 4세트 레오의 행동과 관련해 레드카드가 나오자 격하게 항의하는 석진욱 감독 ⓒ KOVO(한국배구연맹)

 
갑자기 관중석으로 '뻥'...모두를 놀라게 한 레오

세트스코어 1-2로 지고 있던 OK금융그룹은 4세트 초반 리드를 잡고 있었다. 5-3에서 리베로 조국기의 디그에 이어 곽명우의 토스를 받은 레오가 상대 블로커들을 뚫어내고 득점을 만들어냈다. 이때까지는 별다른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상대 코트에 떨어진 공이 데굴데굴 굴러와 OK금융그룹 쪽으로 넘어왔는데, 공격을 성공시킨 레오가 발을 이용해 공을 관중석으로 날려 보냈다. 득점의 기쁨을 만끽하려던 팀 동료들도 예상치 못한 행동이다.

그러자 최성권 주심이 레오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레드카드를 받게 되면 축구처럼 선수가 퇴장 조치되는 것이 아닌, 상대에게 점수와 서브권을 같이 넘겨줘야 한다. 정리하면, 한 점을 따라붙게 된 우리카드가 서브권까지 가져갔다는 이야기다.

이를 지켜본 OK금융그룹 석진욱 감독이 인정할 수 없다는 듯 곧바로 권대진 부심에게 다가가 불만을 나타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최성권 주심을 향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석 감독이 가리킨 것은 상대 코트에 있던 알렉산드리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였다.

지난 12일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의 경기에서 레오와 마찬가지로 공을 관중석으로 걷어낸 알렉스의 경우 레드카드가 아닌 옐로카드(경고)에 그쳤다. 석 감독은 이를 두고 "레오가 차면 옐로카드를 안 주고, 알렉스가 차면 옐로카드를 주냐"며 크게 화를 냈으나 "그건 지난 경기이고, 잘못 (옐로카드를) 준 거다"라는 권대진 부심의 답이 돌아왔다.

석진욱 감독은 "그러면 그때 (알렉스의 옐로카드 판정이 잘못됐다는 것에 대해) 시정해서 바뀐다고 공문을 보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이 시점에서 갑자기 왜 바꾸냐.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이냐. 맨날 나는 '예, 예 알겠습니다' 해야 하는가. 대체 몇 번째냐. (경고를 주려는 주심에게) 나한테 경고줘라"며 좀처럼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논란의 중심에 선 OK금융그룹 레오

논란의 중심에 선 OK금융그룹 레오 ⓒ KOVO(한국배구연맹)

 
선수는 경각심 가져야 하고, 연맹은 형평성 신경써야

경기 후 석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서 "레오가 (세트스코어상)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답답한 마음을 표출한 것 같다. 분명히 잘못했고, 반드시 (레오에게 이 부분을) 지적하겠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돌아보았다.

다만 격한 항의를 이어간 것에 대해서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라 전달이 잘 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곧 감독 회의를 하는 것으로 안다. 규정이 바뀔 경우에는 바로 알 수 있게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심판진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입장에서는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레오는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서 고개를 숙였다. 레오는 "불미스러운 상황을 만들어서 죄송하다. 우리카드, OK금융그룹 팬들에게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려고 했는데, 공을 잘못 찼다. 무조건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우선 레오의 잘못은 카드 색깔을 떠나서 분명 잘못된 행동이다. 선수 본인 입장에서는 별 생각 없이 공을 찼다고 하더라도 그 공을 누군가 맞아 부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고,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그런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

3일 전만 해도 알렉스가 같은 이유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던 것을 모를 리가 없는 레오이기에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승패를 떠나서 장충체육관을 찾은 1143명의 입장객에게 큰 실례를 범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분위기 전환을 목적으로 공을 찼다고 해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팬들은 실력만 좋은 선수를 원하지 않는다.

두 번째, 석 감독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 판정이 다르다 보면 경기를 이끌어가야 하는 심판진이나 각 팀 코칭스태프, 선수 모두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형평성 있는 판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연맹이 빠르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다 보면 선수와 팀에 대한 반감, 더 나아가서는 리그의 흥행 측면에서도 안 좋은 인식이 쌓일 수 있다. 선수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논의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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