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까지 이제 6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역대 최악의 대선'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아직 대선토론은 시작되지 않았다. 방송에서는 유명 평론가 혹은 정치인들이 나와서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옹호한다. 왜 유명인들만 발언권이 주어지는 걸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유권자들도 자기 할 말이 있을 텐데, 이들은 어디서 말할 기회가 주어지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말 그대로 계급장 떼고 붙는 방송이 등장했다. 지난 5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가면토론회> 얘기다. MC인 박미선씨의 말을 빌리면 "사회적 위치 때문에 혹은 후환이 두려워서, 가족이 다칠까 봐 혹은 신상 노출의 우려로 진짜 속마음을 감췄던 사람들"을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첨예한 이슈,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 
 
 JTBC <가면토론회>의 한 장면

JTBC <가면토론회>의 한 장면 ⓒ JTBC

 
방송의 시작은 다른 인물인 때타월로 교체된 보수패널들을 향해 "구성이 바뀐 걸 보면 지난주에 어느 팀이 이겼는지 알 수 있다"는 진보패널 민트초코의 기선제압으로 시작된다.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는 역시 후보 지지율이다. 진보패널 AI가 3주 전과 크게 달라진 여론조사 결과를 보이면서 윤석열 후보가 급락하고 안철수 후보가 급등하고 있다고 분석하자, 보수패널 마라탕은 "전형적인 과대해석"이라고 지적한다. 안철수 후보는 선거 때마다 잠깐 지지율이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선대위가 선택한 극약처방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기존의 대규모 선대위를 해체하고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슬림형 선대본으로 개편한 것과 관련, 진보패널인 캔맥은 문제의 원인은 이준석 당 대표와 윤석열 후보의 주도권 싸움에 있다고 지적한다. AI는 후보가 정치 초보라는 사실을 고려해서 실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팀플레이를 해야 했다고 맞장구를 친다. 

각 후보에 대한 평가도 빼놓을 수 없는 민감한 이슈다. 이재명 후보가 중도 확장에 성공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실제로 이 후보는 조국 전 장관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인정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이것이 중도층의 마음을 잡는 데에는 실패했고 오히려 문 정부보다 더 '매운맛'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가 하면, 한편으로 중도화를 했느냐 아니냐가 당선의 핵심이 아니라는 의견 역시 있었다.

윤 후보의 역량 부족 문제는 또한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민트초코가 인용한 통계에 따르면 윤 후보를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정권교체로 72%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보인 반면 후보 개인의 능력이나 자질, 혹은 정책이 뛰어나서 지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고작 4%에 불과했다. 

정권교체의 열망이 반영된 존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도자로서의 역량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은 그의 지지자 역시 인정한다는 통계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보수패널 측에서 이 부분을 직접적으로 반박하지 못했다는 지점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어쨌거나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 것 아니냐'는 마라탕의 반격이 아쉬운 이유다. 

익명이라서 더 매운 <가면토론회>, 앞으로 더 매워질 수 있을까
 
 JTBC <가면토론회>의 한 장면

JTBC <가면토론회>의 한 장면 ⓒ JTBC

 
늘 나오는 사람들끼리 앉아서 하던 이야기 반복하는 기존의 방송 토론과는 달리 <가면토론회>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마라탕이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아니냐는 추측이 1화가 끝나고 나오는 등 방송이 화제의 중심이 되는 데에 성공한 듯하다. 

<가면토론회>의 장점은 가면을 쓰고 목소리를 변조하다 보니 조금 더 날것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양당 후보의 논란, 말싸움, 정치공학적인 전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느라 세부적인 정책에 대한 논쟁이 부족했던 점이 대표적이다. 심상정 후보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었다. 안철수와 단일화를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옳은 판단인지 아닌지보다 중요한 건 후보가 내놓은 청사진과 정책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

진보패널 측 청년당원 방청객인 박성호 씨가 "진보 보수 패널이 함께 모여 이재명, 윤석열 후보와 청년정책에 대한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결국에는 좋은 정책을 가진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캔맥은 말한다. 맞는 말이다. 결국, 사람들은 후보가 얼마나 정권교체에 진심인지 혹은 얼마나 논란을 일으키는지보다 어떤 가치를 기반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것인지를 궁금해한다. 그런데 그런 정보들이 제한적이다 보니 자극적인 소식에만 집중하는 게 아닐까.

<가면토론회>를 통해 더 다양한 주제를 시청자들이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맵고 솔직한 의견들은 그대로 내비치면서도 '2022년의 대한민국'은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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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고 보고 쓰고 있습니다. 사회학을 공부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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