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초기 생활고에 시달릴 정도로 무명생활을 이어가던 르네 젤위거는 1996년 톰 크루즈와 함께 <제리 맥과이어>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를 진짜 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은 따로 있었다. 2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무려 2억8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브리짓 존스의 일기>였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르네 젤위거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이후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며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섰다.

만5세 때 아역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니콜라스 홀트가 전업 연기자로 진로를 결정하는 계기가 된 작품은 2002년에 개봉한 <어바웃 어 보이>였다. 홀트가 조숙한 왕따 소년 마커스를 연기했던 <어바웃 어 보이>는 3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져 제작비의 4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올렸다. 이후 홀트는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엑스맨>비기닝 시리즈, <웜 바디스> 등에 출연하며 '정변의 아이콘'으로 사랑받고 있다.

르네 젤위거와 니콜라스 홀트 사이에는 한 가지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던 첫 번째 대표작을 휴 그랜트라는 배우와 함께 했다는 점이다. 영국과 미국을 넘나들며 2000년대를 대표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황제'로 불렸던 휴 그랜트는 지난 2007년 전성기의 정점에서 2000년대 '할리우드 로맨스 퀸'과 호흡을 맞췄다. 바로 드류 배리모어와 함께 출연한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었다.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동원했던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개봉 10주년이 된 2017년 재개봉했다.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동원했던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개봉 10주년이 된 2017년 재개봉했다. ⓒ (주)해리슨앤컴퍼니

 
영국이 자랑하는 로맨스 영화의 황제

상류층 집안에서 자란 휴 그랜트는 옥스퍼드 대학교 뉴칼리지를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을 정도로 똑똑한 학생이었지만 연기자의 꿈을 위해 학업을 이어가는 것을 포기했다. 모교의 영화협회가 제작한 <옥스퍼드 러브>를 통해 데뷔한 그랜트는 드라마에서 활동하다가 1987년 <모리스>를 통해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랜트를 세계적으로 알린 영화는 따로 있었다. 

90년대 초반까지 미국과 유럽을 넘나들며 여러 영화에 출연하던 그랜트는 1994년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을 통해 골든글러브와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이를 계기로 영국과 할리우드에서 동시에 주목 받는 멜로 배우로 떠오른 그랜트는 <나인 먼쓰>와 <잉글리쉬맨>, <센스 앤 센서빌리티> 등에 차례로 출연하며 영국을 대표하는 스타배우로 자리매김했다.

90년대 중반 <선택>,<베니스행 야간 열차> 같은 스릴러에 도전했다가 재미를 보지 못한 그랜트는 1999년 할리우드의 슈퍼스타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노팅 힐>에 출연하며 세계적인 로맨스 배우로 떠올랐다. <노팅 힐>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찾은 그랜트는 2001년 <브리짓 존스의 일기>, 2002년 <어바웃 어 보이>와 <투윅스 노티스>, 2003년 <러브 액츄얼리>에 차례로 출연하며 전성기를 달렸다.

휴 그랜트가 2007년에 선택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웨딩 싱어>, <첫 키스만 50번째>로 200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로맨스퀸'으로 떠오른 드류 베리모어와 연기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영국이 자랑하는 '로맨스킹'과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로맨스퀸'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4000만 달러의 많지 않은 제작비로 만들어 세계적으로 1억45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휴 그랜트는 2009년 <들어는 봤니? 모건 부부>를 시작으로 <클라우드 아틀라스>,<한 번 더 해피엔딩>이 연속으로 흥행에 실패하면서 2000년대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2019년 매튜 맥커너히, 콜린 파렐 등과 함께 출연한 <젠틀맨>을 통해 오랜만에 흥행작을 낸 그랜트는 최근 크리스 파인, 미셀 로드리게스와 함께 2023년 3월 개봉 예정인 게임 원작의 판타지 액션영화 <던전 앤 드래곤>의 촬영을 마쳤다.

함께 노래 만들며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 영화
 
 휴 그랜트(오른쪽)와 드류 베리모어는 영화 속에서 함께 노래를 만들며 OST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휴 그랜트(오른쪽)와 드류 베리모어는 영화 속에서 함께 노래를 만들며 OST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 (주)해리슨앤컴퍼니

 
80년대를 호령하던 밴드 POP의 멤버였던 알렉스(휴 그랜트 분)는 세월이 지나 작은 행사를 전전하며 근근이 생활하는 퇴물가수다. 그런 그에게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 코라 콜먼(헤일리 베넷 분)의 듀엣 제의는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하지만 코라는 무조건 <사랑을 찾아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가사와 곡을 2주 내로 써올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POP 활동 시절에도 가사를 쓴 적이 없는 알렉스에게는 난감한 제안이었지만 이를 거절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알렉스는 자신의 집 화분을 가꾸는 알바를 하는 소피(드류 배리모어 분)가 범상치 않은 문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동업을 제안한다. 소피는 우여곡절 끝에 알렉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함께 동고동락하며 노래를 완성해 코라에게 합격을 받아낸다. 하지만 코라는 두 사람이 열심히 만든 발라드곡을 인도풍 댄스곡으로 편곡하고 가사도 마음대로 바꾼 후 소피에게 수정을 요구한다.

재기가 중요했던 알렉스는 코라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하지만 소피는 자신의 가사를 멋대로 수정하는데 반대하며 알렉스와 의견충돌을 벌인다. 하지만 더 이상 소피 없이 노래를 만들 수도, 부를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알렉스는 코라에게 소피를 놓치기 싫다고 고백하며 <사랑을 찾아가는 길>을 원곡 그대로 부른다. 그리고 자신이 쓴 가사에 맞춰 열창하는 알렉스의 노래를 들은 소피는 알렉스의 품에 안겨 그와 달콤한 키스를 나눈다.

<음악과 가사(Music&Lyrics)>라는 밋밋한 원제를 가진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국내로 수입되면서 한결 예쁘고 로맨틱한 제목으로 바뀌었다. '로맨틱 코미디의 장인' 휴 그랜트와 드류 베리모어가 노래를 함께 만들면서 가까워지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솔로 앨범 실패와 연인에게 버림 받은 상처를 안고 있는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은 관객들을 미소 짓게 하기 충분하다.

영화에서 공식적으로 표현되진 않지만 휴 그랜트가 연기한 알렉스 캐릭터는 80년대 영국에서 활동했던 인기듀오 왬!의 멤버 앤드루 리즐리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80년대 초·중반 < Last Christmas >, < Wake Me Up Before You Go-Go > 등을 히트시킨 왬!은 1986년 해체 후 두 맴버가 각각 솔로로 활동했다. 하지만 솔로 가수로도 크게 성공한 고 조지 마이클과 달리 앤드루 리즐리는 솔로가수로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영화 데뷔작이 최고의 팝스타 역할
 
 톱가수를 연기한 헤일리 베넷(오른쪽)은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 영화 데뷔작이었다.

톱가수를 연기한 헤일리 베넷(오른쪽)은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 영화 데뷔작이었다. ⓒ (주)해리슨앤컴퍼니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은 기본적으로 착한 영화다. 조금 까다롭거나 유난스런 캐릭터는 있지만 딱히 악역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악역이라 부를 수 있는 인물은 소피에게 상처를 준 전 남자친구 슬론 케이츠(캠벨 스코트 분)였다. 슬론은 소피가 만든 캐릭터와 설정을 가져다가 소설을 썼고 이 소설의 판권을 할리우드에 팔아 먹었다(물론 영화는 최악의 평과 함께 흥행 참패했다).

생계형 가수로 근근이 살아가던 알렉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현재의 인기가수 코라 콜먼 역은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을 통해 데뷔한 헤일리 베넷이 연기했다. 만나자마자 알렉스에게 까다로운 조건들을 제시하지만 애초에 알렉스에게 곡 의뢰를 한 코라가 아니었다면 알렉스와 소피의 공동작업도 없었을 것이다. 자칫 까다로워 보이지만 코라는 알렉스에게 솔로 무대를 마련해줬고 <사랑을 찾아가는 길>도 원곡버전으로 불렀다.

베넷은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OST 중 가장 유명한 곡이 된 <사랑을 찾아가는 길(A Way Back Unto Love)>을 휴 그랜트와 함께 불렀다(물론 OST 앨범에는 휴 그랜트와 드류 베리모어가 부른 가이드 버전도 수록돼 있다). 베넷은 지난 2019년 영화 <스왈로우>로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POP과 알렉스의 광팬이자 다이어트 센터 '살이여, 안녕'(소피가 지어준 이름이다)을 운영하는 소피의 언니 론다는 주로 코미디 장르에 출연하는 크리스틴 존스턴이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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