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아래 <유퀴즈>)이 2주 결방을 마치고 2022년 새해 첫 방송에 나섰다. SBS <런닝맨>, MBC <놀면 뭐하니?> 등과 마찬가지로 유재석의 코로나 확진 여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숨 고르기를 해야 했던 것. 이번 137회의 부제는 "베네핏이 있나요"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로부터 주목받게 된 배우 이정재를 비롯해서, 국내 유수의 기업체 직원과 대표가 등장해 각종 혜택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하지만 이날 방송 내용은 '길 위에서 만나는 우리네 이웃의 삶'이라는 당초 프로그램의 취지와 갈수록 멀어지는 요즘 <유퀴즈>의 아쉬운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국내 굴지 게임회사 실장, 유명 패션쇼핑몰 팀장 등장
 
 지난 12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이날 <유퀴즈>가 처음 만난 인물은 N사 개발 실장이었다. 20년 가까이 게임 개발에 종사하고 있다는 그에게 유재석은 "회사 복지가 어마어마하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복지가 있냐"고 질문을 던진다. 이에 출연자는 "회사 어린이집 시설이 너무 좋고 선생님들, 시설도 어린이집 중에서 최고"라는 등 회사의 지원 및 복지 현황에 대해 답변을 술술 풀어놓는다. "복지 포인트가 1년에 250만 원 정도라더라. 동호회 지원금도 나온다" 등의 내용은 유재석을 통해 소개되기도 한다.

​두번째로 만난 사람은 '덕업일치'(내가 좋아하는 일과 직업이 일치함을 뜻하는 신조어)를 실현 중인 또 다른 직장인이었다. 인터넷 쇼핑몰로 인기를 얻어, 서울 홍대 인근에 대형 매장도 운영 중인 M사의 MD인 팀장은 신발이 좋아서 입사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현재 인기 있는 스니커즈로 A사 제품을 언급하며 "제가 이 상품을 들이고 나서 14만 족 정도 판매했다. 올해에만 5만 족 정도 판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역시 회사의 복지로 각종 품위유지비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데 이날 방송분은 해당 출연자의 업무나 일에 대한 태도보단 회사 복지 및 혜택에만 치우쳐, 정작 <유퀴즈> 본연의 이야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유재석이 해당 업체의 복지 내용을 상세히 소개해줄 당위성이 과연 필요했는지부터 의문이 들었다.

사람이 중심에 있어야 할 자리에 대신 회사가 중심이 되는 꼴이었다. 특히 N사는 사행성 확률형 게임 논란을 비롯해, 지난해엔 개발자들을 무더기 대기 발령하는 사태를 빚어 업계에서 빈축을 사기도 했던 곳이다. 그렇다보니 마치 회사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전문직 위주 섭외 편중... 일종의 출연자 가이드라인 형성
 
 지난 12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곧이어 등장한 초대손님은 '현대판 대나무숲'으로 불리는 어플리케이션 B를 만든 대표이사였다. 지난해 국내·외에서 400억 원 이상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 기업체의 수장인 그는 여러 경제매체의 인터뷰 및 기획 기사로도 자주 소개된 인물이다. 한국 외에도 미국 가입자 160만 명이 있다는 이 업체 역시 주 35시간 근무에 점심시간 90분 등 파격적인 처우 소개로 MC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복지가 중요해진 시대인 데다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소구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 사회상을 감안하면 <유퀴즈>가 선택한 주제는 시의적절한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도 남는다. 국내 게임업계 최고 대우를 자랑하는 업체의 실장, 유명 패션 회사의 팀장, 그리고 스타트업 대표라는 직함은 과거 <유퀴즈>가 만나왔던 우리 주변 사람들과는 분명 거리감이 있다.

특히 <유퀴즈>의 최근 방영분을 살펴보면 전문직 혹은 대기업 종사자 등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선망하는 직군 위주의 섭외가 유독 잦았다. 대형 백회점의 버추얼 머천다이저, 유명 연예기획사 총괄 책임자, 대기업 식품회사 연구소장, 그룹사 부사장 출신 서점주 등 화려한 스펙이나 경력을 자랑하는 인물들 위주였다. 예전 <유퀴즈>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아르바이트생, 식당 종업원, 취업 준비생 등은 더 이상 초대손님으로는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일종의 출연자 직업 가이드 라인이 생긴 것 마냥 말이다.

관행적인 섭외 탈피 필요... 예전의 색깔 되찾을 수 있을까
 
 지난 12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지난 12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CJ ENM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지난 2020년 이후 <유퀴즈>는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난다는 콘셉트를 뒤로 한 채 섭외 형태로 전환하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2018~2019년 사이 평범한 이웃의 이야기는 갈수록 줄어들었고 유명 연예인 혹은 화제의 인물들이 그들을 대신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유퀴즈>는 과거 대비 높은 시청률과 안정된 인기, 화제몰이를 이루기도 했다.

반면 예전의 정감 어린 내용을 아쉬워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게 생겨났다. 2~3년전 <유퀴즈> 방영분을 케이블 채널 재방송으로 간혹 접하곤 한다. 당시 이 프로그램 속에선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거창한 직업도 없지만 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묵묵히 살아가는 서민들의 애환이 곳곳에 녹아 있었다. 치매 노모를 모시는 어느 60대 아들의 사연부터 손을 다쳐서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공공근로로 생계를 유지하는 어느 전직 건설 노동자의 안타까운 이야기 등이 그때의 화면을 빼곡히 채웠었다.

​이를 기억해본다면 요즘처럼 마치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전문직 종사자들의 대거 출연은 <유퀴즈> 스스로 그들만의 세상을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게 만든다. 단순히 선망의 대상이니까, 매스컴에 종종 언급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섭외를 진행하는 것이라면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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