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중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중 ⓒ 소니픽처스코리아

 
※ 이 글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아래 <노 웨이 홈>의 흥행 신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2021년) 12월 15일 개봉한 <노 웨이 홈>은 1월 10일 기준, 15억 3000만 달러 이상을 돌파했다. <어벤져스>(2012)와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의 흥행 기록도 넘어섰다. 이제 마블 영화 중 <노 웨이 홈>을 앞선 작품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2018)과 <어벤져스 : 엔드 게임>뿐이다. 역대 박스 오피스 8위로 올라섰다. 현재 <노 웨이 홈>은 국내에서도 3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7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초대형 텐트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갈증이 컸다고 해도, 이것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의 흥행이다. 평소에 극장에 잘 가지 않던 사람들도 <노 웨이 홈> 만은 보아야 했다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개봉했던 마블 영화인 <블랙 위도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이터널스>의 흥행 수익을 모두 합쳐도 <노 웨이 홈>에 미치지 못한다. 이 영화가 거대한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개봉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노 웨이 홈>의 흥행 기록은 더욱 놀랍다.

무엇이 <노 웨이 홈>을 가장 성공한 마블 솔로 영화로 만들었을까? <노 웨이 홈>을 이야기하는 데에 있어 '멀티버스'의 개념을 빼 놓을 수 없다. '멀티버스'란 주인공이 살고 있는, 주된 이야기가 펼쳐지는 세계 이외의 수많은 평행우주가 존재한다는 개념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영화의 매력은 말 그대로 그럴듯한 우주의 완성이었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 서로 다른 세계관에 존재하는 캐릭터들이 서로 갈등하고, 상호작용하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히어로물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멀티버스는 한 술 더 떠, 이 협력의 범위를 아예 다른 프랜차이즈로까지 확장시켰다. <노 웨이 홈>은 이 모험을 훌륭하게 해냈다. 그린 고블린(윌렘 데포), 일렉트로(제이미 폭스 분), 옥토퍼스(알프레드 몰리나 분) 등 이미 퇴장한 시리즈의 악역들이 돌아왔고, 역대 스파이더맨들이 모여 서로를 형제처럼 쓰다듬는 감동도 보여주었다.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루 가필드 그리고 톰 홀랜드 표 피터 파커가 공중을 가르는 모습, 이것은 멀티버스라는 근거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광활한 멀티버스, 이제 마블의 시대정신
 
 2022년 상반기 개봉 예정인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2022년 상반기 개봉 예정인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 광활한 멀티버스에서 너는 어떤 존재지, 스트레인지?"
- <닥터 스트레인지>(2016) 중


멀티버스는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이미 영화 이전에 '마블 코믹스'를 통해 다뤄진 적이 있었고, <닥터 스트레인지>(2016)에서 에이션트 원(틸다 스윈튼 분)의 입을 통해 언급되기도 했다.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2019)에서도 다른 차원에서 넘어왔다고 하는 히어로가 등장한다. 이것은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 분)의 허풍으로 끝났지만, 언젠가 마블이 멀티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 주었다.

앞으로 마블은 '멀티버스'의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TV 시리즈 <로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음을 암시했다. 9부작 애니메이션 시리즈 <왓 이프…?> 역시 '캡틴 아메리카가 된 페기 카터', '스타로드가 된 트찰라' 등 다양한 세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개봉 예정인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제목부터 노골적이다. 예고편의 문을 여는 것 역시 "멀티버스, 우린 그 개념에 대해 놀랄 만큼 무지하지"라는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의 독백이다.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는 "이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멀티버스를 다룰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수십 년이나 된 마블 코믹스의 역사, 20편 이상의 실사 영화가 갖춰진 상황인 만큼, 무엇이든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오랜 시리즈와 캐릭터 팬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시도를 여러 번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엑스맨과 어벤져스의 협업도,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귀환도 이론적으로는 꿈이 아니다.

물론 과제도 많다. 세계관이 시공간을 가리지 않고 확장되는 상황에서, 혼란스러워하는 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챙겨야 하는 것이 많아진 상황에서 중도 유입을 포기하고 이탈할 관객들을 붙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마블이 축적해 온 역사들이 팬서비스와 게으른 오마주로 소비될 가능성도 있다.

누구든 불러올 수 있는 멀티버스의 개념이 부실한 서사에 편의성을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 또 모든 작품이 <노 웨이 홈>처럼 성공적일 수는 없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처럼, 영화가 테마파크화되는 경향이 더 심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점이 있다면, 지금 마블의 시대 정신은 '멀티버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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