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년특집으로 SBS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공생의 법칙>(3부작)이 방송되었다. 해당 방송은 '생태교란종이 생겨난 원인과 현황을 파악하고, 조화로운 공생을 위해 인간의 역할과 책임을 생각해본다'는 취지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1화에서는 꿀벌의 생태를 위협하는 등검은말벌을 다루면서 세 군데의 벌집 제거 과정을 보여줬는데, 출연자들이 크레인을 타고 벌집을 제거하는 모습이 아슬아슬하게 그려졌다. 생태교란종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는 취지는 이해되지만, 이를 다루는 관점과 출연자들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생태계를 바로잡는 역할
 
 SBS <공생의 법칙>의 한 장면

SBS <공생의 법칙>의 한 장면 ⓒ SBS

 
생태교란종은 토착종을 위협하며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는 생물을 뜻하는데, 기후 변화로 유입되는 경우도 있지만 인간이 필요에 따라 일부러 유입해오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황소개구리는 애초 식용 목적으로 들여왔는데 천적이 없이 무분별하게 번식하면서 생태계를 교란시켰고, 이에 환경청에서 황소개구리 퇴치 운동을 벌인 바도 있었다.

<공생의 법칙>에서 공개한 티저에 담긴 뉴트리아나 베스 등도 마찬가지로 생태교란종으로 분류되는 종인데, 뉴트리아는 정부가 모피와 육류 생산 목적으로, 베스는 단백질 공급 목적으로 수입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생태교란종이 야기하는 문제에는 분명히 인간의 책임이 있다. 방송에서 출연자 김병만은 "인간의 잘못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리듬을 맞춰줘야 하는 인간의 책임도 있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인간이 개입할 방안을 찾거나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이러한 생태계 문제에 대해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정말 '생태계 교란 생물의 학살'일까. 비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생태교란종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들의 흔적을 지우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적어도 해당 방송이 진정한 공생과 인도적인 해결 방안에 대한 깊은 고민을 전달하지 못했고, 생태교란종의 포획과 살생에 대해 시청자를 충분히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정당해 보이는 명분이 있다고 해서 그 뒤에 이어지는 해결법의 타당성까지 늘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생태교란종이 살생의 대상이라는 것이 정당화되고 타당해지는 순간, 일반인들도 교란종을 학살하는 것이 공익의 정의라고 여기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불필요한 것은 '없애는 일', 그것을 자칫 신중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생명 경시 풍조로 이어지리라는 우려도 지나친 걱정은 아니지 않을까.

한편 동물행동권 '카라'에서는 해당 방송에 대해 "생태교란종 문제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은 등한시한 채 해당 종을 혐오의 대상으로만 소비하고 있다"며 "인간에 의해 들여온 동물이 혐오와 학대의 대상이 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접근 방식의 문제
 
 SBS <공생의 법칙>의 한 장면

SBS <공생의 법칙>의 한 장면 ⓒ SBS

 
방송이 나간 뒤 '이런 일은 전문가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청자 반응도 적지 않았다. 주된 이유는 일반인들이 나서기에는 너무 위험해 보이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로 공인된 기관이 아니라 예능을 표방하는 프로그램에서 생태계 교란종의 문제에 대해서 올바른 인식을 전달하고 있는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방송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 등을 겪어내며 말벌집을 제거하는 출연자들은 마치 강력한 빌런을 상대하는 히어로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생태계를 바로잡는다는 정당한 명분만 있다면 해당 종을 죄책감 없는 학살 대상처럼 여겨도 된다는, 해당 종에 대한 혐오적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는 걱정도 든다.

더불어 맹독을 가진 등검은말벌의 벌집을 건드리는 위험한 상황에서 출연자들의 상황에 예능적으로 BGM을 깔거나 희화화하는 방식 역시 의문이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어느 정도 재미를 기반으로 가져가야 하는 예능의 특성 때문이겠으나, 어쨌거나 한 생명의 종을 인위적으로 포획하는 상황을 '재미있게' 포장한다는 점은 정서적으로든 출연진들의 위험성 면에서든 보기에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편으로 지역 축제의 일환으로 물고기를 대량으로 포획하거나 죽이는 것에 대해서도 꾸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어 왔다. 일상적으로 불필요한 육류 섭취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생태계를 위한다는 '친환경 예능'을 표방하는 <공생의 법칙>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근본적으로 생태계에 죽어도 되는, 사라져도 되는 생명이라는 것이 있을까. 인간이 즐기기 위해, 먹기 위해 혹은 생태계의 균형을 위해서라면 괜찮을까. 과연 자연을 대상으로 인간의 역할과 권리는 어디까지이며 그것은 누가 부여하는 걸까. 생태교란종에 대한 인간의 역할과 책임을 고민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지만, 여기에 '조화로운 공생'에 대한 고민이 함께 드러나지 않는다면 예능 <공생의 법칙>은 '과연 이 방법이 최선인가'에 대한 씁쓸한 물음표를 남기게 될 것 같다.
공생의법칙 생태교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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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개 고양이 집사입니다 :) sogon_abou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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