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유재석의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잠시 멈춤을 택했던 MBC <놀면 뭐하니?>가 8일 방영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2022년 새해 첫 방송에 나섰다. 지난 1일 연말 선물 교환, 근황 소개 등의 내용이 다뤄지긴 했지만 촬영 중단으로 인해 부득이 '도토리 페스티벌' 준비 과정의 재방송이 2주 연속 방영되면서 살짝 아쉬움을 자아냈다. 숨고르기를 끝마친 <놀면뭐하니?>가 선택한 소재는 바로 'JMT'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정기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JMT'는 기존 <무한도전> 시절의 인기 아이템 '무한상사'의 세계관을 이어 받은 상황극 콩트물로 오랜 기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기획물이었다. 비록 그 시절 모든 멤버가 등장하진 않지만 핵심 인물인 유 본부장(유재석), 정 과장(정준하), 하 사원(하하)를 중심으로 신봉선, 이은지, 이용진 등 개그맨들과 배우 차승원의 깜짝 출연이 이어지면서 쏠쏠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단체 야유회 형식을 빌어 진행된 신입-경력사원 모집 이후 근황이 궁금했던 분들에게 몇주만에 돌아온 'JMT'가 또 한번 큰 웃음을 선사하면서 <놀면 뭐하니?>는 활기찬 2022년의 출발을 알리고 나섰다. 여전히 변함없는 '꼰대력 최강 직장 상사' 유 본부장과 정 과장, 하 사원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각본 없는 웃음 케미
▲ 지난 8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10년전 촬영 장소('책 책 책을 읽읍시다')로 <무도>팬들이라면 기억하고 있는 한 북카페에서 재회한 정 과장, 하 사원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JMT 측 사정으로 인해 합격자 발표가 늦춰지면서 여전히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두 사람으로선 충분히 속상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한 유 본부장이지만 과거와는 사못 달라진 하 사원, 여전히 남의 속 팍팍 긁기만 하는 정 과장의 태도는 그에겐 영 달갑지 않았다.
여기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준 건 정준하, 하하였다. "믿고 보는 가발 쓴 정준하"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무한상사 시절 부터 무근본 상황극 속 억울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배꼽을 쏙 빼놓게 만들었던 그는 JMT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다이어트 한다면서 휘핑 크림 듬뿍 얹은 음료와 샌드위치를 쉴 새 없이 먹으며 특유의 밉상 캐릭터에 발동을 걸기 시작하더니만 유 본부장의 말을 중간 마다 끊으여 화를 키우는 등 얄미움과 깐족거림을 극대화 시킨다.
앞선 JMT 상황극보다 강화된 캐릭터로 등장한 하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과거 2013년 <무도> '유재석TV 행쇼'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그의 부캐 '순수총각' 이미지를 기존 하 사원에게 덧씌우면서 '극강 꼰대'가 접목된 얄미운 역할로 탈바꿈하게 된다. 밑도 끝도 없는 말장난 개그와 몸개그가 결합되면서 무한상사 시절보다 업그레이드된 두 사람의 캐릭터쇼는 <놀면 뭐하니?>에도 활력을 불어 넣는다.
'예능 초보' 이미주도 합류
▲ 지난 8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이보다 앞서 유본부장의 이야기에는 JMT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지원자 미주도 등장해 또 다른 재미를 유발시켰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들른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미주 역시 채용 시험 결과 발표 지연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으며 슬슬 상황극에 발동을 걸기 시작한다.
전문 개그맨도 아닌데다 아직 예능에 발을 내딛은지 얼마 안되는 초보 방송인 미주지만 의외의 순발력 + 허술한 연기력이 결합되자 정 과장, 하 사원과는 차별화된 캐릭터가 부각된다. 연예대상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과정에서 잠시 부캐를 망각하고 각각 대상과 신인상 수상자로 회귀하는 바람에 'JMT 세계관'이 붕괴되는 등 실소를 자아내며 티키타카 식 콩트쇼를 거침없이 펼쳐낸다.
여기선 JMT 상황극 속 미주가 아닌, 실제 20대 이미주의 속내도 드러나면서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그룹 활동하고 연습생 시절 다 포함하면 몇 년 했냐"는 유 본부장의 질문에 "10년 했다"고 답한 미주는 "20대와 청춘, 가장 빛나는 시절을 러블리즈에게 바쳤다"고 토로한다. 이어 "후회는 없다. 러블리즈 활동을 하면서 많은 걸 얻고 배웠다"고 말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모호해진 프로그램 방향성 잡아주는 'JMT' 이야기
▲ 지난 8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지난해 하반기 이후 <놀면 뭐하니?>는 사실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김태호 PD의 퇴사와 맞물리면서 새롭게 합류한 구 <무도> 멤버와 이미주, 신봉선 등 신규 인물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이전까지 형성했던 '유재석 1인 부캐쇼'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안정된 시청률을 담보하는 음악 예능 vs 기타 소재 에피소드에 대한 호불호가 매번 엇갈리면서 <놀면 뭐하니?>의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결국 '도토리 페스티벌'이라는 또 다른 음악 소재 내용이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논쟁 아닌 논쟁은 다시 한번 불을 피우게 되었다. 시청자들의 선호 대상이 극명하게 갈리는 독특한 예능이다보니 제작진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답으로 뚝심있게 밀고 있는 것이 바로 '무한상사' 세계관을 계승한 'JMT' 이야기다. 예전과 똑같은 <무도>의 귀환이 불가능하다는 건 이미 유재석의 입을 통해 여러 차례 언급되었음을 감안할때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활용되는 것이 JMT 였던 것이다.
옛 추억을 소환함과 동시에 새로운 인물 투입으로 다양성을 확보하고 나섰다. 그 결과 정과장+하사원의 무근본 상황극 뿐만 아니라 신작 홍보에 나선 '마이사' 차승원의 깜짝 등장 등 예측불허 전개도 펼쳐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예능 인재 발굴의 기회도 마련함과 동시에 기존 캐릭터들을 맘껏 놀 수 있게 만드는 공간이 형성된 것이다. 현재의 <놀면 뭐하니?>에게 JMT는 최고는 아닐지언정 최선의 놀이터가 되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