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8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유재석의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 잠시 멈춤을 택했던 MBC <놀면 뭐하니?>가 8일 방영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2022년 새해 첫 방송에 나섰다. 지난 1일 연말 선물 교환, 근황 소개 등의 내용이 다뤄지긴 했지만 촬영 중단으로 인해 부득이 '도토리 페스티벌' 준비 과정의 재방송이 2주 연속 방영되면서 살짝 아쉬움을 자아냈다.  숨고르기를 끝마친 <놀면뭐하니?>가 선택한 소재는 바로 'JMT'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정기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JMT'는 기존 <무한도전> 시절의 인기 아이템 '무한상사'의 세계관을 이어 받은 상황극 콩트물로 오랜 기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기획물이었다. 비록 그 시절 모든 멤버가 등장하진 않지만 핵심 인물인 유 본부장(유재석), 정 과장(정준하), 하 사원(하하)를 중심으로 신봉선, 이은지, 이용진 등 개그맨들과 배우 차승원의 깜짝 출연이 이어지면서 쏠쏠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단체 야유회 형식을 빌어 진행된 신입-경력사원 모집 이후 근황이 궁금했던 분들에게 몇주만에 돌아온 'JMT'가 또 한번 큰 웃음을 선사하면서 <놀면 뭐하니?>는 활기찬 2022년의 출발을 알리고 나섰다. 여전히 변함없는 '꼰대력 최강 직장 상사' 유 본부장과 정 과장, 하 사원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각본 없는 웃음 케미
 
 지난 8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8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10년전 촬영 장소('책 책 책을 읽읍시다')로 <무도>팬들이라면 기억하고 있는 한 북카페에서 재회한 정 과장, 하 사원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JMT 측 사정으로 인해 합격자 발표가 늦춰지면서 여전히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두 사람으로선 충분히 속상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한 유 본부장이지만 과거와는 사못 달라진 하 사원, 여전히 남의 속 팍팍 긁기만 하는 정 과장의 태도는 그에겐 영 달갑지 않았다.

​여기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준 건 정준하, 하하였다.  "믿고 보는 가발 쓴 정준하"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무한상사 시절 부터 무근본 상황극 속 억울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배꼽을 쏙 빼놓게 만들었던 그는 JMT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다이어트 한다면서 휘핑 크림 듬뿍 얹은 음료와 샌드위치를 쉴 새 없이 먹으며 특유의 밉상 캐릭터에 발동을 걸기 시작하더니만 유 본부장의 말을 중간 마다 끊으여 화를 키우는 등 얄미움과 깐족거림을 극대화 시킨다.

앞선 JMT 상황극보다 강화된 캐릭터로 등장한 하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과거 2013년 <무도> '유재석TV 행쇼'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그의 부캐 '순수총각' 이미지를 기존 하 사원에게 덧씌우면서 '극강 꼰대'가 접목된 얄미운 역할로 탈바꿈하게 된다.  밑도 끝도 없는 말장난 개그와 몸개그가 결합되면서 무한상사 시절보다 업그레이드된 두 사람의 캐릭터쇼는 <놀면 뭐하니?>에도 활력을 불어 넣는다.

'예능 초보' 이미주도 합류
 
 지난 8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8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이보다 앞서 유본부장의 이야기에는 JMT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지원자 미주도 등장해 또 다른 재미를 유발시켰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들른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미주 역시 채용 시험 결과 발표 지연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으며 슬슬 상황극에 발동을 걸기 시작한다.  

​전문 개그맨도 아닌데다 아직 예능에 발을 내딛은지 얼마 안되는 초보 방송인 미주지만 의외의 순발력 + 허술한 연기력이 결합되자 정 과장, 하 사원과는 차별화된 캐릭터가 부각된다. 연예대상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과정에서 잠시 부캐를 망각하고 각각 대상과 신인상 수상자로 회귀하는 바람에 'JMT 세계관'이 붕괴되는 등 실소를 자아내며 티키타카 식 콩트쇼를 거침없이 펼쳐낸다.

​여기선 JMT 상황극 속 미주가 아닌, 실제 20대 이미주의 속내도 드러나면서 묘한 감정을 일으킨다. "그룹 활동하고 연습생 시절 다 포함하면 몇 년 했냐"는 유 본부장의 질문에 "10년 했다"고 답한 미주는 "20대와 청춘, 가장 빛나는 시절을 러블리즈에게 바쳤다"고 토로한다. 이어 "후회는 없다. 러블리즈 활동을 하면서 많은 걸 얻고 배웠다"고 말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모호해진 프로그램 방향성 잡아주는 'JMT' 이야기​
 
 지난 8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8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지난해 하반기 이후 <놀면 뭐하니?>는 사실 갈피를 잡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김태호 PD의 퇴사와 맞물리면서 새롭게 합류한 구 <무도> 멤버와 이미주, 신봉선 등 신규 인물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이전까지 형성했던 '유재석 1인 부캐쇼'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안정된 시청률을 담보하는 음악 예능 vs 기타 소재 에피소드에 대한 호불호가 매번 엇갈리면서 <놀면 뭐하니?>의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결국 '도토리 페스티벌'이라는 또 다른 음악 소재 내용이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논쟁 아닌 논쟁은 다시 한번 불을 피우게 되었다.  시청자들의 선호 대상이 극명하게 갈리는 독특한 예능이다보니 제작진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답으로 뚝심있게 밀고 있는 것이 바로 '무한상사' 세계관을 계승한 'JMT' 이야기다.  예전과 똑같은 <무도>의 귀환이 불가능하다는 건 이미 유재석의 입을 통해 여러 차례 언급되었음을 감안할때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활용되는 것이 JMT 였던 것이다.  

​옛 추억을 소환함과 동시에 새로운 인물 투입으로 다양성을 확보하고 나섰다.   그 결과 정과장+하사원의 무근본 상황극 뿐만 아니라 신작 홍보에 나선 '마이사' 차승원의 깜짝 등장 등 예측불허 전개도 펼쳐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예능 인재 발굴의 기회도 마련함과 동시에 기존 캐릭터들을 맘껏 놀 수 있게 만드는 공간이 형성된 것이다. 현재의 <놀면 뭐하니?>에게 JMT는 최고는 아닐지언정 최선의 놀이터가 되어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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