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새해가 밝게 되면 많은 이들은 그해 첫 태양이 뜨는 것을 바라보며 시작, 희망, 소원의 의미를 담아보곤 한다. 지난 7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2022년 첫 방송 역시 그러한 취지를 살려 프로그램의 중심, 전현무의 한라산 등반기를 화면에 그려보며 의욕적인 신년 맞이를 시작했다.  

​다들 잘 알다시피 지난해 <나 혼자 산다>는 최근 몇년을 통털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 바 있다. 예전 같지 않은 인기, 몇몇 출연진들의 잡음이 맞물리면서 한동안 MBC를 대표하던 간판 예능의 입지가 뿌리까지 흔들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연말연시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해온 MC 전현무가 한라산으로 어려운 발걸음을 옮긴 것도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아보기 위한 목적처럼 비춰졌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한라산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연일 한파와 폭설로 인해 등반 당일인 1월 1일 직전까지 3일간 등산로가 폐쇄될 정도로 산행길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던 것이다.  

만만히 봤다가 큰 코 다친 한라산 등정기
 
 지난 7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오랫동안 12월 31일 연말 시상식 진행을 해왔지만 2021년엔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대신 맡게 되자 전현무로선 모처럼 여유 시간을 갖게 되었다. 항상 1월 1일 새벽까지 생방송을 담당하다보니 일정 끝마치면 그저 잠에 골아 떨어지는 게 연례행사가 되곤 했다고 한다. 덕분에 새해 해돋이 구경은 전혀 꿈도 꾸기 힘들었지만 이번 만큼은 자신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잡은 만큼 치열한 경쟁 속에 등반 예약에 성공하면서 의욕적으로 한라산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평소 등산, 운동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한 전현무로선 백록담 도전이 역대급 고생길이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새벽 6시 첫 입장객으로 의욕적인 발걸음을 내딛었지만 얼어붙은 눈길은 초보자에겐 쉽지 않는 난관을 안겨주기 시작했다. 

함께 한라산 입구에서 출발했던 다른 등반객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졌고 후발대 입장객들에게 추월당할 정도로 전현무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 채 한 발 한 발 힘겹게 지탱하며 더딘 걸음을 이어 나갔다. 초반부터 힘든 기색이 역력했던 그로선 산 속 이정표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엄청 가파른 길을 걸어 올라간 줄 알았지만 여전히 지도상 평지 수준의 위치에 머물렀고 진짜 난코스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12시간 만에 어렵게 끝낸 새해 해돋이 구경
 
 지난 7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5시간 만에 삼각봉 대피소에 도달한 전현무의 모습은 탈진 그 자체였다. 눈 쌓인 벤치에 팔자로 누워버린 그를 본 등반객들은 "술에 취한 줄 알았다"고 말할 만큼 기진맥진한 상태로 정상 일보직전까지 힘든 몸을 이끌고 올라왔던 것이다. 잠깐 동안의 달콤한 휴식으로 기운을 좀 얻긴 했지만 이어 들려온 안내 방송은 또 다시 전현무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겨울 산행+한라산 특성상 출입 시간 제한이 있는 관계로 지정된 시간까지 들어가지 않으면 입장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눈 쌓인 절경을 바라보는 것으로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무거운 몸을 이끈 그는 결국 7시간 넘은 고군분투 속에 최종 목적지인 백록담 도착에 성공했다. 그리고 하산까지 무려 12시간에 걸친 산행으로 힘겹게 새해 해돋이 구경을 끝마칠 수 있었다. 

"핼기 타고 가고 싶었다. 개인 관광이면 그냥 포기했을 것 같다"라고 설명한 전현무는 왜 쉽지 않은 한라산 등반길을 자청하고 나섰을까? 이유는 비교적 간단했다. 올해는 그가 프리랜서로 나선 지 꼭 10년이 되는 해이다. 

"MC는 주인공이 아니라 공감해주는 사람이다. 그동안 역할 잘 했는데 왜 나는 감탄만 하고 할 생각 안 해? 그런 근본적인 생각이 들어서 올해는 거창한 건 아니지만 뭔가 도전해보자, 이제는 좀 주인공이 되어야겠다고..."

전현무와 <나 혼자 산다>의 공통된 희망사항
 
 지난 7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지난 7일 방영된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전현무가 생각했던 고민은 지금 <나 혼자 산다>가 놓인 처지와 사뭇 비슷하게 느껴졌다. 지난 연말 시상식에서 출연 연예인들이 여러 개의 트로피를 받긴 했지만 이전 같은 화려한 관심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다. 여타 예능 프로들이 신년 첫 방송 마다 시상식 뒷 이야기에 상당 부분 할애하며 자축하는 것과 달리 <나 혼자 산다>는 단 몇 초 분량의 화면 소개 및 무지개 회원들의 대화로 이를 대신했고 곧장 본 방송으로 돌입했다.

​제작진 혹은 출연진들로서도 지난 2021년은 잊고 싶은 기억이 되었을 것이다. 전현무 뿐만 아니라 수많은 제작 스태프들도 함께 험난한 겨울 산길을 나서게 된 건 촬영이라는 주된 목적 외에도 <나 혼자 산다> 또한 새로운 각오와 의지가 필요했음을 인식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점에서 전현무의 백록담 등정 과정에서 BGM으로 사용된 'Bad Day'(다니엘 파우터)의 노랫말 "So where is the passion when you need it the most"(그래서 지금 가장 필요한 열정은 어디 있나요?)은 제법 흥미롭게 들려왔다. 단순히 안 좋은 기상 상황을 빗댄 것 뿐만 아니라 전현무와 <나 혼자 산다>가 잃어버린 열정을 이제 되찾아야 하는 당위성이 공교롭게도 여기에 담겨 있던 것이다. 

더 이상 '나쁜 날'은 뒤로 하고 새롭게 떠오른 태양처럼 프로그램 입장에서도 예전과 같은 뜨거움이 돌아와야 하지 않겠는가? 단순히 새해 맞이 프로그램 소재로서 뿐만 아니라  2022년 다시 시작하는 그들의 참된 마음가짐을 이번 방송을 통해 되찾길 바랄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애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나혼자산다 전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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