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인삼공사를 꺾고 귀중한 새해 첫 승리를 따냈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5, 21-25, 25-23, 25-21)로 승리했다. 블로킹에서 13-7, 디그에서 107-88로 우위를 보인 흥국생명은 3라운드에 이어 4라운드에서도 인삼공사를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기며 단독 5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8승 13패, 승점 24점).

흥국생명은 센터콤비 김채연과 이주아가 나란히 블로킹 5개를 기록하며 23득점을 합작, 높이의 우위를 점했고 김미연도 10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도수빈 리베로는 50%의 리시브효율과 함께 26개의 디그를 기록하며 탄탄한 수비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 역시 흥국생명 승리의 일등공신은 50%의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며 44.19%의 성공률로 이번 시즌 한 경기 개인 최다인 41득점을 기록한 듬직한 외국인 선수 캐서린 벨(등록명 캣 벨)이었다.

베띠-데스티니-이바나, 성공적인 컴백 외국인
 
 2015-2016 시즌 GS칼텍스에서 활약했던 캣 벨은 5년 만에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컴백했다.

2015-2016 시즌 GS칼텍스에서 활약했던 캣 벨은 5년 만에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컴백했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 여자부는 지난 2006-2007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하면서 어느덧 16시즌 째를 맞고 있다. 인삼공사를 두 번이나 우승시켰던 마델라이네 몬타뇨처럼 한 팀에서 여러 시즌 동안 활약하는 선수도 있지만 기량미달로 한 시즌 만에 구단에 의해 퇴출된 선수도 허다하고 구단의 만류에도 더 큰 무대로 떠난 선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짧으면 1년, 길면 수 년 후에 다시 V리그 무대를 밟는 선수도 적지 않았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거포 베띠 데라크루즈는 2008-2009 시즌 GS칼텍스 KIXX를 준우승으로 이끌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GS칼텍스와의 재계약에 합의했던 베띠는 아이를 갖게 되면서 아쉽게 V리그를 떠났지만 2012-2013 시즌 V리그에 컴백해 팀을 다시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2013-2014 시즌에는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챔프전 5경기에서 무려 221득점(평균44.2점)을 퍼붓는 '원맨쇼'를 펼치며 GS칼텍스의 우승을 견인했다.

2009-2010 시즌 GS칼텍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온 데스티니 후커도 현재까지 깨지지 않은 한 시즌 최다연승(14연승)의 주역이 되며 GS칼텍스를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시즌 후 GS와의 재계약이 무산된 데스티니는 이탈리아와 브라질, 러시아리그에서 활약하다가 2014-2015 시즌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 복귀했다. 정규리그 득점 5위와 챔프전 득점1위를 기록한 데스티니는 기업은행의 2번째 우승의 주역이 됐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팬들은 첫 우승의 일등공신 이바나 네소비치를 잊지 못한다. 2011-2012 시즌 솔레다드 피네도의 대체 선수로 도로공사에 입단한 이바나는 12경기에서 331점을 기록하며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시즌 후 재계약이 무산돼 V리그를 떠난 이바나는 5년이 지난 2017-2018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V리그에 복귀해 도로공사의 첫 통합우승을 이끌며 정규리그 MVP까지 선정됐다.

베띠와 데스티니, 이바나 같은 성공사례가 있지만 V리그로 컴백한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좋은 활약을 한 것은 아니다. 테일러 심슨과 테일러 쿡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흥국생명과 도로공사 팬들에게 흑역사로 기억되고 있는 테일러는 2015-2016 시즌과 2017-2018 시즌엔 흥국생명, 2019-2020 시즌엔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부진한 성적과 석연치 않은 부상으로 세 번 모두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다.

5년 만에 V리그 돌아와 득점 1위 질주
 
  캣 벨은 거만한 외인이 아닌 책임감 있는 주공격수로 흥국생명 선수단에 잘 어우러지고 있다.

캣 벨은 거만한 외인이 아닌 책임감 있는 주공격수로 흥국생명 선수단에 잘 어우러지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텍사스 대학 출신의 캣 벨은 지난 2015-2016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됐다. 당시 GS칼텍스는 2013-2014 시즌 우승 후 암흑기에 빠져 있던 시기였는데 캣 벨은 센터와 오른쪽 공격수를 오가며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출전해 득점 4위(607점)와 블로킹 2위(세트당 0.72개)를 기록했다. 특히 블로킹 1위를 차지한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세트당 0.74개)과의 차이는 고작 0.02개에 불과했다.

시즌 종료 후 GS칼텍스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캣 벨은 푸에르토리코와 터키, 중국리그 등을 오가며 선수생활을 이어가다가 2021-2022 시즌 5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를 노크했다. 사실 수준급 선수가 대거 V리그 진출을 노렸던 지난 시즌 같으면 캣벨의 지명이 무산됐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거물급 선수들이 유럽무대로 돌아간 이번 시즌엔 주전 4명이 이탈하며 전력이 크게 약해진 흥국생명에서 공격력 강화를 위해 4순위로 캣 벨을 지명했다.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개막 후 15경기에서 3승 12패로 최악의 출발을 하며 일찌감치 심한 내홍을 겪은 기업은행, 신생팀 페퍼저축은행과 '3약'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캣 벨은 팀 성적과 관계없이 꾸준한 활약을 통해 흥국생명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3라운드 중반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던 흥국생명도 캣 벨의 기복 없는 활약에 힘입어 최근 6경기에서 5승 1패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캣 벨은 7일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도 서브득점 하나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이번 시즌 한 경기 개인 최다득점에 해당하는 41득점을 기록했다. 캣 벨은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와 치열한 득점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 6일 기업은행전에서 모마가 26득점을 올리며 득점 1위(543점)로 올라서자 캣 벨은 하루 만에 41득점을 올리며 28점 차이로 1위 자리(571점)를 탈환했다.

모마는 팀 내에서 47.68%라는 절대적으로 높은 공격 점유율을 책임지고 있다. 이는 여자부 7개 구단의 모든 외국인 선수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캣 벨은 자신에게 주어진 다소 부담스러운 공격점유율에 한 번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주전 4명이 한꺼번에 이탈하며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재정비한 흥국생명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공격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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