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톱스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송혜교는 1998년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막내딸 오혜교 역으로 주목 받은 후 2000년 <가을동화>의 은서를 통해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호텔리어> <수호천사> <올인>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태양의 후예> <남자친구> 등 송혜교가 출연해 크게 사랑 받은 드라마는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다.

하지만 출연하는 작품마다 화제가 되는 송혜교도 유독 영화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했다. 2006년 스크린 데뷔작 <파랑주의보>가 23만 관객에 그친 데 이어 유지태, 류승룡, 윤여정 등 믿음직한 동료배우들과 함께 출연한 <황진이>도 전국 120만 관객에 머물렀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그나마 2014년 <두근두근 내 인생>이 160만 관객을 모았지만 송혜교, 강동원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송혜교 외에도 드라마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다가도 영화 쪽에서는 큰 힘을 쓰지 못하는 배우들이 종종 있다. 혼이 담긴 연기로 대중들로부터 '명민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명민 역시 영화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던 대표적인 배우였다. 하지만 유독 영화운이 없었던 김명민에게도 세 편 합쳐 천 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은 시리즈가 있다. 바로 김명민이라는 배우를 대표하는 코믹 추리물 <조선명탐정>이다.
 
 3편까지 만들어진 <조선명탐정>은 10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김명민의 대표작이 됐다.

3편까지 만들어진 <조선명탐정>은 10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김명민의 대표작이 됐다. ⓒ (주)쇼박스

 
영혼을 쏟아 붓는 연기 보여주는 '명민좌'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의 김명민은 1996년 SBS 공채탤런트로 배우가 됐지만 데뷔 초기 여러 작품에서 조·단역을 전전하며 무명시절을 보냈다. 김명민은 2001년 영화 <소름>에서 광기 어린 살인마 택시기사 연기를 통해 청룡영화제 신인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 받았다. 하지만 김명민은 2003년 노희경 작가의 <꽃보다 아름다워>에 출연한 후 자신의 연기에 한계를 느끼고 배우생활을 그만두고 뉴질랜드 이민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던 2004년, 김명민은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 역에 캐스팅됐고 엄청난 열연을 통해 2005년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6년 드라마 <불량가족>을 통해 가벼운 연기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김명민은 2007년 <하얀 거탑>의 장준혁으로 또 한 번 엄청난 열연을 선보였다. 여기에 "똥떵어리"라는 대사로 유명한 <베토벤 바이러스>까지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연기본좌' 김명민의 전성기를 열었다.

하지만 김명민에게도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드라마에서의 연이은 성공과 달리 영화에서는 큰 성과를 얻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2009년 <내 사랑 내 곁에>에서 루게릭병 환자 역으로 엄청난 연기열정을 불태우며 청룡영화제와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휩쓸었지만 딱히 흥행작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은 없었다. 그렇게 연기열정과 흥행 사이에서 고민하던 김명민은 2011년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아래 <조선명탐정>)을 만났다.

지금까지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맡았던 심각하고 진중한 캐릭터들와 달리 시종일관 가볍고 웃음기 넘치는 조선의 탐정을 연기한 김명민은 관객들과의 거리는 좁히는 데 성공했다. 설연휴에 개봉한 <조선명탐정>은 전국 470만 관객을 동원하며 2011년 설날 연휴의 승자가 됐다. 김명민은 2012년에도 재난영화 <연가시>로 전국 450만 관객을 모으며 연기는 물론 흥행파워까지 겸비한 관객들이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김명민은 3편까지 이어진 <조선명탐정> 시리즈로 도합 1090만의 관객을 동원했고 <드라마의 제왕> <개과천선> <육룡이 나르샤> 등 드라마에서도 여전히 명불허전의 연기를 뽐냈다. 2021년에는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함께 했던 김석윤 감독이 연출한 jtbc 드라마 <로스쿨>에서 형법교수 양종훈 역을 맡아 엄청난 대사량의 법정 변론장면을 원테이크로 소화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석윤 감독과 배우들의 유쾌한 변신과 조화
 
 지적이고 진중한 연기 전문이었던 김명민의 능청스런 연기변신은 관객들의 많은 웃음을 자아냈다.

지적이고 진중한 연기 전문이었던 김명민의 능청스런 연기변신은 관객들의 많은 웃음을 자아냈다. ⓒ (주)쇼박스

 
<조선명탐정>을 연출한 김석윤 감독은 <캠퍼스 영상가요>와 <윤도현의 러브레터> <해피투게더> <공포의 쿵쿵따> <개그콘서트> 등을 연출했던 KBS 예능국의 에이스였다. 2004년에는 미혼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통해 2000년대 중반 '골드미스 열풍'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런 김석윤 감독에게도 영화 데뷔작이자 흥행작인 <조선명탐정>은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다.

<조선명탐정>의 가장 큰 재미 포인트는 역시 진지한 연기 전문이었던 김명민의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영화 속에서 탐정은 문무를 겸비한 최고의 능력자지만 김명민은 탐정을 실없고 주책 맞은 개그캐릭터로 연기하며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김명민의 평소 이미지를 알고 있는 관객들이라면 '김상궁의 은밀한 매력'을 흔들며 간수를 포섭하려는 탐정의 가볍기 짝이 없는 행동을 보며 웃음을 참기 힘들다.

영화의 두 반전요소 중 하나를 맡고 있는  한서필 역의 오달수 역시 '신스틸러'나 조연이 아닌 당당한 주연으로 김명민과 함께 <조선명탐정>의 재미를 책임진다. 특히 개장수라는 별칭답게 자신이 개발한 개구멍 파기 기술로 가볍게 탈옥에 성공한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옥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만한 크기의 사나운 대형견을 조련해 탐정을 위기에서 구했다(그런데도 탐정은 서필을 끝까지 '봉필'이라 부른다).

한객주와 임판서(이재용 분)의 조카며느리 김아영을 연기한 한지민 역시 눈부신 미모와 함께 안정된 연기로 <조선명탐정>을 빛냈다. 2018년에 출연했던 <미쓰백>에서 일부러 초라한 행색의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조선명탐정>에서는 화려함과 단아함 사이를 오가며 조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뽐냈다. 오죽하면 한객주와 담판을 지으러 간 탐정이 한객주를 보자마자 내뱉은 첫마디가 "완전 예쁘십니다"였다.

설 연휴를 앞둔 2011년 1월 27일에 개봉한 <조선명탐정>은 설 연휴의 최고 흥행작이 됐을 뿐 아니라 2011년에 개봉한 전체 한국영화 중에서도 흥행 4위를 기록했다. 2015년에 개봉한 속편 <사라진 놉의 딸>은 350만 관객으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2018년작인 3편 <흡혈괴마의 비밀>은 전국 240만 관객을 동원하고도 손익분기점 도달에 실패했다. <조선명탐정> 역시 여러 한국영화들처럼 속편을 거듭할수록 흥행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조선 전복 노리는 관료의 자객 연기한 우현
 
 순박한 노인에서 고위관료의 자객으로 돌변하는 우현은 <조선명탐정>에서 작은 반전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순박한 노인에서 고위관료의 자객으로 돌변하는 우현은 <조선명탐정>에서 작은 반전을 품고 있는 인물이다. ⓒ (주)쇼박스

 
강인한 인상으로 조폭두목이나 피도 눈물도 없는 고위층 악역을 주로 맡는 배우 이재용은 <조선명탐정>에서도 나라를 전복시키려는 음모를 꾸미는 '최종빌런' 임판서를 연기했다. 임판서는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될 조카와 조카며느리를 자객을 고용해 살해하고 그 자객마저도 직접 살해할 정도로 악랄한 인물이다. 다만 워낙 여러 작품을 통해 악역 연기를 자주 해온 이재용이기에 <조선명탐정>에서도 정체를 일찍 눈치 챈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탐정과 서필에게 방을 내준 칠전한 노인으로 출연하지만 알고 보면 임판서의 자객으로 밝혀지는 방씨는 배우 우현이 연기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도 강채윤(장혁 분)의 스승인 삼한제일검 이방지를 연기했던 우현은 이번에도 조선의 강한 무인을 연기했다. 특히 임판서에 의해 옥에 갇힌 탐정을 꺼내줄 것처럼 순진하게 나타났다가 순간적으로 표정이 바뀌면서 정체를 드러내는 우현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악마를 보았다>의 식인살인마로 강렬하게 얼굴을 알렸다가 <응답하라1988>의 택이 아빠와 <미스터 션샤인>의  장승구로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던 배우 최무성은 <조선명탐정>에서 탐정과 친분이 있는 의금부도사를 연기했다. <조선명탐정>에서 중반부 임판서 무리에 의해 목숨을 잃는 의금부도사는 2015년 초에 개봉한 속편 <사라진 놉의 딸>에서는 검계무리의 두목으로 출연했다.

배우부부인 남일우-김용림의 아들이자 김지영의 남편으로 유명한 남성진은 <조선명탐정>에서 탐정을 열녀선별사로 출장 보내는 조선의 22대 국왕 정조 역을 맡았다. 하지만 여러 사극에서 보여준 왕의 근엄함 따위는 온데간데 없이 남성진이 연기한 정조는 탐정에게 실없는 농담을 건네는 인간적인 면을 보여준다. 남성진은 <사라진 놉의 딸>에서 잠시 쉬어갔다가 3편 <흡혈괴마의 비밀>에서 다시 정조 역할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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