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2월 25일로 MBC 주말 <뉴스데스크>의 인기 코너였던 '로드맨'이 막을 내렸다. '길 위에 답이 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2018년 10월 20일 첫선을 보인 '로드맨'은 3년 2개월 동안 84편의 기사를 생산했다. 특히 '로드맨'은 그동안 보았던 리포트와 다른 포맷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로드맨'을 마친 소회와 리포트에서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아 지난 12월 28일 로드맨으로 활약했던 염규현 기자와 전화 연결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염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여러 목소리를 균형 있게 전달할 수 있어 큰 의미"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 MBC

 
- 지난 25일을 끝으로 '로드맨'을 마무리하셨잖아요. 소회가 어때요?
"'로드맨'이 처음에는 코너로 시작을 했지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 수식어가 됐어요. 그래서 이게 단순한 코너를 넘어 저와 동일시되는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렇다 보니까 '로드맨'이 딱 끝났을 때도 다들 저한테 고생했다거나 수고했다고 하세요. 근데. 매주 한 7~8분 되는 프로그램 만드는 건 저 혼자 절대 할 수 없는 거거든요. 이 팀원들이 같이 만든 거고요. 하지만 이걸 마친다고 하니까 저한테만 다들 고생했다고 하시는 것 같아서 민망한 느낌이 크고요. 저는 사실 같이 애써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정말 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방송 나가는 날 감사한 얼굴들이 하나씩 떠올랐어요."

- 처음에 시작할 때 이렇게 커질 거로 생각하셨나요?
"그동안 뉴스는 자막을 항상 넣는 위치에 고정된 형태로만 넣었어요. 근데 '로드맨' 시도하면서 뉴스 중간에 자막도 넣고 그림도 넣는 시도 자체가 어쨌든 해본 적이 없던 거라서 처음엔 내부에서도 우려하시는 분들도 많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 시선을 딛고, 처음에 할 때는 'MBC가 이런 것도 하네라는 말만 들어보자'라고 남형석 기자와 이야기 했고 그렇게 첫발 뗀 게 이렇게 오래 할 줄은 몰랐죠(웃음)."

- 가장 보람은 뭔가요?
"제가 청년 시리즈 인터뷰할 때 청년들을 119명 만났거든요. 아직도 인상적으로 남는 인터뷰가 저한테 너무 고맙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뭐가 고맙냐고 오히려 인터뷰해 줘서 제가 고맙다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 청년 하는 말이 '청년들한테 마이크를 대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말을 듣고 이건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저희 제작진이 얘기를 했었거든요. 많은 언론이 사회 곳곳의 목소리들을 담아낸다고는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의 목소리가 충분히 전달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는 걸 제가 생각해 보게 됐고요. 그래서 보람을 찾자면 어쨌든 '로드맨'은 가급적이면 마이크를 많은 사람에게 드리는 게 또 어떤 콘셉트이다 보니까 좀 더 그런 부분에서 좀 보람이 있지 않나 싶어요."

- 저와 인터뷰 할 때 '로드맨'이 <뉴스데스크>의 '봉숭아 학당' 같은 코너가 되고 싶다고 하신 게 기억이 나요. 그건 이루어졌나요?
"제가 그때 봉숭아학당이 되겠다고 했던 건 두 가지 의미가 있었어요. 하나는 그만큼 인기 있는 코너가 돼서 주말 <뉴스데스크>를 보는 이유가 꼭 되게끔 해보자는 취지였고요. 두 번째는 '봉숭아 학당'은 항상 늘 그 자리에 있었잖아요. 그래서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고 다른 데 보다 와도 항상 그곳에 있는 듬직한 코너가 되자는 거죠.

일단 3년 넘게 자리를 지켰다는 점에서 두 번째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고요. 그리고 또 첫 번째 목표도 '봉숭아 학당'이 됐다고까진 말씀 못 드리겠지만 그래도 주말 <뉴스데스크> 시작이 되면 댓글에 '오늘 로드맨 하는 날인가요?', '오늘 로드맨 하나요' 이런 댓글들이 종종 달려요. 그래서 일부 시청자분들에게는 주말 <뉴스데스크> 하면 한 번쯤은 떠올리는 코너가 어느 정도는 된 게 아닌가 싶어서 첫 번째 목표도 절반 정도는 이루었다고 생각해요."

- 초반엔 예능 작가도 합류해서 그런지 흥미로웠는데 언제부터인지 초반의 색깔을 잃은 느낌도 있던데.
"지금 말씀하신 건 '로드맨' 매운맛 같은 경우 초반 예능 콘텐츠에 가깝게 제작하면서 재미 요소를 강조했었거든요. 그런데 매운맛 같은 경우에는 제작이 시즌 2, 3이 넘어오면서 더 이상 하지는 않았어요. 아무래도 매운맛 버전 제작이 중단되다 보니까 <뉴스데스크>에만 집중했고 그래서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재미가 떨어졌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사실 거기에 또 다른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사실 지방 시리즈나 청년 문제가 누군가의 아픔과 어려움을 다루는 아이템들이었거든요. 저희가 이걸 과도한 웃음이나 또 그분들의 아픔이나 슬픔을 또 희화화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부분도 있거든요. 또 2021년부터는 제가 출연자로서가 아니라 기획자로서도 함께 했거든요. '거리의 경제'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그런 성격이 초반보다는 약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 재미라는 건 무조건 웃기는 게 아니고 '로드맨' 초반 보면 인터뷰가 꾸밈없는 인터뷰가 나와서 좋았는데 나중엔 일반 리포트 인터뷰와 차이 없었던 거 같아요.
"그것도 맞는 말씀인 게요. 저희가 처음에 제작할 때는 8~9분짜리도 만들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6분대입니다. 이게 주말 <뉴스데스크> 꼭지가 늘어나면서 저희가 시간대가 7분 이하로 올해 들어서는 줄기도 했어요. 그래서 빡빡한 내용을 다루려면, 사실은 편집으로 덜어낼 때 그런 부분을 먼저 덜어낼 수밖에 없었거든요. 아무래도 기본적인 인터뷰만 남기다 보니까 말씀하신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 어떤 취재가 기억에 남나요?
"일단은 '일방통행 서울 민국 시리즈' 10부작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때가 '로드맨'이 두 가지 위기를 겪고 있었어요. 첫 번째는 이미 아이템을 수십 개나 해서 더 이상 할 만한 아이템이 없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있었고요. 두 번째는 코로나가 지금도 심하지만, 그때는 처음 창궐하던 시기라서 거리 두기 강화하고 인터뷰도 다 거절하시고 다 취소되고, 출장도 못 가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때 저희가 낸 해결책이 그러면 누가 우리 만나주겠다고 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직접 찾아가서 만나자라 됐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전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누구를 섭외하고 주제를 정하고 간 게 아니라 도시를 정해서 무작정 갔고요. 섭외 없이 한 도시에 2박 3일씩 무조건 머물렀어요. 그러면서 될 때까지 들어보고 취재하고. 그걸 가지고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만드니까 이게 물론 대충의 방향성은 가지고 갔지만, 어떤 내용이 될지는 저도 모르고 PD도 모르고 그냥 부딪힌 거죠. 그런데 의외로 그렇게 하니까 정말 생생한 목소리가 더 많이 담기고 내용이 더 풍성해지고 그런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

- 마지막으로 다뤘던 게 기후 위기잖아요. 이건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원래는 저희가 '청년' 시리즈 다 마치고 위드 코로나에 맞춰 기획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다시 심해지는 상황이 오게 됐죠. 그래서 위드 코로나를 너무 섣불리 하면 안 되겠다는 판단으로 중단을 했고 대신에 현재 문제가 뭔지 돌아보니 지금 기후 위기가 되게 심한 상태고 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금 전 지구적인 위기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국내에서도 기후 위기 문제를 돌아보자는 취지로 준비 하게 됐어요."

- 기후 위기 취재하면서 느낀 게 뭐예요?
"기후 위기 처음 취재할 때 저는 너무 식상한 아이템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당연히 온난화는 날씨가 따뜻해지는 거고 온난화가 되면 당연히 해수면 올라오는 건 이미 저 어릴 때부터 다 알던 얘기인데 그게 뭐 대단한 거라는 생각도 있었던 게 사실인데요. 막상 현장을 가보니까 제가 모르는 게 하나 있더라고요. 일단, 큰 틀에서 내용 자체는 우리가 아주 예전부터 알고 있던 다른 게 없다는 건 맞았어요. 근데 그 속도가 정말 빠르다는 거예요."

- 얼마나 빠른가요?
"예를 들면 지금 철원에서 사과를 재배한다고 하고요. 대구나 이쪽 사과가 사라지고 있다고 하거든요. 우리가 예전에 대구 사과나 나주 배가 어떻게 보면 지리 교과서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보던 것들이 이제는 다 어그러진 상태였고요. 그러면 교과서에 있는 대구 사과를 철원 사과로 바꾸면 되겠다고 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지만 바꿀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바꾸는 사이에 그게 또 바뀌어 버리거든요. 그만큼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기후 위기라는 거를 막연하게 들었을 때는 정말 몇십 년에 걸쳐서 천천히 '그래 위기인 거 나도 아는데 당장 무슨 일 벌어지겠어' 이런 생각을 사실 하기 쉬운데 이게 그런 생각이 정말 잘못됐을 만큼 속도가 빠르다는 건 제가 현장에서 확실히 확인했습니다."

- 하고 싶었는데 못한 게 있을까요?
"코로나 때문에 해외 출장을 많이 못 가본 점이요. 특히 '일방통행 서울 민국' 같은 경우에는 국내의 어떤 문제들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사실 대안도 제시하는 게 좀 더 좋잖아요. 그래서 그런 대안들을 제시할 수 있는 나라들이나 또 우리보다 앞서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는 일본이랄지 이런 해외 사례들도 좀 취재해서 좀 더 완성된 형태로 좀 대안이 있는 문제 해결 저널리즘도 해보자는 이야기도 했었는데 코로나가 전혀 풀리지 않았죠. 그래서 결국 국내에서 10개의 도시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때 코로나만 없었더라면 저희가 해외에도 가보고 그러면서 좀 더 다채로운 기획을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합니다."

- '로드맨'의 모토가 '길 위에 답이 있다'는 거잖아요. 3년 2개월 하며 얻은 답은 뭔가요?
"일단 우리가 인터넷 기사를 통해 보는 거와 현장에 가서 보는 건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때로는 기사가 현장을 다 못 담아내는 경우도 있었고 때로는 기사가 현장의 모습을 과장한 경우도 있어요. 그렇다 보니까 저희는 이걸 직접 현장에 가서 이 기사가 과장된 건지 아니면 오히려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 한 건지 검증하는 역할도 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검증은 이제 아무나 못 하는 시대가 됐어요. 왜냐하면 다들 너무 바쁘잖아요. 더군다나 코로나로 인해서 비대면 취재가 훨씬 더 많아지고 있죠. 그로 인해 소외될 수 있는 목소리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바로, 그 지점에서 '로드맨'의 저널리즘적 가치가 빛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저희는 무조건 현장에 가야되는 게 포맷이고, 정체성이기 때문에 여러 목소리를 대신 듣고 그걸 균형 있게 전달해 줄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어요."

- 마지막 방송 때 기분은 어땠어요?
"사실은 너무 평범해서 그냥 덤덤했다고 해야 되나요? 왜냐하면 진짜 저는 매번 할 때마다 제작하고 촬영 현장 사진 찍어서 방송 당일날 제 SNS에다가 광고 포스팅 한번 하고 늘 살아왔는데 이번에도 정말 똑같이 했고요. 다만 이번에는 끝나면서 같이했던 제작진분들을 한 분 한 분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새해에는 감사 인사를 좀 드리려고 합니다."

- 앞으로 '로드맨'은 어떻게 되나요"
"지금 저희 '로드맨'은 사실은 '로드맨'만 만드는 팀은 아니었고 '거리의 경제'나 또 '앵커로그' 등 주말을 채워줄 수 있는 뉴스를 제작하는 팀이었거든요. 그래서 저희의 뒤를 이어서 해줄 후임 기자들에 대해 저희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곧 정해질 수 있을 것 같고요. 정해지게 되면 제작진이 바뀐 거니까 그 제작진들이 '로드맨'을 확대 발전시켜서 이어갈 수도 있고 아니면 또 달라진 시대에 맞게 새로운 코너를 또 만들 수도 있고 저희는 그런 결말은 좀 열어놓은 상태에서 후임 기자들에게 좀 넘겨주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로드맨' 자체가 남냐 안 남냐는 확정된 건 아니지만 주말을 채워줄 수 있는 또 다른 제2, 제3의 '봉숭아 학당'들은 생길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앞으로 내년부터 사내 스타트업하신다고 얘기 들었는데 어떤 건지 소개해 주세요.
"MBC가 작년(2020년)부터 창업 아이디어를 공모해서 투자금 지원해 주는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올해(2021년) 저와 양효걸 기자가 같이 지원 해서 최종 선발팀에 선정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회사에 초기 사업자금을 투자받고 사업을 시작해 볼 수 있게 됐고요. 저희는 콘텐츠를 만들던 사람이기 때문에 역시 콘텐츠 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름하여 '딩딩대학'이라는 스타트업인데요. 초딩 중딩도 이해할 수 있는 대학이라는 걸 모토로 만든 스타트업입니다. 요즘 사실 존폐 위기에 몰린 대학들도 많고요. 그리고 요즘 대학생들도 제가 청년 시리즈 함에서 만나보면 코딩 학원 이런 거 많이 다니면서 배워야 될 게 너무 많다 보니, 정작 교양 수업 들을 기회나 독서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요. 그래서, 특히 지식에 대한 갈증은 많은데 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최근 교육부 조사를 보면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문해력이 많이 떨어지는 인구도 많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런 문해력을 높여줄 수 있는 다양하고 친숙한 지식 콘텐츠들을 좀 만들어보려고 하고요.

저희가 이 사업을 제안하게 된 이유는 '거리의 경제'라는 코너를 통해서 저희가 경제에 관련된 기본 지식을 좀 쉽게 전달해 드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이게 고등학교에서 지금 교재로 쓰이고 있어요. 기대보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저희가 '이거는 경제학만 할 게 아니라 좀 다양한 학문 분야나 교양 분야를 좀 우리가 아울러 보자' 이런 취지로 시작을 하게 됐고요. 그래서 저희가 2022년 1월부터 '딩딩대학'이라는 채널을 새로 론칭해서 거기에서 콘텐츠 업로드 하고 또 매일 생방송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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