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명가' 서울 삼성 썬더스의 추락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삼성은 1일 KT소닉붐아레나에서 개최된 '2021-22 정관장 프로농구' 4라운드 경기에서 선두 수원 KT에게 68-85로 완패했다. 삼성은 새해 첫 경기부터 굴욕의 10연패를 달성했다.
 
최하위 삼성(6승 22패)은 3라운드서 나머지 9개 구단에게 전패를 당한 데 이어 새해에도 연패 수렁을 끊지 못하며 두 자릿수 연패를 달성했다. 여기에 원정 경기로만 국한하면 무려 15연패를 이어가며 구단 역사에 불명예 기록을 또 한번 경신했다.
 
 2021년 12월 20일 창원 LG 경기와의 경기.

2021년 12월 20일 창원 LG 경기와의 경기. ⓒ 서울삼성썬더스

 
연패 탈출에 사활을 건 삼성은 단독 선두 KT를 상대로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1위와 10위간의 맞대결이라고 믿기지 않을만큼 선전했다. 1쿼터에 장민국이 발목 부상으로 물러나는 악재가 있었지만, 김시래와 외국인 선수들의 2대2 게임이 모처럼 살아났고 약점으로 꼽히는 리바운드와 수비에서 선전하며 KT를 괴롭혔다. 3쿼터까지 삼성은 58-62로 단 4점차밖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해볼만하다는 희망고문은 마지막 4쿼터들어 잔인한 악몽으로 바뀌었다. 초반부터 다소 오버페이스를 했던 삼성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4쿼터 시작과 함께 약 5분 가까이 침묵했다. 3쿼터까지 다소 안일한 플레이를 펼쳤던 KT 선수들이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삼성의 공격을 연이어 저지하고 경기 주도권을 장악했다.
 
삼성은 4쿼터에만 무려 7개의 턴오버를 저지르며 자멸했고 그 사이 KT가 캐디 라렌의 골밑 공략과 양홍석-정성우의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 등으로 쉬운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4쿼터 점수는 10-23으로 KT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이중 삼성의 턴오버에서 비롯된 실점만 무려 절반에 가까운 11점이었다.
 
KT는 라렌이 25점 8리바운드로 양팀 최다득점을 올렸고 양홍석(14점 5어시스트 8리바운드), 허훈(16점 2어시스트), 김동욱(11점) 등이 고르게 지원했다. 반면 삼성은 포인트가드인 김시래가 20점을 올리며 분전했으나 다른 선수들의 지원이 부족했다. 토마스 로빈슨이 12점 19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으나 무려 24개의 야투를 시도하여 단 4개밖에 적중시키지 못하는 극악의 효율성을 보였다. 삼성이 이날 기록한 14개의 턴오버중 9개가 로빈슨(5개)과 김시래(4개) 두 선수에게서 나왔다.
 
경기당 평균 72.7득점으로 리그 최하위에 그치고 있는 삼성은 경기당 야투 성공횟수(27.7개)-야투율(41.9%)-3점슛 성공률(29.4%)-4쿼터 평균 득점(18.2점) 등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꼴찌를 독점하고 있다. 특히 국내 선수들의 득점력이 심각한 수준이다. 삼성은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 10개구단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중인 국내 선수가 전무한 팀이다.
 
포인트가드인 김시래가 9.7점으로 삼성의 국내 득점 1위이고 그 다음이 올해 데뷔한 신인인 이원석(7.2점)이다. 주포 역할을 해줘야 할 임동섭(6.9점), 장민국(6.2점) 등은 부진에 빠져있다. KT전에서도 김시래와 외국인 선수들을 제외하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려준 선수가 없었고, 이는 승부처에서 수비의 집중견제로 인한 턴오버와 체력저하의 빌미가 됐다.
 
사실 삼성은 올 시즌 개막전부터 객관적인 전력상 꼴찌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추락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오히려 1라운드에서는 4승 5패로 거의 5할에 가까운 승률을 기록하며 선전하기도 했다. 연승은 없었지만 아이제아 힉스와 김시래의 호흡이 상당히 잘 맞아 떨어졌고, 국내 선수들도 의욕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하지만 잠깐의 상승세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2라운드에서는 2승 7패를 기록했고, 3라운드 때는 전패를 하며 리그 최하위로 추락했다. 주포 역할을 해주던 힉스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것이 뼈아팠다. 연말에는 잠실실내체육관 대관문제로 원정경기로만 8연전을 펼쳐서 모두 전패하는 등 이래저래 운도 따르지 않았다. 삼성은 지난 3라운드에서는 평균 70.8득점을 올리는 데 그쳤고, 평균 실점은 86.1점으로 공수마진 –15.3점에 달했다. 20점차 이상 이상 완패도 4번일만큼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NBA 드래프트 5순위 출신'이라는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삼성의 구세주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토마스 로빈슨의 부진도 뼈아프다. 현재까지 로빈슨은 삼성에서 6경기를 뛰면서 14.7점, 11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중이다. 표면적으로는 더블-더블을 기록하고 있지만 1옵션 외국인 선수로서는 득점력이 기대 이하다. 심지어 야투율은 고작 39.6%에 불과하고, 경기당 실책만 무려 4.5개에 이른다.
 
원래 실력 자체가 크게 떨어지는 선수는 아니지만 공백기와 사타구니 부상의 영향 때문인지 체력이 떨어지고 수비가 되지 않는다. 팀공헌도에 비하여 리바운드 기록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보이는 것도 삼성이 상대에게 슛 기회를 많이 내주는 탓에 어쩔 수 없이 강제로 리바운드를 잡는다거나, 혹은 본인이 골밑에서 쉬운 득점을 놓쳐서 공격리바운드로 2,3번째 시도 끝에 겨우 득점에 성공하는 등 거품이 낀 경우가 다반사다. 더구나 본인의 부진에 비하여 백코트를 느리게 한다거나 적극적으로 블록슛와 도움 수비에 가담하지 않는 등 팀을 위한 열정과 책임감도 부족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삼성에게 뾰죡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부상에서 회복한 오셰푸와 상무에서 제대한 천기범이 가세했지만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원석과 차민석은 더 성장이 필요한 유망주들이다. 외국인 선수를 다시 교체하지 않는 한 뚜렷한 전력 반등 요소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현재 삼성의 선수구성상 마땅한 트레이드 카드도 없다. 설상가상 다음 상대는 리그 3위이자 디펜딩챔피언인 안양 KGC(3일)와의 경기다.
 
삼성 구단 역대 최장수 사령탑인 이상민 감독은 2014-15시즌과 2018-19시즌 구단의 역대 시즌 최저승률인 11승 43패(.204)로 꼴찌를 두 번이나 기록한 적이 있다. 현재 삼성의 페이스라면 역대 최악의 시즌 기록을 다시 경신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삼성과 2년 재계약 마지막해인 이상민 감독은 극적인 반등을 이뤄내도 모자랄 시점에, 본인과 구단 역사에 씻지못할 흑역사를 다시 써내려가고 있다.

한국농구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부해오던 명문 삼성에게도, KBL 역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으로 꼽혔던 이상민에게도 시작부터 너무도 잔혹한 2022년 새해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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