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없었지만 가능성을 확인한 대회였다. 스즈키컵 준우승을 차지한 축구 변방 인도네시아가 신태용 감독 부임 후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뤘다.  

인도네시아는 1일(한국 시간) 싱가포르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앞선 1차전에서 0-4로 패한 인도네시아는 1, 2차전 합계에서 2-6으로 패하며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

신태용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 감독(오른쪽) ⓒ AP/연합뉴스

 
인도네시아, 강호 태국과 2차전서 무승부로 선전
 
희박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는 최선을 다했다. 이날 4골 이상이 필요했던 인도네시아는 객관적인 열세를 딛고 전반 7분 만에 선제골로 희망을 키웠다.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라마이 루마키에크, 위탄 술라에만으로 이어진 패스를 받은 리키 캄부아야가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지었다.
 
끈끈한 수비와 활동량으로 태국에 맞선 끝에 전반을 1-0으로 마감했다. 합계 1-4로 뒤진 인도네시아로선 여전히 더 많은 득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태국의 공세를 버텨내지 못했다. 후반 9분 아디삭 크라이소른, 후반 11분 사라크 유옌의 연속골이 터졌다.
 
1-6으로 벌어지며 패색이 짙었는데, 인도네시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35분 에기 마울라나의 왼발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2차전에서 2-2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정상에 오른 태국은 스즈키컵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6회로 늘렸다. 1996년 초대 우승을 시작으로 2000, 2002, 2014, 2016, 2020년에도 우승컵을 들어올리게 됐다.
 
2년 만에 구현된 신태용 매직, 인도네시아 축구의 대약진 이끌다
 
인도네시아는 1996년 스즈키컵 참가 이후 13번째 도전에 나섰다. 역대 우승 기록 없이 2000, 2002, 2004, 2010, 2016년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비록 신태용 감독이 선언한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준우승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지난 몇 년 동안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에서도 강호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로 지난 2018년 스즈키컵에 참가한 인도네시아는 조별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할 만큼 약체였다.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동티모르와 한 조에 속해 4위로 탈락했다. 승리는 최약체 동티모르전뿐이었다. 당시 박항서 감독이 이끌던 베트남은 10년 만에 정상에 오르며 대조를 이뤘다.
 
박항서 감독이 동남아시아에서 크게 각광을 받자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는 지난 2019년 신태용 감독에게 제의했다. A대표팀과 U-23, U-20 대표팀을 모두 지휘하도록 전권을 맡기는 조건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고심 끝에 도전을 택했다.
 
신태용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선수들의 정신력과 체력에 대한 약점을 개선시켰다. 그리고 서서히 자신의 축구 철학을 입혀나갔다.
 
결실을 맺은 것은 2년 뒤 스즈키컵에서다. 캄보디아, 라오스, 말레이시아를 제압한데 이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FIFA 랭킹 98위)과 0-0으로 비기며 조1위로 4강에 올랐다. 불과 6개월 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베트남에 0-4로 패한 인도네시아로선 단기간에 발전했음을 증명해낸 셈이다.
 
신태용 매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4강에서는 싱가포르에 1승 1무로 우위를 점하며 결승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결승에서는 태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1차전에서 0-4 대패가 뼈아팠다. 그럼에도 태국과의 2차전서 2-2 무승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4위에 불과한 인도네시아 축구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과 다름없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이번 스즈키컵에서 조별리그 13골, 준결승 5골, 결승 2골을 기록하며 총 20득점으로 태국(18득점)보다 더 많은 골을 기록했다.
 
경기 후 신태용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아직 어리고 젊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했다. 이런 큰 대회에서 한 발씩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좋다. 경험과 패기가 좋아지는 모습들이 이번 대회에서 얻은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를 동남아시아 정상권으로 이끈 신태용 감독의 다음 도전은 U-23 AFC 챔피언십이다. 2018년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을 준우승으로 견인했던 그 대회다. 박항서 감독에 이어 한국인 지도자들이 동남아시아 축구를 선도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지금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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