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KBO리그의 역대급 FA시장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FA를 신청했던 14명의 선수 중 13명이 계약을 마쳤고 내야수 정훈이 유일하게 해를 넘길 때까지 행선지를 정하지 못했다.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때문에 각 구단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FA시장은 이와 별개로 사상 초유의 '돈잔치'가 열렸다. FA를 영입한 구단과 원 소속구단이 주고 받은 보상금을 더하면 FA시장 규모는 이미 1000억 원을 훌쩍 넘었다.

이번 FA시장에서는 지금까지 6명의 선수가 팀을 옮겼다. 양현종(KIA타이거즈)이나 김재환(두산 베어스)처럼 원 소속구단 잔류를 선택한 프랜차이즈 스타들도 있지만 나성범(KIA)과 손아섭, 박건우(NC 다이노스), 박해민(LG트윈스) 등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으로 이적을 선택했다. 물론 FA는 8~9년 동안 1군에서 성실하게 활약한 선수들이 얻은 권리이기 때문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구단으로 팀을 옮기는 것은 전혀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KIA와 NC, LG 등이 FA 영입을 통해 전력을 강화시키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커진 반면에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는 주력 선수들을 FA로 내줬거나 외부 영입을 소홀히 하면서 팬들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FA시장에서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세 팀도 2022 시즌 약체로 밀려나거나 하위규권을 맴돌 생각은 없을 것이다. 세 팀 모두 마운드에서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젊은 투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히어로즈 선발진 이끌어야 할 차세대 에이스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가지고 있는 재능을 완전히 폭발시키지 못했던 안우진은 4년 차가 된 작년 홍원기 감독의 믿음 속에 풀타임 선발투수로서 첫 시즌을 보냈다. 안우진은 전반기 15경기에서 75이닝을 던지며 3.2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아 3승7패의 다소 아쉬운 성적에 머물렀다. 하지만 안우진에게 더욱 큰 악재는 7월 중순에 일어났다.

안우진은 팀 선배 한현희와 함께 NC선수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KBO리그에 코로나19를 퍼트렸던 외부인 A씨를 만났다. 이로 인해 안우진은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제재금 500만원과 함께 36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를 받은 안우진, 한현희와 아내의 건강 악화로 미국으로 출국한 제이크 브리검까지 3명의 주력투수가 빠진 키움은 투수진 보강을 위해 서건창을 LG로 보내고 선발투수 정찬헌을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휘문고 시절 학교폭력에 연루되며 야구팬들로부터 이미지가 썩 좋지 않은 안우진으로서는 매사 행동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이번 일탈과 징계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징계를 마치고 9월 말 마운드에 복귀한 안우진은 시즌 막판 6경기에서 5승1패를 기록하며 후반기 키움의 실질적인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다. 안우진은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1차전 선발로 등판해 6.1이닝4피안타9탈삼진2실점으로 호투했다.

올 시즌 키움은 마운드에 조상우(군입대)가 없고 타선에는 박병호(KT위즈)가 없다. 따라서 나머지 선수들의 분발이 더욱 절실한 데 키움의 선수단에서 작년 시즌 대비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안우진이다. 이미 구위로는 국내 선발투수 중에서 최고수준임을 여러 차례 증명했던 안우진이 올 시즌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히어로즈의 선발진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은회 신인왕' 최준용, 특급 셋업맨 도약?

작년 11월 29일에 열린 KBO시상식에서 KIA의 좌완 영건 이의리는 신인왕의 영광을 차지했다. 1985년의 이순철(SBS 스포츠 해설위원) 이후 무려 36년 만에 탄생한 타이거즈의 역대 두 번째 신인왕이었다. 하지만 3일 후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에서 은퇴선수들이 선정한 신인왕은 이의리가 아니었다. 한은회에서 선정한 작년의 신인왕은 바로 작년 4승2패1세이브20홀드2.85의 성적을 올린 롯데의 불펜투수 최준용이었다.

경남고 시절부터 청소년 대표로 활약하다가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의 1차 지명을 받은 최준용은 루키 시즌 31경기에 등판해 2패8홀드4.85의 성적을 올리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1군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쌓은 데다가 30이닝에 단 0.1이닝이 부족해 신인왕 자격까지 유지했으니 롯데와 최준용에게는 일거양득이었다. 하지만 최준용은 작년 전반기 2승1패7홀드4.42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5월초에 당한 어깨 부상이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충분한 휴식과 재활을 통해 컨디션을 회복한 최준용은 후반기 시작과 함께 1군에 복귀해 무서운 질주를 시작했다. 후반기 29경기에 등판한 최준용은 2승1패1세이브13홀드1.86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작년 시즌 후반기 롯데의 불펜 에이스는 마무리 김원중도, 셋업맨 구승민도 아닌 신인 최준용이었다. 만약 후반기 성적 만으로 신인왕을 선정했다면 최준용은 이의리를 여유 있게 제쳤을 것이다.

리그에서 속구의 분당회전수가 가장 많은 투수로 꼽히는 최준용은 2022 시즌을 통해 A급 불펜투수로 도약할 수 있는 진정한 시험무대에 선다. 최준용이 타자들의 철저한 분석이 이뤄질 올 시즌에도 작년 후반기의 기세를 이어간다면 충분히 리그 정상급 셋업맨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물론 최준용이 소포모어 징크스 없이 뛰어난 활약을 이어간다는 것은 롯데의 필승조가 그만큼 견고해 지는 것을 의미한다.

'5억팔' 문동주 어깨에 달린 한화의 미래

FA시장이 열린 지 이틀 밖에 지나지 않은 작년 11월 27일 한화의 포수 최재훈이 5년 총액 54억 원을 받고 한화에 잔류하면서 FA 계약 1호 선수가 됐다. 한화의 보기 드물게 빠른 스토브리그 행보에 야구팬들은 한화가 이번 겨울 의외로 FA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를 수 있을 거라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부육성'을 하겠다는 이유로 FA 시장 철수를 선언하며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래도 연고지역의 선수층이 넓지 못한 한화에게 하위 3개팀에게 주어진 전국단위 1차 지명은 큰 행운이었다. KIA의 연고지인 전라지역에 동성고의 천재 유격수 김도영과 진흥고의 괴물투수 문동주가 동시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1차지명 우선권이 있던 KIA는 '리틀 이종범'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김도영을 지명했고 한화는 최고의 투수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진 우완 유망주 문동주를 지명했다.

문동주는 아직 프로에서 한 경기도 등판한 적이 없지만 고교 시절 이미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엄청난 강속구를 뿌린 바 있다. 188cm92kg으로 투수로서 이상적인 체격을 갖추고 있는 문동주가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과 훈련을 통해 프로무대에 어울리는 몸을 만든다면 고교 시절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가 문동주에게 올해 입단하는 신인들 중 가장 많은 계약금(5억 원)을 안긴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3년 연속으로 투수가 신인왕(정우영, 소형준, 이의리)에 선정됐지만 여전히 프로에 갓 입단한 신인이 곧바로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다. 작년에도 문동주보다 4억 원이나 많은 계약금을 받았던 '9억팔' 장재영(키움)이 1패9.17의 성적으로 1군의 높은 벽을 실감한 바 있다. 하지만 한화가 선택한 '내부육성 정책'이 옳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팀 내 최고 유망주 문동주는 올 시즌 1군에서 반드시 의미 있는 성적을 올려야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