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웨어 스페셜>의 반전은 인상적이다. 기분 좋게 제목을 반어법으로 여기게 하는 '뾰족한 수'가 드러나서다. 시한부 생명 아빠 존(제임스 노튼 분)이 네 살배기 아들 마이클(다니엘 라몬트 분)을 애틋하게 관찰하다 묻는다. "트럭에 뭘 싣고 있니?" "돌멩이". 돌멩이의 기억을 안긴 입양자의 문 앞이 라스트 신이 된 이유다.

입양 가정 선택권을 존이 아닌 마이클에게 준 각본이 내겐 뜻밖이다.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은 마이클의 눈높이에 맞춰 죽음을 다루고, 아빠 존과의 이별을 능동적으로 마주하게 한다. 입양 가정 선정 과정에 생부모 존이 직접 개입하고, 마이클이 동행하는 동선이 있기에 가능한 귀결이다.

평소 마이클은 아빠를 주의깊게 응시한다. 길을 건널 때도 존의 발 움직임과 똑같이 걷고, 존의 팔 문신을 자기 팔에 본뜨려 사인펜을 대고, 벤치에 앉아 존처럼 손깍지를 끼고 등등. '아빠 따라 하기'는 마이클의 마음에 좋아하는 아빠를 각인시키는 행위다. 누워 있는 존 앞에 물 컵을 갖다 놓거나, 제 담요를 덮어주는 조심스런 몸짓 역시 존에게 배운 것이리라.

조용하나 끈질기게 어린애다운 줏대를 표정과 몸짓으로 전하는 마이클 역 제임스 노튼의 연기력이 놀랍다. 그걸 이끌어낸 감독의 연출력도 마찬가지다. 나어린 담백함과 부성의 절절함이 어우러진 부자 연기의 케미가 암암리에 화면 가득 절제된 슬픔을 흩뿌리며 감동을 안긴다. 주인공 존이 위탁 가정 출신의 창문 청소부여서 문득 더 인간적으로 느끼는 내가 속물스럽다.

느닷없이 예스러운 장면을 마주하고 나는 또 놀란다. 존이 마이클의 머리카락을 참빗으로 훑으며 머릿니를 세어 보여준다. '세상에, 머릿니라니!' 영화 후반부에 머릿니가 하나도 없다는 얘기를 들은 마이클의 반응은 "다 죽었네."다. 머릿니에서 딱정벌레를 거쳐 하늘로 떠올라가는 풍선을 연계한 복선들로 마이클의 상상력에 죽음을 맞춘 스토리텔링이 참 신선하다.

조는 생계용 차를 팔고 입양 기관이 보관할 '기억상자'를 꾸린다. 운전면허증을 따면 보라는 봉투까지 모두 마이클이 좋아하는 빨간색 일색의 봉투들을 묶는다. 훗날 마이클이 정체성으로 고민할 때 참고할 만한 아내의 흔적과 자기의 창문 청소부 도구도 담는다. 그 마무리 채비를 잇는 마이클과 존의 이별 장면에는 말 대신 서로의 눈빛만 있다.

누구든 할 수 있는, 그러나 평소 익히지 않으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무언의 감성들에 노출된 내 마음이 관람 중에 저절로 따뜻해진다. 입양에 대해, 동시에 죽음에 대해 주객관적으로 고루 살펴보는 드문 경험을 하는데도 그렇다. 관계 상실을 유발하는 팬데믹 국면이어서 더 그렇겠지만, 삶에 생기를 부여하는 관계에 대해 심각하게 돌아보는 데도 그렇다.

입양 가정들의 다양한 동기와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는 한편, 넌지시 아동 인권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이 영화의 덕목이다. 종교의 유무나 종류와 상관없이, 그리고 계층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죽음의 현상 너머를 자연스레 응시하게 한 것도. 아울러, 죽은 자를 향한 산 자의 마음가짐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예시한 것도. 이래저래 나는 인간적 사유에 젖는다.
덧붙이는 글 https://brunch.co.kr/@newcritic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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