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어디든 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도시개발로 그곳에 살던 사람조차 떠났다 돌아오면 전혀 다른 곳이 되어 있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몇십 년 혹은 몇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사람의 추억이 개발과 함께 날아가 버린 걸 보면 씁쓸하다. 그래서 나온 게 도시재생이다.

지난 2일과 9일 광주 MBC에서는 공간 재생과 달라진 주거환경을 다룬 2부작 다큐 <리.플레이스>가 방송되었다. <리.플레이스>는 광주 뿐만 아니라 서울, 공주, 군산, 부산, 제주 등에서 공간 재생을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고 또한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달라진 집의 형태를 담았다.

마침 <리.플레이스>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올 한 해 지원했던 방송프로그램 중에서 OTT 특화 신유형 우수작으로 뽑혀 소감과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주형 광주 MBC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재개발 깔끔하지만 다 밀어버려도 될까?"
 
 <리.플레이스>의 한 장면

<리.플레이스>의 한 장면 ⓒ 광주MBC 제공

 
- 도시 재생과 집에 대한 특집 다큐멘터리 <리.플레이스>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올 한 해 지원했던 방송프로그램 중에서 OTT 특화 신유형 우수작으로 뽑혔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일단 공간 재생 관련한 콘텐츠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사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지원 프로그램 제작은 작년부터였거든요. 지원해 준 기관이 수여하는 상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성이나 프로그램 완성도 등에 대해서 좋게 평가를 해 주신 거에 대해서 되게 감사하게 생각하고요. 또 저희가 지난 1년 동안 저를 비롯한 저희 작가분들 그리고 촬영하신 모든 스태프분들이 노력해준 덕분에 수상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OTT 특화 신유형은 어떤 건가요?
"OTT가 넷플릭스도 있지만, 국내에는 웨이브라든가 왓챠에 올릴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고요. 그중에서도 저희는 크로스 미디어란 분야예요. '크로스미디어' 분야는 어떤 거냐면 디지털 콘텐츠와 TV 콘텐츠를 혼합해서 제작하는 형태거든요. 저희가 TV 다큐 두 편을 바탕으로 수상했지만 실제로는 저희가 올해 7월부터 유튜브에 공간재생에 대한 콘텐츠를 계속 올리고 있었어요. 그래서 유튜브에 '리플레이스'를 검색해 보시면 저희 유튜브 채널이 나오는데요. 7월 초부터 공간에 대한 콘텐츠들을 매주 올렸었죠. 그래서 그게 다 합쳐져서 TV 다큐로 나간 거거든요. 그러니까 예전 같으면 TV는 TV 것만, 디지털 콘텐츠는 디지털 콘텐츠만 해야 된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있었는데 저희는 그런 인식을 깨고 선 디지털 후 TV 약간 이런 식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유형의 콘텐츠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리.플레이스>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일단 도시가 성장하게 되면 점점 고층 건물이 올라가는 것처럼 도시 자체가 기능들이 고도화되고 그래서 밀도가 되게 높아지게 돼요. 그러다 보면 그 도시 내에 다양한 목적의 공간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고 하는데 그중에서 저희가 주목했던 게 그런 밀도 속에서 버려지게 되는 공간들이었어요. 원래 가지고 있던 목적을 잃어버린 공간들이 어떻게 하면 이렇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고 새로운 공간으로 재탐색을 할 수 있는지 저희가 찾아봤고 다행히도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도시재생, 공간재생의 여러 흐름이 있어서 그런 것들을 담은 디지털 콘텐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이 다큐는 어떻게 제작하게 되었어요?
"사실은 작년에도 저희가 <한 평의 삶>이라는 숏폼 콘텐츠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지원을 받았어요. 그때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고시원과 같이 해외에도 아주 작은 공간에서 숙식이나 주거를 해결하는 케이스들이 있었거든요.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사례들을 저희가 콘텐츠로 만들었었는데요. 그때 제작하면서 우연히 이것뿐만 아니라 공간 재생에 대한 콘텐츠들도 저희가 접하다 보니까 그렇다면 올해는 좁은 공간만이 아닌 공간 재생을 주제로 좀 더 넓은 이야기로 확장해보는 게 어떨까란 생각을 하게 돼서 이번에 공간 재생에 관련해 제작하게 됐습니다."

- 공간 재생에 대해 관심이 있었나요?
"계속 공간 관련 제작을 연속적으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간 재생의 주제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도시라는 공간은 계속 시간이 흐르면서 그 공간 자체에 '역사'라는 게 쌓이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면 버려지거나 도태되는 공간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버려진 공간에 대한 해결 방식은 '낙후된 공간이 생기면 다 밀어버리고 개발해야 된다'라는 식이죠. 근데 이게 과연 옳은 걸까라는 문제의식이 생긴 거죠. 사실 재개발 하면 깔끔하고 보기 좋은 아파트나 신도시가 생기겠지만 그 안의 이 도시가 가지고 있던 역사는 사라지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렇다면 전국적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공간 재생이 어떤 게 있는지 저희가 소개를 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공간 재생보다 중요한 건 사람들"
 
  광주 MBC 이주형 PD

광주 MBC 이주형 PD ⓒ 이주형 제공

 
- 재생과 재개발의 차이는 뭘까요?
"저희 다큐에서도 나왔지만, 부산 영도의 아레아 6의 경우에는 삼진어묵과 그 옆에 50년이 넘은 영도 봉래 시장 가운데에 6채의 폐가옥들로 이루어진 골목길이 있었거든요. 근데 거기에 새 건물을 지을 때 어떻게 했냐면 1층에 원래 시장 상인들과 마을 사람들이 왕래하던 골목길을 살리고 그 위에 층을 높여 3층짜리 건물을 지었어요. '삼진이음' 이사님께서도 말씀하셨는데 원래 여기 공간은 건축법상 16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었대요.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밑에 골목 살리는 선택을 하면 안 되는 거죠. 거기에 대해서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쪽은 16층으로 올리지 않고 3층짜리 건물에 밑에 골목길을 살리게 된 것이죠. 효율 생각하면 큰 건물 지어서 분양 많이 하는 게 좋잖아요. 그런데 그런 선택한 것이 아닌 시장 상인과 함께하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 재개발과 재생의 차이점 아닐까요?"

- 지역을 선정해 섭외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저희가 지역을 가린 건 없고요. 오히려 다양한 지역을 좀 담고 싶어서 연락을 드렸는데 이게 OK 된 곳들만 하다 보니까 경북부터 강원도까지는 제가 이번에 촬영을 못 했어요. 다음번에는 기회가 된다면 정말 더 전국을 다 찍어보고 싶기는 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저희 조연출, 작가들 할 것 없이 정말 섭외에 많이 매진했거든요. 심한 경우는 한두 달 정도까지 연락했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직접 찾아가서 섭외한 케이스도 있고요."

- 섭외할 때 기준이 있었나요?
"아무래도 공간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것 같아요. 공간은 단순히 재생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냐가 제일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제주 사례가 그런 건데 케이스가 두 가지가 있었죠. 인스밀과 사계생활로 둘 다 카페예요. 인스밀은 제주 토박이가 만든 가장 제주스러운 카페였고 사계생활은 제주를 사랑해서 제주로 온 사람들이 만든 공간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둘이 이야기하는 지점들이 좀 재미있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게 사람들이 생각하면 이거 그냥 카페 아니냐고 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생각들 보면 이 사람들이 정말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것들을 느낄 수가 있었어요. 그런 것처럼 저희가 이런 공간 콘텐츠를 다룰 때는 단순히 지금 겉으로 보이는 상업적 비상업적 공간 이런 걸 떠나서 이 사람들이 얼마나 이 공간을 자신만의 기획이나 아니면 의도를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려고 했는지 그게 제일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 집의 형태가 다양하게 변화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요즘도 아파트값 때문에도 난리고 영끌해서 집을 사야 된다는 말이 있는데 결국 집이 나에게 어떤 것이냐에 대해 스스로 답을 해야 될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집이라는 게 아파트로 말하는 투자의 대상인 건지 아니면 온전히 내가 살기 위한 삶을 위한 공간인지에 따라서 정말 집의 모습이 다양하게 바뀔 수 있다고 봐요.

저희가 다양한 전문가들이나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들은 이야기가 아파트도 나쁜 주거 공간이 아니라는 거였어요. 사실 아파트만큼 살기에 편하게 된 구조가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가 문제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걸 결국 주거의 수단뿐만 아니라 투자의 수단으로 보니까 지금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근데 우리가 생각했던 삶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집은 사실은 투자의 대상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쉽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좀 더 반영된 공간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게 그런 식으로 지어놓은 집은 온전히 그 사람이나 그 가족을 위해서 지어진 집인 경우가 많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크게 각광을 못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거를 감수하면서 그분들은 거기서 사시는 거잖아요.

좀 재미있었던 사례가 작년에 취재했던 건데 목동에서 구옥을 개조해 사시는 분이 계세요. 그분도 원래 아파트 생활하다가 옮기셨는데 그런 말씀을 하더라고요. 사실 자기는 큰맘 먹고 구옥으로 옮겼는데 자기 집은 그대로고 원래 살던 집의 집값이 두 배가 올랐대요. 근데 자기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이 집의 모양을 바꿀 수 있다는 게 너무 만족스럽다고 하더라고요."

- <리.플레이스> 연출하시며 느끼는 게 있을 거 같아요
"저희가 1부에 보면 공주 마을 스테이 관련해서 제니 님이 나오시잖아요. 이분 인터뷰에도 나왔지만 원래 올해 초까지만 해도 순창에서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으로 있으셨어요. 그래서 제가 거기 계실 때 섭외를 하러 갔었는데 이분이 계약이 끝나면서 나가게 되신 거죠. 그 공간을 찍을 수 없게 됐으니까 흐지부지됐는데 나중에 공주로 가셨다고 연락이 온 거예요. 다시 또 연이 닿아서 공주를 촬영하게 된 거였거든요.

저희가 궁극적으로 공간 재생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사실은 제니 님의 스토리가 저희의 주제 의식과 부합된다고 생각해요. 이분 같은 경우에도 서울에서 도시의 경쟁이나 이런 데에서 되게 지쳤을 때 어떻게 보면 로컬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지역으로 삶의 본거지를 옮겨서 새로운 만남을 만들어가고 계시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분의 말씀 중에 이런 말이 있거든요. '공간을 예쁘게 만들거나 재생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곳에 모이는 사람들이다'라는 거죠.

그러니까 어떤 목적으로 공간을 만들면 그 목적에 맞는 또는 어떤 다른 목적을 가지고 이걸 변화시키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일 거 아니에요. 그러면서 결국 이 공간과 사람이 상호작용 하는 게 중요하다는 대략의 인터뷰였는데 저도 마찬가지로 사실 저희가 공간을 소개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공간 안에서 사람들의 어떤 생활이나 삶이 얼마나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저희 주제였거든요.

사실 저희 부제가 '공간이 다시 살리는 삶 이야기' 거든요. 결국 공간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라는 게 서로 떼어서 생각할 수는 없는 거죠. 이런 것들이 상호작용 어떻게 하는지를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진득하게 깊게 좀 더 다뤄보고 싶습니다."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재밌었던 에피소드는 저희 다큐 1부 공주 마을 스테이 부분에서 나태주 시인이 제니님과 만나는 장면이 있어요. 그건 저희가 계획된 게 아니었어요. 마을 길을 그냥 걸으면서 찍고 있었고 우연히 만났는데 그렇게 이야기가 풀려버린 거죠. 사실 저희가 원했던 의도와 아주 부합하는 내용의 촬영이 됐는데 그때 저 혼자 '아, 올해는 촬영을 누가 좀 도와주시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게 좀 재미있었던 에피소드였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