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페퍼저축은행을 꺾고 4연승으로 2021년 일정을 마감했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페퍼저축은행과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7-25, 25-20, 22-25, 25-13)로 승리했다. 페퍼저축은행을 13연패의 늪에 빠트리며 파죽의 4연승을 달린 흥국생명은 6위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승점 차이를 12점으로 벌리며 4위 KGC인삼공사를 12점 차이로 추격했다(7승 12패, 승점 21점).

흥국생명은 46.45%의 점유율을 책임진 외국인 선수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이 43.06%의 성공률로 33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최윤이와 이주아가 나란히 12득점, 김채연도 9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날 흥국생명의 승리를 이끈 일등공신은 단연 서브득점 3개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이번 시즌 가장 많은 20득점을 올리며 '주장의 품격'을 뽐낸 흥국생명의 윙스파이커 김미연이었다.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출신 성공신화
 
 김미연은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출신으로 두 번의 FA계약을 따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김미연은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출신으로 두 번의 FA계약을 따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수련선수 3명을 포함해 여자부에서 총 18명의 선수가 프로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10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프로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단 4명(문정원, 정시영, 김미연, 김연견)에 불과하다. 특히 1라운드에 지명됐던 5명의 선수는 모두 프로무대를 떠났다(유일한 생존자였던 조송화 세터도 물의를 일으키며 기업은행과 계약해지됐고 28일까지 어떤 팀과도 계약하지 못하면서 이번 시즌에는 코트에 나설 수 없게 됐다).

하지만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3순위(전체 11순위)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지명된 김미연은 프로무대에서 당당하게 생존했을뿐 아니라 여자부에서 7명 밖에 없는 주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비록 국가대표에 단골로 선발되는 스타는 아니지만 화려하게 입단했다가 리그에 적응하지 못해 빠른 시간에 프로무대를 떠나는 선수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3라운드 출신 김미연의 성공은 다른 구단 선수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김미연 역시 입단 초기에는 코트보다는 웜업존이 더 익숙했던 후보선수였다. 김미연은 프로 2년 차가 되던 2012-2013 시즌 외국인 선수 니콜 포셋의 부상으로 대신 투입된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팬들로부터 '미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기존의 황민경(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김선영, 표승주(기업은행)에 고예림(도로공사)이 가세하고 동기생 문정원까지 약진하면서 김미연의 출전기회는 다시 줄어들고 말았다.

김미연은 문정원의 시즌 아웃 부상으로 주전 기회를 얻었던 2015-2016 시즌 28경기에서 276득점을 올리며 데뷔 후 가장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김미연은 시즌 종료 후 이고은 세터(도로공사)와 함께 최은지(GS칼텍스 KIXX), 전새얀의 반대급부로 기업은행으로 트레이드됐다. 김미연은 2016-2017 시즌 채선아(KGC인삼공사) 대신 기업은행의 윙스파이커 한 자리를 차지하며 기업은행의 3번째 챔프전 우승에 기여했다.

김미연은 2017년 FA시장에서 박정아가 도로공사로 이적하면서 팀 내 입지가 더 넓어지는 듯했지만 보상선수로 도로공사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고예림이 오면서 다시 힘든 경쟁을 시작했다. 이정철 감독(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김희진의 오른쪽 공격수 변신으로 약해진 센터 자리에 김미연을 내세워 6시즌 연속 챔프전 진출에 성공했지만 사실 178cm의 김미연은 중앙공격수 자리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었다.

시즌 최고의 활약으로 흥국생명 4연승 견인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김미연은 주장으로서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을 이끌고 있다.

프로 데뷔 후 가장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김미연은 주장으로서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을 이끌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2017-2018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김미연은 현대건설의 노장 센터 김세영과 함께 연봉 1억 5000만 원을 받고 흥국생명으로 이적했다. 이재영(PAOK)과 짝을 이룰 파이팅 넘치는 윙스파이커를 구한 흥국생명은 2018-2019 시즌 통산 4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김미연은 2019-2020 시즌에도 27경기에 출전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00득점을 돌파(301득점)했지만 코로나19로 시즌이 일찍 마감되면서 플레이오프가 열리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배구여제' 김연경(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과 이다영 세터(PAOK)의 가세로 전력이 크게 상승했지만 김미연은 흥국생명 이적 후 세 시즌 만에 주전 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 루시아 프레스코의 부상과 쌍둥이자매 학원폭력 사태 등이 겹치면서 김미연은 정규리그 30경기와 포스트시즌 6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다시 FA자격을 얻은 김미연은 1억 6000만원에 흥국생명과 재계약했다.

명색이 지난 시즌 준우승팀이지만 김연경과 쌍둥이 자매, 김세영까지 주전 4명이 한꺼번에 빠진 흥국생명은 이번 시즌 약체로 분류됐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시즌 개막 후 15경기에서 3승 12패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김미연은 연패기간에도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다독이며 팀을 이끌었고 캣벨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183점)를 기록하며 꾸준한 활약을 이어갔다. 그리고 최근엔 흥국생명의 4연승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29일 페퍼저축은행전은 김미연이 이번 시즌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경기였다. 3개의 서브득점과 2개의 블로킹,15개의 디그, 그리고 42.86%의 성공률로 15개의 공격득점을 기록한 김미연은 20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4세트 도중 페퍼저축은행의 주장 이한비가 코트를 넘어와 다이빙 수비를 시도하고 흥국생명 코트에 넘어졌을 때는 옛 동료이자 여자부 최연소 주장 이한비를 일으켜 세우는 매너를 보이기도 했다.

4연승 기간 동안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팀(인삼공사)이나 하위권 팀(기업은행, 페퍼저축은행)을 만났던 흥국생명은 새해부터 GS칼텍스와 인삼공사, 도로공사를 차례로 만난다. 많은 배구팬들이 흥국생명의 4연승을 도로공사의 10연승 만큼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4연승 기간 동안 결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고 그 중심에는 힘든 상황에도 씩씩하게 팀을 이끌어간 '캡틴' 김미연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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