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홈런에 그쳐 장타력의 감소를 숨기지 못한 손아섭?

롯데에서 활약했던 손아섭 ⓒ 롯데자이언츠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스토브리그가 심상치않다. 2021시즌을 8위로 마치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롯데가 대대적인 전력보강이 있어도 모자랄 시점에 오히려 역주행을 하고 있다. FA시장에 모처럼 정상급 선수들이 쏟아졌지만 이렇다 할 영입 소식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꼭 잡아야했던 집토끼마저 놓쳤다.

지난 24일 오후 롯데 팬들에게는 충격적인 뉴스가 연이어 전해졌다. 내부 FA였던 외야수 손아섭이 NC 다이노스와 4년 64억의 조건으로 전격 이적했다는 소식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롯데 복귀설이 거론되던 베테랑 포수 강민호도 4년 36억의 조건으로 삼성 잔류를 선택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손아섭과 강민호는 롯데가 배출하고 키워낸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음 시즌 롯데가 좋은 성적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했던 선수들이기도 하다. 롯데는 2013년 강민호의 첫 FA때는 4년 75억, 2018년 손아섭의 첫 FA 때는 4년 98억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로 붙잡았으나, 두 선수 모두 2차 FA 때는 지역 라이벌인 삼성과 NC에게 빼앗겼다.
 
롯데는 왜 손아섭과 강민호를 붙잡지 못했을까. 손아섭은 3할 타율을 보증하는 타격 능력이 강점이지만, 장타력은 떨어지고 외야 수비의 안정감도 부족하다는 단점 역시 뚜렷하다. 강민호는 30대 중반을 넘긴 노장으로 슬슬 '에이징 커브(운동선수가 전성기를 지나 하락세로 접어드는 시기)'에 대한 우려가 나올 만한 시기다.
 
문제는 롯데에 이들을 대체할 만한 선수가 당장 없다는 것이다. 장타력이야 외국인 타자 영입으로 보완할 수 있다지만 손아섭의 컨택트와 출루 능력을 대체할 수 있는 타자는 리그 전체로 봐도 흔치않다. 롯데는 강민호가 이적한 지 벌써 4년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그 빈 자리를 대체할 만한 주전급 안방마님을 키워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두 선수는 롯데를 대표하던 선수들로 팀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어쩌면 이대호 이후 선수단의 구심점이 되어줄 수 있었던 상징적인 선수들이기도 했다.
 
롯데 팬들을 더욱 허탈하게 했던 것은 두 선수의 계약 규모다. 올해 FA 시장은 그야말로 광풍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상태였다. 나성범, 양현종(이상 KIA), 김재환(두산), 김현수(LG), 박건우(NC)까지 100억대 계약만 벌써 5명이나 쏟아졌다. 아무리 거품이 많이 낀 FA시장이라고 하지만, 손아섭과 강민호를 합쳐서 100억 정도라면 오버페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오히려 롯데 정도의 대기업 구단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한 투자였다. 하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과연 롯데는 안 잡은 것일까 못 잡은 것일까.
 
롯데는 올해 모기업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사정이 좋지 않아서 야구단으로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경쟁 구단들과 비교하면 롯데의 소극적인 행보는 더 두드러진다. 지난 시즌 9위로 롯데보다도 낮은 순위를 기록했던 KIA는 나성범(150억)과 양현종(103억), 두 선수를 잡는 데만 무려 253억을 화끈하게 질렀다. LG는 내부 FA 김현수(115억)와 외부 FA 박해민(60억)을 잡는 데 175억을 투자하며 우승 도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NC는 나성범을 KIA에 내줬지만 곧바로 박건우와 손아섭을 발빠르게 영입하며 외야를 보강했다. 비교적 투자가 적었던 삼성(백정현, 강민호)과 한화(최재훈)도 최소한 내부 FA들은 어느 정도 단속에 성공했다. 심지어 SSG는 FA가 아니었던 문승원과 박종훈과 일찍 장기계약을 단행하며 미래를 대비한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 스토브리그 지출 '0원'에 사실상 아무 것도 하지 않은 팀은 롯데가 유일하다.
 
외부 영입을 통한 전력보강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리빌딩이나 육성에는 희망이 있을까. 롯데가 2020년 성민규 단장 체제를 출범시키며 등장하기 시작한 표현이 '프로세스'였다. 롯데는 강팀으로 가기 위하여 체계적인 과정과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롯데가 결과와 내용 양면에서 모두 어떤 희망적인 프로세스를 제시했는지 팬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2018년 이후 우승은 고사하고 계속해서 가을야구 진출조차 실패하고 있으며, 여러 감독들이 성과없이 경질됐다.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한 리빌딩은 지난 시즌 허문회 감독이 경질되고 래리 서튼 감독이 부임하면서 뒤늦게 시작됐다. 팬들의 시각에서는 몇 년째 윈나우와 리빌딩 사이에서 이도저도 아닌 모양새로 갈팡질팡하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롯데에게 2022시즌은 간판스타 이대호가 은퇴를 예고한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다. 롯데는 2017년 해외무대로 KBO리그로 복귀한 이대호를 영입할 때만 해도 4년 150억이라는 역대 최고대우를 보장하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대호가 어느덧 은퇴를 눈앞에 둔 시점에 이르렀음에도 롯데는 우승후보와는 오히려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또한 1992년 마지막 우승 이후 더 이상 한국시리즈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롯데가 내년에도 가을야구에 탈락한다면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30년 무관'팀으로 등극하게 된다.
 
현재로서 다음 시즌 롯데의 전력은 불확실성 투성이다. 강민호 영입에 실패한 포수진은 다음 시즌이나 안중열이나 지시완이 얼마나 성장할지 미지수다. 손아섭을 잃은 외야도 문제지만, 마차도가 떠난 유격수 자리 역시 대안이 불투명하다. 아직 남은 내부 FA인 정훈은 잡을 수 있을지도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다음 시즌 롯데가 우승권이나 가을야구 도전보다는, 또 다른 리빌딩팀인 한화와 꼴찌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더 우세한 형편이다. 이대호마저 떠나게 될 1년 뒤의 롯데는 과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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