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옷소매 붉은 끝동>에는 정조 이산(이준호 분) 외에 또 하나의 인상적인 남자가 눈길을 끈다. 이산의 최측근인 홍국영(강훈 분)이 바로 그다. 홍국영은 성인식인 관례 때 받은 홍덕로라는 이름으로도 등장한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

MBC <옷소매 붉은 끝동> ⓒ MBC

 
드라마 속의 홍국영을 돋보이게 하는 세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눈에 띄는 외모다. 드라마 속의 그는 한양에서 가장 주목받는 남자다. 눈에 띄는 외모로 인해 일반 여성들은 물론이고 궁녀들의 시선까지 한 몸에 받는다. 그가 지나갈 때마다 궁녀들은 바닥에 쓰러지기라도 할 것처럼 넋을 놓고 바라본다.
 
궁녀들을 더욱 매료시키는 것은 그가 팬(?)들의 신상을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기 혼자만 짝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궁녀들은 그가 자기의 성씨를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기본적인 프로필까지 외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을 발한다. 그래서 홍국영과 자신만의 세계에 자기 혼자만 더욱 더 빠져든다.
 
잠깐씩 스쳐 지나가는 여성들의 성씨와 프로필을 기억해두는 것은 홍국영에게 상당한 자산이다. 그의 진짜 목적은 여성들과 가까워지는 데 있지 않다. 궁녀들의 눈과 귀에 포착된 정보를 빼낼 목적에서다. 궁녀들의 환심을 사둔 뒤 그들에게서 궐내 곳곳의 정보를 얻어낸다. 그에게 푹 빠진 궁녀들은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눈치 채지 못한다. 홍국영이 말을 걸어줬다는 사실만 기쁘다.

드라마 <이산> 속 홍국영
 
2007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방영된 MBC <이산>에서는 배우 한상진이 홍국영을 연기했다. <이산> 속의 홍국영은 (1)외모가 준수하고 (2)언변이 탁월하고 (3)머리가 영리하고 (4)공부는 적당히 하고 (5)행동이 약간은 가벼우며 (6)가끔은 무례한 인물로 묘사됐다.
 
지금 방영 중인 <옷소매 붉은 끝동>의 홍국영도 상당 부분은 그런 이미지를 띠고 있다. 다만, (4)와 (5)가 다소 다를 따름이다. 부분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두 드라마가 풍기는 홍국영의 이미지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외모에 관한 한, 홍국영은 '조선왕조 공인 미남'이었다. 음력으로 영조 48년 9월 21일(양력 1772년 10월 17일) 기록된 <승정원일기>에는 과거 급제자들을 만난 만 78세의 영조가 24세의 홍국영을 가리키며 "용모는 어떠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시력이 매우 나빠져, 가까이 있는 홍국영의 외모가 선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영조의 물음에 대해 승지는 "매우 준수합니다"라고 답했다. 비서실 업무일지인 <승정원일기>에 '매우'를 뜻하는 심(甚)이란 글자가 표기돼 있다. 임금과 비서의 대화에서뿐 아니라 국가 공식 기록에서까지 '매우 준수하다'고 언급됐으니, 궁녀들이 홍국영만 보면 환호하는 <옷소매 붉은 끝동>의 장면은 결코 과장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 드라마 속의 홍국영을 돋보이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정조에 대한 지극한 충성심이다. 홍국영은 정조가 잘 되는 것이 자기 자신도 잘 되는 길이라는 확신 하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정조를 보좌한다. 그 모습은 마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연상시킬 정도다. 도의나 윤리 같은 것에는 개의치 않고 오로지 자신과 정조의 정치적 성공만을 추구한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

MBC <옷소매 붉은 끝동> ⓒ MBC

 
  MBC <옷소매 붉은 끝동>

MBC <옷소매 붉은 끝동> ⓒ MBC

 
실제로도 홍국영은 정조의 즉위에 결정적 공을 세웠다. 사도세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정조의 즉위를 두려워하고 훼방하는 세력을 제압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세손 시절의 정조를 비토했던 홍인한·정후겸·김귀주·홍상간·윤양로 등을 실각시켜 정조의 앞길을 터주는 데 기여를 했다.
 
정조는 왕이 되기 전 3개월간 영조를 대신해 대리청정을 했다. 대리청정을 통해 정조가 실질적 임금이 되는 것을 누구보다 극렬히 방해한 인물은 작은 외할아버지인 홍인한이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던 날에 너무 기뻐 한강에서 뱃놀이를 했던 인물이다. 정치적으로 사도세자뿐 아니라 정조와도 적대했던 홍인한이 정조의 즉위 직전에 악착같이 훼방을 놓았던 것이다.
 
바로 그 홍인한을 실각시킨 것이 서명선의 상소이고 이 상소가 나오도록 유도한 인물이 홍국영이다. 영조는 서명선의 상소를 명분으로 홍인한을 퇴진시켰다. 이 상소가 정조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는, 서명선이 상소를 올린 날인 음력 12월 3일만 되면 정조가 홍국영·서명선·정민시·김종수 등을 불러 특별 파티를 연 데서도 나타난다. 이 모임은 동덕회로 불렸다.

홍국영의 남달랐던 권력욕
 
드라마 속의 홍국영은 성덕임(이세영 분)에게 강렬한 경쟁심을 표출한다. 이 역시 드라마 속의 홍국영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요소다. 홍국영은 정조를 돕는 성덕임의 공로를 감출 뿐 아니라 성덕임과 정조의 만남을 훼방하기도 한다. 또 정조에 대한 성덕임의 마음을 궁녀의 출세욕쯤으로 격하시킨다.
 
드라마 속의 홍국영은 성덕임이 정조의 마음을 독차지할까봐 초조해 한다. 홍국영 자신에 대한 정조의 신임이 옅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홍국영과 성덕임·정조 사이에는 삼각관계 아닌 삼각관계가 존재한다.
 
실제로, 정조에 대한 홍국영의 애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집착이라는 말로도 온전히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독점욕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1776년에 정조를 임금으로 만들고 정권 실세가 된 홍국영은 2년 뒤 누이동생인 홍원빈(원빈 홍씨)을 정조의 후궁으로 만들었다. 동생을 지렛대로, 장차 태어날 조카를 지렛대로 권력기반을 공고히 할 의도에서였다.
 
홍국영이 그런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점은, 홍원빈이 입궁 1년 만에 사망하자 정조의 조카인 이담을 동생의 양자로 입양시킨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후에나마 홍원빈이 양자를 갖게 된다는 것은 정조에게도 양자가 생긴다는 의미였다. 자기 조카에게서 정조의 후계자를 배출할 목적으로 홍국영이 이담을 동생의 양자로 입적시켰던 것이다. 홍국영의 권력욕으로 인해 정조의 조카에서 정조의 양자가 된 이담은 훗날 모반죄로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렇게 정조에 대한 애착이 지나치게 심했기 때문에, 정조와 여성들의 관계에 대한 홍국영의 관심도 당연히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성덕임을 대하는 드라마 속 홍국영의 눈길은 실제의 홍국영을 상당 부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남다른 외모 때문에, 정조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성덕임에 대한 경쟁심 때문에 한층 두드러지는 드라마 속의 홍국영처럼, 실제의 홍국영 역시 세상의 주목을 받고도 남을 만했다. <승정원일기>에까지 기록될 만한 외모의 소유자였던 그는 정조가 왕이 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음은 물론이고, 권력욕이 남달라 여동생과 미래의 조카를 이용해서까지 권력을 연장하고자 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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