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수 나성범이 프로야구 역대 자유계약선수(FA) 최고액 타이기록을 세우고 KIA 유니폼을 입는다.

외야수 나성범이 프로야구 역대 자유계약선수(FA) 최고액 타이기록을 세우고 KIA 유니폼을 입는다. ⓒ KIA 타이거즈 제공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고삐풀린 야생마처럼 폭주하고 있다. 총액 100억원대 계약만 벌써 4명을 넘어선 데다 역대 최고액 계약 타이 기록이 나오는가 하면, 10명의 FA 선수를 잡는 데 들인 돈만 무려 775억 원에 이른다. 이대로라면 역대 KBO리그 FA 총액 최대 규모였던 2016년의 766억 2천만 원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사상 첫 총액 1000억 원 돌파도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23일 외야수 나성범과 6년 총액 150억 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금 60억 원, 연봉 60억 원에 각종 옵션 30억 원이다. 나성범의 계약은 2017년 이대호가 미국 무대에서 돌아오며 롯데와 계약할 때 받은 150억 원과 같은 프로야구 역대 FA 최고액이다. 다만 이대호는 4년 계약이었고 나성범은 6년이라 연간 보장액에는 차이가 있다.
 
나성범은 광주 진흥고, 연세대를 졸업하고 2012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0번으로 지명되어 NC 다이노스의 창단 멤버로 지난 시즌까지 총 9년을 활약했다. KBO리그 통산성적은 타율 .312, 212홈런, 830타점, 2021시즌 성적은 타율 .281, 33홈런, 101타점이다. 2014-2015시즌에 2년연속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으며 2020년에는 NC의 창단 첫 통합우승에 기여한 리그 최고의 강타자로 꼽힌다.
 
지난 시즌 9위에 그쳤던 KIA는 나성범을 영입하며 거포 갈증을 해소하고 최형우-나지완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중심타자를 확보했다.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에이스 양현종의 거취가 변수지만, 보상금 문제 등에서 양현종이 사실상 국내로 복귀한다면 KIA외에 다른 선택지가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은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100억원대 계약은 박건우(6년 100억 원·NC), 김재환(4년 115억 원·두산), 김현수(4+2년 115억 원·LG)에 이어 나성범이 4번째이자 통산 9번째다. 프로야구는 2017년 최형우가 KIA와 4년 100억원에 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이대호(4년 150억·롯데), 2018년 김현수(4년 115억·LG), 2019년 최정(6년 106억·현 SSG)와 양의지(4년 125억·NC)까지 5명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올해에만 벌써 4명이나 나왔다.
 
더구나 FA 시장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오늘(24일) 오전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가 4년 37억 원에 FA 계약을 마쳤고, 이어 손아섭이 4년 64억 원에 NC로 전격 이적했다. 그러나 아직 양현종·김광현·황재균·박병호 등 거물급 선수들이 계약을 기다리고 있다. 100억원대 계약자가 또 등장한다면 다음 주자는 KIA와 국내 복귀 협상을 벌어지고 있는 양현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다른 선수들도 앞서 계약한 최대어들만큼은 아니지만 최소한 수십억 이상의 몸값이 보장된 즉시전력감이라는 평가다.
 
 삼성과 FA 계약 체결 이후 기념사진 촬영에 임한 원기찬 사장(왼쪽)과 강민호(오른쪽)

삼성과 FA 계약 체결한 강민호(오른쪽) ⓒ 삼성 라이온즈

 
올 시즌 FA 시장은 수비형 포수 최재훈이 한화와 5년 54억 원이라는 파격적 조건에 1호 FA 계약을 맺으면서 일찌감치 과열 조짐을 예고한 바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수익 감소, 예년만 못한 야구 인기 등을 호소하던 각 프로구단들이 정작 FA 시장에서 접어들자 앓는 소리가 무색하게 거침없는 머니게임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대다수의 야구 팬들과 관계자들이 FA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KBO리그는 2019년 후반기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의 여파로 2020년 관중 33만, 2021년에는 123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내년에도 입장 수입은 물론이고 광고 수입이나 각종 야구 관련 상품 판매량 저하는 당분간 피할 수 없다.

가뜩이나 적자 구조에서 모기업의 지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프로야구단은 대형 FA 한 명을 영입하고 나면 더욱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 도쿄올림픽 노 메달 부진,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이은 일탈 등으로 프로야구의 사회적 가치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 크게 늘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프로구단들이라고 모두가 FA 시장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한화와 삼성은 각각 내부 FA 최재훈과 백정현을 잔류시킨 것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FA 시장에서 철수한 분위기다. 롯데 역시 모기업의 재정 상황이 좋지않아 FA에 적극적인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두산은 김재환을 잡았지만 또다시 주력 선수였던 박건우를 놓친 데다, 김재환에 대해서도 수비력 문제나 최근의 하락세를 고려하며 오히려 오버페이를 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FA 몸값의 비정상적인 상승은 바로 한국 야구의 기형적 구조에서 기인했다는 지적도 있다. 좋은 선수들이 꾸준히 나와서 경쟁 구도가 활성화되지 않으니, 자연히 몇몇 스타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몸값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타격왕 이정후(키움)를 비롯하여 강백호(kt), 홍창기(LG), 구자욱(삼성), 김혜성(키움) 등 현재 리그에서 몇 년째 꾸준하게 정상급 성적을 올리고있는 20대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야수 쪽에 비하여 투수 쪽은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등 1980년대생들의 뒤를 이을 20대 에이스가 없다는 평가다. 현장에서는 아마추어 야구계에서 미래의 프로 선수가 되어야할 유망주들의 기본기 부족과 육성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24일 NC 다이노스와 FA 계약 체결 이후 기념사진 촬영에 임한 손아섭

24일 NC 다이노스와 FA 계약 체결한 손아섭 ⓒ NC 다이노스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KBO리그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도 올해 FA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샐러리캡은 2021년과 2022년의 외국인선수와 신인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의 연봉 상위 40명의 평균금액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한액으로 설정됐다. 샐러리캡을 위반하면 벌금에서 신인지명 순위가 뒤로 밀리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
 
리그의 전략 상향 평준화라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지만, 정작 샐러리캡 시행이 닥치게 되면 각 구단은 팀 연봉 관리가 더욱 어려워진다. 오히려 리그의 구단 운영에 다양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각 구단으로선 샐러리캡을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2022년 연봉지출을 최대한 늘려놓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우수한 FA 선수들이 쏟아진 올해 겨울을 투자의 적기로 판단한 것이 FA 과열 양상으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제는 결국 투자의 효율성이다. 프로야구 역사에서 FA 영입으로 팀 전력이 급상승하고 우승까지 차지한 사례는 양의지나 최형우, 장원준 등 일부에 불과하다. 롯데는 이대호를 역대 최고액 계약으로 영입하고도 우승하지 못했고, 높은 금액에 FA 계약한 이후 저조한 성적을 낸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애초에 분업화가 자리잡은 야구는 다른 팀 스포츠 구기종목에 비하여 선수 한명이 가세했다고 팀전력이 급상승하는데 한계가 있다.
 
특히 선수의 진정한 실력과 가치에 대한 평가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프로야구에 이승엽이나 선동열, 류현진처럼 실력과 인기, 위상 모두 누구나 인정할만한 슈퍼스타가 과연 얼마나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어떤 이유로든 현재의 FA 시장이 한국 프로야구 산업의 현실에 맞지 않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왜곡되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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