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곳곳에서 들리는 캐럴, 곳곳에 놓인 풍성한 트리가 사람들의 마음에 설렘을 안겨준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크리스마스를 맞아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할 계획을 세우는 젊은이들도 많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 코로나 19 여파로 연인들이 크리스마스 계획에 적잖이 타격을 입은 듯하다. 어디 연인들뿐이랴.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 한 해를 마무리하며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려던 이들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아쉽지만 이런 헛헛함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만한 영화가 있어서 소개한다. 크리스마스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영화 <나 홀로 집에>다.  
 
 대표 크리스마스 영화가 된 <나 홀로 집에>는 2012년 TV 영화로 5편까지 제작됐고 올해는 디즈니+를 통해 6번째 이야기가 공개됐다.

대표 크리스마스 영화가 된 <나 홀로 집에>는 2012년 TV 영화로 5편까지 제작됐고 올해는 디즈니+를 통해 6번째 이야기가 공개됐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심하게 망가졌던 '월드 남동생' 맥컬리 컬킨

맥컬리 컬킨은 아역배우로 활동하던 1989년 존 휴즈 감독의 <아저씨는 못말려>에서 귀여운 연기로 주목 받은 후 휴즈 감독이 각본을 쓰고 제작에 참여한 <나 홀로 집에>에서 주인공 케빈 역에 캐스팅됐다. 가족들이 모두 파리 여행을 떠나고 집에 혼자 남게 된 케빈이 어설픈 빈집털이범을 퇴치하는 영화 <나 홀로 집에>는 1800만 달러의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로 만든 가족 영화다. 

1990년 추수감사절 연휴에 개봉한 <나홀로 집에>는 세계적으로 4억76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1990년에 개봉한 영화 중에서 북미 1위, 세계 2위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1위는 해외에서만 2억 88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사랑과 영혼>). 당시 <나 홀로 집에>가 세운 흥행 성적은 북미 기준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 E.T. >,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에 이은 역대 3위 기록이었다.

<나 홀로 집에>는 단순한 스토리와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폭발적인 흥행 성적을 올린 비결은 역시 케빈을 연기했던 맥컬리 컬킨의 치명적인 귀여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나 홀로 집에>를 통해 전세계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배우가 된 매컬리 컬킨은 1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한 해 수 천만 달러를 버는 '꼬마 재벌'에 등극했다.

하지만 맥컬리 컬킨은 귀여운 이미지가 빨리 소모되면서 <나 홀로 집에2-뉴욕을 헤매다>와 <마이 걸>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매니저 역할을 하던 아버지와의 불화는 슬럼프를 더욱 부추겼고 1995년 부모의 이혼이 겹치며 본격적으로 타락의 길을 걸었다. 결국 맥컬리 컬킨은 어린 나이에 마약과 알코올 중독으로 심하게 망가지고 말았다.

2013년 록밴드 '피자 언더그라운드'를 결성했던 맥컬리 컬킨은 2018년 개봉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어폰어타임인 할리우드> 오디션을 봤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래도 작년 생일을 맞아 SNS에 "얘들아, 늙은 기분을 느끼고 싶어? 내가 40살이야"라는 메시지를 올리는 등 여전히 '케빈의' 유쾌함을 유지하고 있다.

아무리 도둑이라지만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스킨을 바르는 케빈은 <나 홀로 집에>의 시그니처 포즈로 수 많은 매체를 통해 패러디됐다.

스킨을 바르는 케빈은 <나 홀로 집에>의 시그니처 포즈로 수 많은 매체를 통해 패러디됐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1편을 통해 엄청난 흥행 성적을 기록한 <나 홀로 집에>는 1992년 속편이 개봉돼 세계적으로 3억5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하지만 어느덧 청소년이 된 맥컬리 컬킨이 하차한 <나 홀로 집에3>는 세계흥행 7900만 달러에 그쳤고 4편과 5편은 TV영화로 제작됐다. 지난 11월에는 OTT채널 디즈니+를 통해 <나 홀로 즐거운 집에>가 공개되기도 했다.

여러 번 강조할 필요 없이 <나 홀로 집에>의 주역은 단연 맥컬리 컬킨이다. 1편에서 4억7000만 달러, 2편에서 3억5800만 달러로 대박행진을 이어가던 시리즈가 3편에서 흥행성적이 추락한 원인은 역시 훌쩍 커버린 맥컬리 컬킨의 부재가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나 홀로 집에>를 맥컬린 컬킨의 원맨쇼 영화로 규정하기엔 멍청한 좀도둑 콤비를 실감나게 연기한 해리(조 페시 분)와 마브(다니엘 스턴 분)의 희생(?)을 빼놓을 수가 없다.
 
 조 페시는 불과 두 달 사이에 살벌한 마피아와 멍청한 좀도둑 사이를 오갔다.

조 페시는 불과 두 달 사이에 살벌한 마피아와 멍청한 좀도둑 사이를 오갔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해리와 마브는 원래 휴가를 떠난 빈집만을 노리는 빈집털이 좀도둑이었다. 케빈은 좀도둑 콤비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집안 곳곳에 함정을 설치한다. 계단에 물을 뿌리거나 못을 심어놓는 정도는 어린이가 생각할 수 있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단히 끔찍하다. 실제로 해리는 계단에 오르다가 미끄러져 머리를 크게 다칠 뻔 했고 마브는 튀어나온 못을 맨발로 밟기도 했다.

조 페시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성난 황소>와 <좋은 친구들>, 세르조 레오네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 같은 명작 영화들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다. 199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좋은 친구들>을 통해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대배우가 <나 홀로 집에>에서 10살짜리 꼬마 배우를 위해 계단에서 넘어지고 뜨거운 문고리를 잡다가 화상을 입고 머리가 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두운 곳을 싫어하고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도둑 마브를 연기한 다니엘 스턴 역시 발바닥에 못이 박히고 2층에서 날아온 다리미가 얼굴을 강타하는 위험천만한 순간에도 과감한 슬랩스틱 연기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1편에서 꼬맹이 하나 제압하지 못하고 불쌍하게 구속되는 해리와 마브는 1992년 <나 홀로 집에 2: 뉴욕을 헤매다>에서 케빈과 재회한다(해리와 마브 입장에서는 정말 지독한 악연이 아닐 수 없다). 

형 버즈로부터 무서운 '삽자루 살인 용의자'로 소개받으며 케빈을 벌벌 떨게 했던 말리 할아버지(고 로버츠 브로좀 분)는 위기의 순간 케빈을 구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브로좀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을 맡은 1974년 버전 <위대한 개츠비>와 스필버그 감독의 <미지와의 조우> 등에 조연으로 출연한 경력이 있다. 1924년생의 노배우 브로좀은 90년대 중반까지 간간이 조연으로 영화에 출연하다가 지난 2011년 만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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