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시즌 첫 셧아웃 승리를 통해 두 자리 승수를 돌파했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8일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3,25-22,29-27)으로 승리했다. 3라운드 들어 3연패를 당했던 흥국생명은 적지에서 기업은행을 꺾고 연패에서 탈출하며 6위 기업은행(승점8점)과의 승점 차이를 4점으로 벌리고 5위 자리를 유지했다(4승12패,승점12점).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이 50.40%의 점유율과 42.86%의 성공률을 기록하며 29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김미연이 10득점, 정윤주가 9득점,이주아가 7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한편 이날 여자부 감독 데뷔전을 치렀던 기업은행의 김호철 신임감독은 첫 경기에서 승점 1점 차이로 추격하던 흥국생명에게 0-3 패배를 당하며 데뷔전부터 많은 숙제를 확인했다.
 
 김호철 감독은 여자부 감독 데뷔전에서 5위 흥국생명에게 0-3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김호철 감독은 여자부 감독 데뷔전에서 5위 흥국생명에게 0-3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 IBK기업은행 알토스

 
선수와 지도자로 큰 족적 남긴 배구인

김호철 감독은 한국배구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이다. 한양대 시절부터 대표팀에 선발, 국제대회에서 현란한 토스워크를 선보이며 '컴퓨터 세터'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거포 강만수와 만들어낸 콤비 플레이는 아시아레벨에서 막을 선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김호철 감독이 군복무 시절에 참가했던 197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고 김호철 감독은 이 무대를 통해 본격적으로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1981년 이탈리아리그로 진출한 김호철 감독은 산탈 파르마의 주전세터로 활약하며 1981-1982,1982-1983 시즌 리그 및 컵대회 우승을 이끌었고 1982-1983 시즌에는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1985년 귀국해 현대자동차서비스(현대캐피탈 전신)에 입단한 김호철 감독은 현대의 겨울리그 3연패를 이끈 후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갔고 1995년까지 이탈리아리그에서 활약한 후 불혹의 나이에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은퇴 후 이탈리아의 4개 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던 김호철 감독은 2003년 해체 위기에 빠진 현대캐피탈의 새 감독으로 부임하며 16년 만에 다시 국내무대로 돌아왔다. 김호철 감독은 현대캐피탈 부임 후 윤봉우와 이선규(SBS스포츠 해설위원) 같은 장신센터들과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었던 경북사대부고 출신의 왼손잡이 공격수 박철우(한국전력 빅스톰) 등을 영입해 어수선하던 전력을 재정비했다.

V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2005-2006 시즌엔 신장(206cm)은 좋지만 지명도가 다소 떨어지던 외국인 선수 숀 루니를 영입했다. 김호철 감독의 지도 아래 현대캐피탈의 '맞춤형 외국인 선수'로 성장한 루니는 미국 국가대표 출신 윌리엄 프리디를 영입한 삼성화재를 압도하며 현대캐피탈의 프로 첫 우승을 견인했다. 현대캐피탈은 프로 출범 후 두 번의 우승과 함께 6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하며 삼성화재와 리그를 양분했다.

김호철 감독은 2012-2013 시즌 한국배구연맹의 위탁구단이었던 러시앤캐시 드림식스의 감독을 맡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팀을 4위로 이끌었다. 하지만 2013년 다시 맡은 현대캐피탈에서는 좋은 성과를 올리지 못했고 2017년 대표팀 감독을 맡은 후에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제외하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김호철 감독은 2019년 대표팀 감독직에서 사퇴하면서 다시 야인이 됐다.

여자팀 감독 데뷔전에서 흥국생명에게 0-3 패배

김호철 감독이 배구팬들에게 'V리그 초창기 현대캐피탈의 우승을 이끌었던 왕년의 명장' 정도로 기억되고 있을 때 기업은행에서는 '조송화 파문'으로 팀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특히 감독대행이 두 번이나 바뀌는 등 선수단을 이끌 리더십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이 때 몇몇 배구팬들은 "이럴 땐 김호철 감독 같은 인물이 선수단을 장악해야 하는데"라며 김호철 감독의 카리스마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8일 기업은행이 김호철 감독과의 계약소식을 발표하면서 김호철 감독이 기업은행을 이끄는 게 현실이 됐다. 기업은행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이정철 전임 감독(SBS 스포츠 해설위원)을 능가하는 카리스마를 가진 김호철 감독의 부임에 기업은행 팬들도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김호철 감독은 계약과 동시에 급히 이탈리아에서 귀국해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16일에야 처음으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며 손발을 맞췄다.

18일 흥국생명전은 처음으로 여자팀을 지도하게 된 김호철 감독의 데뷔전이었다. 하지만 역시 첫 술에 배부르기는 쉽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2라운드 맞대결에서 3-0으로 승리했던 흥국생명을 상대로 0-3으로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3세트에서는 듀스까지 가며 선전했지만 기업은행 선수들은 새 감독의 데뷔전에서 승리는커녕 승점 1점도 안겨주지 못했다. 다만 무기력하던 시즌 초반과 달리 선수들이 열의를 가지고 경기에 임한 것은 고무적인 부분이었다.

레베카 라셈 대신 기업은행의 새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달리 산타나도 이날 김호철 감독과 함께 배구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서 윙스파이커로 출전한 산타나는 기업은행 입단 전 소속팀이 없어 이날 완벽한 컨디션을 보여주진 못했다. 33.33%로 7득점에 그친 공격력도 성에 차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6.67%의 리시브 효율로는 V리그의 집요한 목적타 서브를 견디기 힘들다.

현대캐피탈을 이끌던 시절, 작전타임을 불러 선수들을 큰 소리로 야단 치는 장면으로 '버럭 호철'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김호철 감독은 이날 작전시간을 통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했다. 실제로 김호철 감독은 기업은행 부임이 확정된 후 "아빠처럼 팀을 이끌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은행을 김호철 감독이 원하는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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