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나 돌싱이라는 것은 죄도 아니고 굳이 감춰야 할 비밀도 아니다. 하지만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상대가 관여된 문제인 만큼 조심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예의다. 상대에 대한 배려나 존중 없이 그저 가벼운 수다의 소재로 언급하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불쾌감을 주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
 
14일 방송된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아래 돌싱포맨)에는 조영남, 남진, 진성, 설운도 등 원로가수들이 출연하며 돌싱포맨과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무려 '돌싱 38년차'라는 조영남은 이혼이 사회적 흠결처럼 여겨지던 과거의 시대상을 설명했다. 조영남은 "80년대에 돌싱 되고 1년간이나 방송을 못 나갔다. 그때는 그런 시대였다"고 말했다.
 
탁재훈은 "이혼했다고 방송을 쉬어야 한다는게... 요즘은 이혼하고 방송을 더 한다"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상민과 김준호도 "지금은 아예 동거부터 시작하는 분들도 많다", "혼인신고를 안 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를 설명했다.
 
칠순의 나이에도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는 조영남을 가리켜 이상민은 "대한민국 연예인 중 가장 아슬아슬한 선배님"이라고 규정했고, 탁재훈은 "가장 지 마음대로 하는 분"라고 농담을 던졌다. 조영남은 "그게 돌싱의 자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조영남은 "첫 이혼 이후로 한 번 더 결혼식을 했다"는 뜻밖의 고백을 꺼냈다. 사실 진짜 결혼식이 아니라 '퍼포먼스'였다는 것. 조영남은 "경인미술관에서 '행위예술'의 일환으로 결혼식을 하자고 그랬는데, 기자들이 미술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 그냥 결혼식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친척들까지도 모두 왔고 심지어 축의금까지 받았다는 이야기에, 출연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탁재훈은 "죄송한데 그냥 돌+아이 같으시다"고 독설을 날렸다.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 SBS

 
절친 남진은 후배들에게 선배 돌싱으로서의 조언을 권했다. 조영남은 "남들의 부정적 시선에 기죽지 마라. 난 혼자 사니까 시간이 많다. 내가 돌싱이 아니라면 화가가 못됐다"라고 밝혔다.
 
탁재훈은 "형님은 이상한 매력이 있다. 외모도 잘생긴 게 아닌데, 전에 결혼하셨던 분도 연예인이지 않았냐"며 전부인인 배우 윤여정을 간접적으로 언급하여 인기 비결을 물었다. 남진은 "조영남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조영남은 돌연 윤여정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당시의 일화를 꺼냈다. "진실을 이야기하자면, 윤여정의 수상 당시 기자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나는 '바람핀 남자에 대한 최대의 복수'라며 미국식으로 멋있게 언급했다. 기사가 그대로 나가고 난 후, 한동안 거의 죽는 줄 알았다. '니가 뭔데 숟가락을 얹냐'고 악플이 쏟아졌다"고 고백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남진은 "일반적으로 그런 상황이면 노코멘트를 하거나 우회적으로 언급한다. 조영남은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한다. 단점도 될 수 있지만 인간적으로 보면 그게 낫지 않냐? 감추고 내숭떨 게 뭐가 있냐"며 조영남을 두둔했다. 탁재훈도 "조영남형이 멋있다. 이런 사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조영남은 "너 나처럼 살면 또 죽어?"라고 독설을 날리며 폭소를 자아냈다.
 
조영남은 절친 이경실의 재혼 때 주례를 봐줬던 일화도 언급했다. 이경실의 요청에 처음에는 "나는 주례를 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거절했으나, 이경실이 "나처럼 살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면 되지 않나"는 말에 주례를 승낙했다고, 실제 주례에서도 이경실이 말한 그대로 했다고 고백하며 돌싱포맨들을 감탄하게 했다.

무례한 언행이 '솔직하고 자유로운 매력'?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 SBS

 
조영남의 <돌싱포맨> 출연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비판적인 반응을 자아내고 있다. 방송중에도 언급되었으나 이혼 경험이나 돌싱이라는 사실은 오늘날 더 이상 방송에서 금기가 아니다.

하지만 조영남은 이혼했다는 사실 자체 때문이 아니라, 부적절한 처신과 귀책사유로 인하여 이혼에 이르는 과정 때문에 대중의 더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본인도 직접 여러 차례 자신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도 <돌싱포맨>은 조영남을 '돌싱 선배'로 묘사하며 그의 과거사와 문제적 언행까지 그저 재미있는 추억의 토크 소재 정도로 포장했다.
 
전 부인에 대한 언급도 마찬가지다. 최근 윤여정이 배우로서 최근 노년에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덩달아 조영남의 이름도 회자되곤 했다. 하지만 윤여정은 다른 방송에 출연했을 때도 조영남을 굳이 언급하지 않는 것과 달리, 조영남은 과거 <놀러와> <무릎팍도사> <강호동의 밥심> 등 여러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수시로 윤여정을 토크의 소재로 활용했다. 직접 실명 언급은 하지 않더라도 누가봐도 윤여정임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물론 조영남의 해명처럼 제작진이나 다른 출연자들, 기자들이 먼저 부추긴 측면도 있지만, 조영남이 남남이 되어 이제는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있었다면 얼마든지 언급을 자제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이날 방송만해도 탁재훈이 먼저 윤여정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질문의 핵심은 '조영남의 인기 비결'이었음에도 조영남은 엉뚱하게 묻지도 않은 '아카데미 설화 사건'을 굳이 꺼내며 방송에서 자신의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남성 출연자들은 이런 조영남의 무례한 언행을 그저 '솔직하고 자유로운 매력'으로 포장하고 두둔하기에 급급했다.
 
어쩌면 이는 결국 <돌싱포맨>이 '돌싱'을 바라보는 남성중심적이고 시대착오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비롯된 해프닝에 가깝다. <돌싱포맨>은 <미운 우리새끼>의 고정출연진이자 이른바 돌싱남을 대표하는 캐릭터인 이상민, 탁재훈, 임원희, 김준호 네 남자가 자신의 집으로 게스트를 초대해 결혼(재혼)과 이혼, 독신 싱글남의 애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형태를 표방했다.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의 한 장면. ⓒ SBS

 
방송의 대부분은 주로 연애와 사랑과 관련된 가벼운 수다에 치우쳐있다. 주제는 '우리는 어떻게 하면 다시 사랑(재혼)할 수 있을까'에 대한 돌싱들의 로망을 다루고 있지만, 정작 그 내용의 대부분은 미리재향적인 서사보다는 그저 출연자들의 지나간 흑역사나 가십성 신변잡기를 다시 들춰내어 단발성 웃음을 이끌어내는 데만 급급하다. 이날도 조영남-남진에 이어 두 번째 게스트로 합류한 진성-설운도가 등장하여 '황혼이혼과 졸혼'에 대한 토크를 나누고 '가상 부부와 상견례 상황극'으로 분량을 채운 것은 이전 에피소드에서도 여러 차례 반복되었던 구성이다.
 
여기서 <돌싱포맨>의 가장 큰 문제는 돌싱 출연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고 자존감을 찾아가는 모습보다는, 돌싱들을 그저 궁상맞고 짠한 이미지로 희화화하면서, 민감한 개인사를 그저 자극적인 농담의 소재로만 활용하는 안이한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연자들은 시종일관 철들지 않는 미성숙한 캐릭터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이는 오히려 돌싱들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비호감만 더 부각시킨다. 오늘날 돌싱과 이혼이라는 꼬리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그 사람'의 문제일 뿐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